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의 나에게, 마흔 즈음.

by 검사이다

스무 살의 어린 나에게.

너는 평생 이런 질문을 듣지 못했을 거다.

“너는 지금 무엇을 원하니?”


대신 이런 질문을 더 많이 들었을 것이다.

“어느 대학을 갈 거니?”
“어떤 직업을 가질 거니?”
“학점이랑 토익은 몇 점인데?”


이 질문들은 겉으로는 너의 미래를 걱정하는 질문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하나의 답이다.

“사회적으로 괜찮은 선택을 해라"


이 질문은 이상하다.
겉으로는 너에게 묻는 것 같지만, 사실은 네가 아닌 세상에게 묻고 있다.

그리고 너는 아마 그 질문에 성실하게 답하려 할 것이다.
아주 성실하게.


그래서 언젠가 꽤 높은 곳까지 올라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흔 즈음에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 것이다.

잠깐.
나는 한 번이라도 “내가 원하는가”를 물어본 적이 있었나?


조금 이상하게 들릴지 몰라도 스무 살의 너에게 한 가지 실험을 권하고 싶다.

부모님을 실망시키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봐라


물론 부모님의 웃는 얼굴을 보는 너의 기쁨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부모는 자식이 불행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 세상의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이 생각하는 불행은 대개 이런 것이다.

안정적이지 않은 것.
남한테 설명하기 어려운 것.


그래서 아마 그들은 너에게 가지 않은 길이 아닌 '간 길'을 권할 것이다.

그러나 어느 시인은 말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선택했다고

그리고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72466c4f-f0f6-427d-8bcc-52153f748c09.png


너는 아마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을 것이다.

경제적으로 독립하고, 가족을 도와주고, 사회에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을 것이다.

그 마음은 참 귀하다.

하지만 이 말을 남겨두고 싶다.

사람은 자기 안이 비어 있는 상태로는 오래 누군가를 지킬 수 없다.


너의 컵부터 가득 채워라

남을 살리는 것은 언제나 흘러넘치는 것들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 더.

너는 아마 법을 공부하기로 마음먹었을 것이다.

하지만 알아두어라.

법은 세상의 규칙을 세우고 그 규칙을 어긴 사람을 정확하게 반으로 자른다.

칼처럼.


그 날카로움은 누군가를 지키기도 하고 누군가를 베기도 한다.

그리고 가끔은 그 칼을 쥔 너의 손도 벤다.

그러니 이것만은 한 번쯤 물어보았으면 좋겠다.

너를 살아 있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일 앞에서 시간이 사라지는지.

어떤 생각을 하면 가슴이 조금 더 빨리 뛰는지.

지금 하지 않으면 생각보다 오래 그 질문을 미루게 될 것이다.


너무 두려워하지는 마라.

네가 만든 오답을.

정답 같은 얼굴들이 너를 향해 갸웃거릴 때 느껴지는 불안함을.

.

대개 살아 있는 것들은 다 흔들리니까


작가의 이전글조금 얇아진 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