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얇아진 날들

도자기를 만드는 법

by 검사이다

도자기를 만들 때는 구멍 난 흙 사이에 손가락을 넣고 밑에서부터 위로 일정한 힘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손가락의 압력이 조금만 달라도 흙은 금세 일그러진다.

특히 호리병처럼 가운데가 잘록하게 들어간 선을 만들 때는 그 지점에서 넣은 손가락에 힘을 잠깐 주었다가 곧 풀어주며 올라와야 한다.

잠깐의 힘은 형태를 만들지만, 손이 오래 머물면 그 부분은 얇아진다.


ondo studio


초보자인 나는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같으면 과정은 무시하는 현대인답게 그 차이를 이해하지 못했다.
잠깐 힘을 주고 지나가는 것과, 그 자리에 조금 더 머무는 것이 무엇이 그렇게 다를까. 어차피 같은 힘 아닌가. 더 또렷한 선을 빨리 만들고 싶은 욕심이 슬쩍 올라왔다.

선생님이 잠시 눈을 돌린 사이, 나는 잘록한 부분에 손가락을 댄 채 조금 더 머물렀다.


물레는 일정한 속도로 계속 돌고 있었다.
내 손가락 아래로 같은 지점이 여러 번 스쳐 지나갔고 겉으로 보기에 호리병의 부드러운 곡선이 분명히 만들어졌다. 형태는 살아 있었다. 내가 원하던 모양이었다. 성공이다.


수업이 끝나갈 무렵 나는 자랑스럽게 내 호리병을 올려놨다.

선생님이 흙을 가만히 만져보더니 말했다.

“그 병, 깨지겠네요.”


나는 순간 숨을 들이켰다.

가운데 선도 또렷했고, 전체적인 비율도 나쁘지 않았다. 방금 전까지는 스스로 꽤 만족하고 있었는데...

병보다 먼저 내 기분에 금이 갔다.


이유를 묻자 선생님은 내가 머물렀던 지점을 정확히 짚었다.

물레가 도는 동안 같은 자리를 반복해서 누른 셈이니, 그 부분이 이미 얇아졌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매끈해 보여도, 안쪽의 두께가 일정하지 않으면 결국 가마에서 버티지 못한다고 했다.


이런, 그게 문제였구나.

잠깐의 힘은 물레가 만드는 흐름의 안에 있지만, 머무는 힘은 흐름을 거스른다.

나는 어디에서 흐름을 거스르고 있었을까.

나는 무엇을 붙들고, 무엇 앞에서 오래 멈춰 서 있었을까.


오랫동안 머물던 단어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

밥벌이(업).


언론과 정치권에선 검사는 언제나 의심받아 마땅한 집단이다.

검찰은 개혁해야 하는 썩은 물이다.

그 소음 속에서 나는 자주 멈춰 서게 된다. 나는 제대로 일하고 있는가. 내가 지키고 있다고 믿는 정의는 타당한가. 내가 지나는 이 시간들이 정말 의미 있는가.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여야만 하는가.



나의 하루는 늘 조급하고 빠르게 지나가지만, 내 삶은 그만큼 넓어지지 않는다.

지난 12년 동안 나는 6번이나 자리를 옮겼다.(검사는 2년마다 전국을 돈다)
익숙해질 만하면 떠났고, 사람을 알게 될 즈음에는 다시 정리했다.
제대로 된 연애를 시작하기도, 한 사람과 시간을 쌓아가기도 쉽지 않았다.
매일 이어지는 야근 속에서, 아이를 낳고 기른다는 상상은 너무나 비현실적이었다.
나는 선택하기도 전에, 많은 것들을 미리 접어두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결국 흙으로 돌아간 호리병


확신 없는 일이라는 한 지점을 오래 붙들고 있는 동안,
그 부분은 점점 더 예민해지고, 더 날카로워지고, 더 취약해진다.

하지만 살기 위해 1000도가 넘는 열기를 견뎌야 한다.

내가 견디는 이 시간들이 정말 의미가 있는가
그 질문 위에 손가락을 얹은 채 얼마나 누르고 있었는지.

그래서일까.
요즘 나는 조금 많이 얇아진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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