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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사이다 Aug 17. 2023

부모를 선택하고 싶지만 안되니까

누가 봐도 부러운 집 자식이 왜 범죄자가 될까

"내가 누군지 알아? 나는 영화를 할 사람이야. 빨리 내보내달라니까?!"



국회의원 아들이 구속되어 왔다.

공무집행방해, 상해, 공용물건손상, 노상방뇨...

이전에는 아무런 문제도 일으키지 않은 명문대 나온 착한 아들.


그는 잠실역 부근에서 만취하여 술 취한 남자들한테 시비를 걸어 싸우다가

팸플릿을 나눠주는 할머니에게 음료를 들이붓고, 고등학생에게까지 시비를 걸었다.

출동한 찰관에게 "짭새새끼, 그러니까 네가 그 모양이지" 며 욕설을 하고. 경찰서에 와서는 오줌을 싸고 자해를 하며 난리를 치다가 독방에 갇히기도 했다.

너무 미친 사람 같아서 소변검사도 했으나 약물반응은 음성이었다.

드라마 '피고인'의 한 장면<출처:sbs홈페이지>


기록에서 본 더러운 행동과 달리 직접 마주한 그는 손질이 잘 돼있는 포마드에 배우 같은 얼굴이었다.

오자마자 옆에 앉은 변호사에게 그는 말했다.

"형, 왜 이렇게 안 와? 나 돈 많으니까 면회 자주 좀 와. 심심하고 무서워"

그렇게 멍청한 듯 순수하게 굴다가 맘에 안 드는 질문에는 눈에 독기를 품고 아니라고 대답한다.

그는 술이 얼마나 한국 사회를 망가뜨리는지에 관하여 세상에 알리고 싶다는 포부를 가지고 영화를 찍는 자칭 '영화배우이자 감독'이었다. 그리고, 영화에 몰입하기 위해 그날 술을 넘치게 마셨다고 했다.

몸소 다큐멘터리를 찍다니.

'행위 예술가가 왔다.' 피식 웃었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그에게 계장님이 말했다.

"경찰서에서 경찰관의 낭심도 무릎으로 찍었어요"

"낭심이 어디예요?"

계장님이 흘끗하며 피의자의 아래를 가리켰다.

"아아..."

처음으로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다.

그래, 너도 그건 너무했다 싶은 거지.


나는 진지하게 정신과적 치료를 권했다.

"네? 영화를 할 사람이고, 정상이에요. 무슨 소리세요?"

그는 또 눈을 희번덕 거리며 언제든 공격할 것처럼 몸을 앞으로 내세웠다.

나는 지지 않겠다는 듯 힘주어 말했다.

"정상은 없어요. 정상이 아닌 걸 인정해야 시작이에요."

".... 저는 정상이에요.!! 그럼 정신병동에 가야 한단 건가요?"

"저도 힘들 땐 정신과 상담을 받아요... 하지만 뭐 이거 하나는 부럽네요. 열정. 영화에 대한 열정이 있는 것은 좋은 거예요."

"...... 네?.... 뭐라고요?..."

순간 그가 고개를 푹 숙이더니, 눈물을 흘렸다. 이윽고 대성통곡을 했다.

"흑.... 흐으어엉.."


덕분에 무슨 일이 있나 하고, 다른 방 검사들까지 기웃거린다.

'무슨 일 있냐'며 크게 입모양을 벌리다 간다.

방에서 큰소리가 나니 궁금하겠지.


울음은 오랫동안 계속됐고 인내심을 가질 시간이었다.

그는 울면서 파편적으로 이런 말을 했다.

"아무도 나한테 그런 말을... 흐엉...

다 나한테 미쳤다고... 흐어억. 억..  아버지도 뇌검사를 받아보라고... 억억"

그는 묵혔던 감정을 쏟아냈다.

대기업을 다니던 아들이 영화를 찍겠다며 회사를 그만두고 옥탑방에 처박힌 게 못내 쓰려 아들을 정신병자 취급한 그림이 자연스레 그려진다. 국회의원의 체면도 말이 아니었겠지.


"실제로 경험을 했으니 이 경험을 토대로 더 좋은 작품 하면 되죠. 다만, 본인으로 인해 피해받은 사람들이 많으니 그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할 거고요"

"네, 검사님... 죄송합니다... 제가 다 책임지겠습니다!"


피의자는 마음이 선 듯 결의에 찬 얼굴과 말투로 한순간 변해있었다.

꼭 나가서 제대로 된 삻을 살겠다고 했다.

모든 죄를 부인하던 그는 갑자기 다음날 모든 피해자들과 합의를 보았다.

부모가 비록 자식에게 믿음은 주지 못했지만, 돈이라도 준 것은 다행인 걸까.

그가 그렇게 바라던 것은 '인정'이었나 싶다.

나도 늘 바랬다.  있는 그대로 나를 인정해 주는 그런 부모를.


누가 봐도 좋은 환경이지만 행복하지 못한 아이들이 참 많다.

아이들이 바라는 것은 참 단순한 것인데도.


다시는 그를 보지 않기를. 묵힌 감정들을 자신이 원하는 예술로 세상에 내놓기를.

모든 피의자들을 떠나보낼 때처럼 한결같은 마음으로 바라고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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