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대참사 추모글
주말 동안 마음이 많이 떠있었다.
저녁 명상으로 호흡으로 돌아오기가 힘들었다.
영상으로 흘러나오는 이태원의 참혹한 모습...
바닥에 누워있는 젊은 이들과 덮어진 비닐 위로 나와있는 아이 같은 발들...
마음이 참 많이 아프고, 불안하고, 어찌할 바 없이 돌아다녔다.
아침부터 부모님께 걱정 어린 전화가 왔다.
엄마는 감사합니다 하느님이라고 말씀하셨다.
신을 믿지 않지만, 신의 존재를 참 강하게 느낀 하루였다. 그렇게 믿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들에겐 없었지만 내게는 있는 하루.
종교가 없어 기도할 곳 없는 나는 서쪽바다를 바라보며, 홀로 초를 켜고 추모 편지를 읽는다.
안녕하세요. 딸내미들 아들내미들.
저는 이제 35살의 흔히들 사회인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딸냄입니다.
나도 당신들처럼, 늘 학업의 압박에 시달렸고, 대학에 가서는 알 수 없는 불안함에 시달렸어요.
그래서 인내하고 인내해, 마침내 하루, 축제를 즐기고 젊음을 채우려 했던 그 마음을 참 잘 알아요.
알아서, 더 마음이 아픕니다.
저는 신이나, 죽음 뒤의 삶은 잘 모릅니다.
하지만, 오늘만은 믿고 싶네요. 다 뜻이 있다고. 그곳에서 혹은 다시 태어나면, 더 책임감 있고, 평온한 사회에서 나 자신으로서 더 온전하게 잘 살기를 바라요.
못다 이룬 꿈 이루길 바라요. 매일이 축제같이 자유롭게 살아도 되는 곳에서.
이도 저도 다 아닐지라도, 그냥 지금 평안에 이르길 기도합니다.
당신의 가족들이 부디 이 슬픔과 상실을 잘 흘러 보내길 기도합니다.
정부의 잘못이니 아니니, 참사가 아니니, 왜 세금을 쓰니 하며 판단하는 소리들에 저는 계속 화가 났어요.
그저 많이 미안합니다. 어른으로서, 좀 더 안전하게 지켜주지 못해서.
축복합니다. 축복합니다.
살아 다행이다라는 마음과 죄책감이 동시에 느껴진다.
그렇기에,
삶은 참 아름답다. 삶과 죽음은 하나다.
모두가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그걸 기억하면 된다.
내일은 1을 하는 월요일이다.
글자가 아닌 사람으로 사건과 기록을 존중하며 대하겠다.
수많은 사람들의 일상의 안전과 평온에 더욱 신경을 쓰며 임해야겠다.
+ 남자 친구도 함께 추모하였고, 글 남긴다.
감히 그 고통 헤아릴 수 없었습니다.
떠나보내는 내 말이 도움이 되진 않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들의 삶이 힘들고 고통스러웠다면, 죽음이 반드시 비극은 아닐 거예요.
만약, 떠나가기가 힘들 정도로 행복하고 많이 사랑을 받았다면 그것은 더더욱 축복이겠죠.
신은 늘 더 좋은 길을 제시한다고 믿어요.
지켜주지 못해 어른으로서 많이 미안합니다.
거기서는 숨 더 크고 마음껏 들이쉬면서 지내요.
평안하세요. 남아있는 가족들을 위해서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