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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킷랩 Aug 26. 2018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처럼

처음처럼, 신영복


1.
안녕하세요, 버킷랩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책은 ‘신영복’의 ‘처음처럼’입니다.


2.
이 책은 버킷랩에서 운영하는 독서모임 한주한권에서 스물아홉번째로 함께 읽는 책입니다. 이로써 총 8,221 페이지째 함께 읽게 되었네요.

지난 주에 이어서 2회 연속으로 에세이를 다루게 되었는데요. 폭염에 밀려오는 무기력에 쉼표를 찍고, 다시 한번 열심히 해보자라는 에너지를 갖기에 좋은 책 입니다. 처음처럼이라는 제목의 숨겨진 앞쪽에는 ‘역경에도 불구하고’라는 문장이 숨어있기 때문입니다.

4.
저자인 신영복은 2년 전에 타계하셨지만, 여전히 대한민국 진보진영의 지식인으로 유명합니다. 통일당 사건으로 20년을 수감하면서 썼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통해서 대중들에게 알려졌는데요, 우리가 매일 보는 그의 작품이 있습니다.

5.
‘처음처럼’이라는 소주를 생각하면 딱 떠오르는 글씨 있으시죠? 신영복님의 작품입니다. ‘처음처럼’이 2006년에 처음 런칭될 때 제조기업 ‘두산’은 지식인이 자신의 글을 소주병에 붙이는 것을 허락해줄까 염려했지만 신영복님은 ‘서민들이 가장 즐겨마시는 술에 나의 글을 싣는다니 거절할 이유가 없다’면서 흔쾌하게 허락해주고 저작권료도 받지 않으려했다고 합니다. 결국 저작권료는 그가 교수로 있던 학교에 장학금으로 기부되었다고 하네요.

5-1.
이 외에도 광화문 교보문고에 새겨진 글귀도 신영복님의 작품이고

5-2.
문재인 대통령이 선거운동 당시 사용했던 슬로건 [사람이 먼저다]도 신영복님의 작품입니다.

익숙한 글귀들이 참 많죠?

6.
이번에 함께 읽은 책 들도 참 익숙하고 사소한 일상의 소재들로 채워져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신영복님의 가장 큰 장점은 그가 하는 사색들이 자신을 위한 멋이나 과장을 배제하고 내공있는 [겸손함]으로 채워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겸손함을 풀어내기에 ‘처음’이란 단어가 적절한 것 같습니다.

7.
그는 역경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아픔 한 조각]이라는 39페이지의 글에서 그는 자신의 아픔이 세상의 수많은 아픔의 한 조각이라고 표현합니다. 이 표현에는 내가 아픈 것만 아픈 것으로 보지 않는 다는 생각과 세상을 구성하는 일부가 아픔인 만큼 아프고 힘든 시간들을 덤덤히 받아들이겠다는 생각이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

39 아픔 한 조각
나의 아픔이 세상의 수많은 아픔의 한 조각임을 깨닫고 나의 기쁨이 누군가의 기쁨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우리의 삶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 줍니다.


8.
그리고 자신의 역경을 타인에게 설명하는 일도, 타인의 역경을 스스로가 이해하는 일도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는 211페이지에 실린 수감 시절의 에피소드를 통해 각자의 사정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여줍니다. 제 개인적으로도 서로가 서로에게 모든 것을 설명해줄 수 없다는 걸 받아들이는 것만으로 우리는 인간관계에서 일어나는 많은 피로감을 덜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 상황을 타인이 당연히 이해할 거라는 생각이나, 타인이 본인의 상황을 설명해주면 내가 당연히 그사람 처럼 공감할 거라는 오만을 버리는 거라고 할까요.

211
"없이 사는 사람이 어떻게 자기 사정을 구구절절 다 얘기하면서 살아요? 그냥 욕먹으면서 사는 거지요."


9.
그렇지만 책이 인생에 당연한 역경이나 그 역경을 받아들이라는 이야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책이 사랑하는 접속사는  ‘그리고’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있습니다.

역경과 아픔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 삶에서 중요하며, 그리고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책의 제목처럼 계속해서 ‘처음’으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합니다.그렇게 계속해서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내는 것이죠.

계속해서 처음이니 좀 실망스러울까요?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우리는 무한한 처음을 만들어낼 수 있고 그 처음들이 0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잠시 힘들어서 쉬어갔던 바로 그 지점, 직전의 처음보다는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간 그 지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니까요.

11-12
역경을 견디는 방법은 처음의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이며, 처음의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수많은 처음'을 꾸준히 만들어 내는 길밖에 없다고 할 것입니다.

10.
인생에 대한 겸손함, 타인에 대한 따듯함, 삶에 대한 끈기를 느낄 수 있는 이 책을 통해서 독자분들이 여름의 불쾌함과 무기력을 이겨내는데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신영복의 처음처럼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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