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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사이다 Oct 31. 2022

우리는 연결되어 있어요.

이태원 대참사 추모글


주말 동안 마음이 많이 떠있었다.

저녁 명상으로 호흡으로 돌아오기가 힘들었다.

영상으로 흘러나오는 이태원의 참혹한 모습...

바닥에 누워있는 젊은 이들과 덮어진 비닐 위로 나와있는 아이 같은 발들...

마음이 참 많이 아프고, 불안하고, 어찌할 바 없이 돌아다녔다.


아침부터 부모님께 걱정 어린 전화가 왔다.

엄마는 감사합니다 하느님이라고 말씀하셨다.

신을 믿지 않지만, 신의 존재를 참 강하게 느낀 하루였다. 그렇게 믿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들에겐 없었지만 내게는 있는 하루.

종교가 없어 기도할 곳 없는 나는 서쪽바다를 바라보며, 홀로 초를 켜고 추모 편지를 읽는다.




안녕하세요. 딸내미들 아들내미들.

저는 이제 35살의 흔히들 사회인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딸냄입니다.

나도 당신들처럼, 늘 학업의 압박에 시달렸고, 대학에 가서는 알 수 없는 불안함에 시달렸어요.

그래서 인내하고 인내해, 마침내 하루, 축제를 즐기고 젊음을 채우려 했던 그 마음을 참 잘 알아요.

알아서, 더 마음이 아픕니다.

저는 신이나, 죽음 뒤의 삶은 잘 모릅니다.

하지만, 오늘만은 믿고 싶네요. 다 뜻이 있다고. 그곳에서 혹은 다시 태어나면, 더 책임감 있고, 평온한 사회에서 나 자신으로서 더 온전하게 잘 살기를 바라요.

못다 이룬 꿈 이루길 바라요. 매일이 축제같이 자유롭게 살아도 되는 곳에서.

이도 저도 다 아닐지라도, 그냥 지금 평안에 이르길 기도합니다.

당신의 가족들이 부디 이 슬픔과 상실을 잘 흘러 보내길 기도합니다.

정부의 잘못이니 아니니, 참사가 아니니, 왜 세금을 쓰니 하며 판단하는 소리들에 저는 계속 화가 났어요.

그저 많이 미안합니다. 어른으로서, 좀 더 안전하게 지켜주지 못해서.

축복합니다. 축복합니다.




살아 다행이다라는 마음과 죄책감이 동시에 느껴진다.

그렇기에,

삶은 참 아름답다. 삶과 죽음은 하나다.

모두가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그걸 기억하면 된다.


내일은 1을 하는 월요일이다.

글자가 아닌 사람으로 사건과 기록을 존중하며 대하겠다.

수많은 사람들의 일상의 안전과 평온에 더욱 신경을 쓰며 임해야겠다.




+ 남자 친구도 함께 추모하였고, 글 남긴다.

감히 그 고통 헤아릴 수 없었습니다.

떠나보내는 내 말이 도움이 되진 않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들의 삶이 힘들고 고통스러웠다면, 죽음이 반드시 비극은 아닐 거예요.

만약, 떠나가기가 힘들 정도로 행복하고 많이 사랑을 받았다면 그것은 더더욱 축복이겠죠.

신은 늘 더 좋은 길을 제시한다고 믿어요.

지켜주지 못해 어른으로서 많이 미안합니다.

거기서는 숨 더 크고 마음껏 들이쉬면서 지내요.

평안하세요. 남아있는 가족들을 위해서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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