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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사이다 Jul 24. 2023

아들아 안심하라, 네 죄를 사하느니라

죄는 벌해야 한다는 강박에 관하여

사상계의 큰 영향을 끼친 메리 베이커 에디는 반신불구의 몸으로 죽음의 침대에서, 성경을 펼쳐 마태복음의 구절을 읽었다.

'아들아 안심하라, 네 죄를 사하느니라'

이 구절은 그에게 위대한 회복력을 일으켰고, 병상에서 몸을 털고 일어났다고 한다.

 

크리스천은 아니지만, 동기 검사가 보내주는 성경구절에 마음의 위로를 받고는 한다.

죄를 벌하는 직업을 10년 넘게 하고 있으니, 때로 나에게 극심한 강박을 가지게 한다.

"인간이라면 oo 해서는 안된다'가 마음속 뿌리 깊게 박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나와 남에 대해 용서가 어려울 때가 있다.



주말에 어머니가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조언을 한 일이 있었다.

남자친구는 기분이 상해했고, 나는 화가 났다.

어머니에게도, 남자친구에게도 좋지 못한 기운으로 말을 했다.

그러고 나서, 친구들과 만났고, 내 말에 공감해 주면서도

"엄마가 너를 참 사랑하시나 봐"

라든가

"나는 시어머니가 나한테 연락조차 안 하셔... 잔소리라도 들어보고 싶다."

라는 이야기들을 전했다.

시댁의 반대로 시부모님 없이 결혼식을 올린 친구였다.


아차! 내가 참 꽉 막혀 있었구나.

정신을 차려보니 어머니와 남자친구에게 'oo 해서는 안 돼요!'라고 외쳐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강박 속에서,

상처받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내며 살았던 것 같다.




오늘은 엄마의 불륜 증거를 잡겠다고 엄마 집의 방문객 기록과, 엄마 차의 블랙박스 영상, 휴대폰의 계좌 거래 내역을 털어간 사건을 조사했다. 엄마도 아들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 경우, 주거침입, 차량수색, 정통망법위반(비밀침해) 등이 성립된다.

심지어 차량 수색은 벌금형이 없고, 실형만 있는 범죄이다.

불륜을 저지른 엄마가 아들을 고소해서 실형을 살게 한다?

그들과 얘기를 하다 보니, '뭐, 그럴 수 있지'란 생각이 드는 내가 있었다.


불륜을 한 사람도,

친한 친구를 때린 사람도,

뺑소니를 한 사람도,    

각자의 삶과 각자의 선택이 있다.

나는 법에 따라 그들에게 행동에 따른 적절한 '형'을 내릴 뿐, 판단할 자격은 없다.


당신은 그래도 됩니다. 그 결과가 당신이니까요.

오늘따라 이 말이 소름 돋게 무섭다가도 위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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