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버킷랩 Aug 28. 2018

더 많이 더 오래

죽도록 일하는 사회, 모리오카 고지


1.
안녕하세요, 버킷랩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책은 ‘모리오카 고지’의 ‘죽도록 일하는 사회’입니다.




2.
이 책은 버킷랩에서 운영하는 독서모임 한주한권에서 서른 한번째로 함께 읽는 책입니다. 이로써 총 8,605페이지째 함께 읽게 되었네요.

3.
한해 매출 16조원, 일본 광고대행사 서열 1위, 세계 광고대행사 TOP 5, 임직원 평균연봉 한화 1억4천만원의 어마어마한 회사 ‘덴츠’에서 대학을 갓졸업한 신입사원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최대 월130시간의 잔업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이 그를 자살을 하게 만든 것이었죠.

4.
위키백과에 따르면 ‘과로사’는 “산업 재해의 한 종류로, 근로자가 일을 지나치게 하거나 무리해서 그 피로로 갑자기 사망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특히 일본에서 이런 과로사가 많이 일어났기 때문에 일본 특유의 사회현상으로 보는 시선도 존재하며 과로사의 일본식 표현인 ‘KAROSHI’는 그 자체로 고유명사처럼 사전에 기재되어 있기도 합니다.

이 책은 이런 과노동이 당연시되어있는 일본 사회에서 ‘과로사’가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이전부터 노동문제를 연구해온 저자 ‘모리오카 고지’의 2005년작을 13년 뒤에 번역한 책입니다. 늦게나마 번역된 이 책이 고령사회, 고용절벽, 비정규직 증가와 같은 일본의 사회 문제를 많은 부분에서 닮아가고 있는 한국 사회의 모습을 비추어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5.
책은 ‘죽도록 일하는 사회’에 대해 크게 3가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첫째로는 인류가 더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점점 더 많은 시간을 일하게 된 역설적 상황을 지적하고, 둘째로는 그런 장시간 노동을 가능하게 만든 환경을 지적하고, 세번째로는 이런 장시간 노동을 대체할만한 노동형태를 대략적으로나마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 가지씩 살펴보도록 하죠.

6.
첫번째 주제는 제가 자주 하는 생각이기도 한데요. 왜 인간은 더 편리하고, 빠른 기술들을 개발했는데도 일하는 시간이 줄지 않을까하는 것입니다.

책에서 인용한 경제인류학에 따르면 원시 수렵사회에서는 하루이틀 일하고, 하루이틀 쉬는 형태의 노동을 했으며 아직까지도 원시사회의 생활방식대로 살아가고 있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원주민은 하루에 4~5시간, 콩고의 원주민은 하루에 6시간 정도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어슬렁대는데에 쓴다고 합니다. 더 놀라운 것은 18세기 초반 프랑스의 일반적인 직공들이 공휴일과 병결 등을 모두 포함하면 1년에 180일 정도, 그러니까 이틀 중에 하루는 쉬는 정도의 노동시간을 가졌다는 것입니다.

시간이 많았던 인류는 왜, 언제부터 이렇게 죽도록 일하게 되었을까요?

7-1.
장시간 노동은 혁명 아래에서 일어났습니다. 자본가들이 산업혁명과 정보혁명의 기쁨에 취해서 열심히 돈을 벌고 있을 때 그 밑에서는 열심히 일을 하는 노동자들이 있었습니다.

어슬렁 거리는 기쁨을 알던 중세를 넘어 근대에 들어선 18세기 중반 ~ 19세기 초반 산업혁명이 일어났습니다. 기계를 통한 시간당 생산량이 증가한 만큼, 노동자들의 여유시간을 벌기보다는 더 많은 생산을 통해 더 많은 재화를 만드는데 쓰였고 이 즈음의 노동시간은 연간 대략 3,000시간이 넘어갔습니다.

7-2.
산업혁명의 폭풍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서 노동자들도 자신들의 권리에 대해 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그들은 워크라이프밸런스를 찾아가는 듯 했습니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20세기후반에는 짧게는 연간 1,500시간에서 길게는 연간 2,000시간 까지 평균 노동시간을 줄인 것이죠.

그러나 기술은 한번 더 혁명을 일으켰습니다. 20세기 후반 ~ 21세기 초반에 세계는 엘빈 토플러가 말한 제 3의 물결, 정보혁명에 휩쓸리게 됩니다. 사무실에서만 할 수 있었던 일을 집에서도 할 수 있게 되면서 일과 삶의 경계가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명확하게 노동시간으로 측정할 수 없는 ‘공짜노동’시간도 꽤 많아졌죠.

7-3.
산업혁명과 정보혁명에 더불어 장시간노동이 당연해진데에 결정적 역할을 한 사회현상이 있습니다.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을 통해 얻은 임금을 얼마 없는 여유시간 동안 빠르고, 많이 쓸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만들어진 것인데요. 책에서는 이를 [낭비하는 미국인]의 저자 ‘쇼어’의 말을 빌려 ‘소비자본주의’라고 표현했습니다.

이렇게 현대사회는 ‘과노동과 과소비의 악순환’ 즉, ‘워크 앤 스펜드 사이클’에 갇히게 된 것이죠.

8.
더 많이 쓰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일하는 것은 사회 문제인가, 아니면 자본주의에서 주어진 개인의 자유인가 라는 문제에 답을 내리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사람들이 너무 많은 시간을 노동에 쓰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런 워크 앤 스펜드 사이클에서 의식적으로 벗어나려고 하는 몇개의 삶의 형태를 소개하고 있는데요.

‘덜 벌고 덜 쓰는’ 다운시프터 들이나,

전일제직과 파트타임직의 임금격차를 줄여서 노동자입장에서의 온디맨드 고용환경을 구성하는 네덜란드 모델이나,

주2일은 회사나 정부에 고용되어 일하고, 주5일은 휴일로 삼으며 농사나 소규모자영업등을 통해 일부분 자급자족하는 형태의 공동체인 텃밭가족혁명 등을 사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9.
지금 당장 노동시간을 줄이고, 위와 같은 방법들을 실천하기는 어렵겠지만 이 책을 통해서 자신의 삶에 너무 많은 시간을 일하는데 쓰는 것은 아닐까라고 생각해보는 것과 내가 행복한 수준의 노동시간을 한번 쯤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는 것으로도 이 책을 읽을만한 의미가 되어줄거라 생각합니다. 장시간 노동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해서 살펴볼 수 있는 책, ‘모리오카 고지’의 ‘죽도록 일하는 사회’였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통계로 착각을 부수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