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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 Oct 30. 2020

헝가리 M66, 8번 국도

헝가리 여행



모든 지나가는 풍경들은 말이 없다.

‘지나가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이 삶에서 가장 소중한 찰나이다’라고, 나에게 말을 거는 듯했다.



헝가리 지방 도시 : 나무, 좁은 길목, 초록 풀, 하늘, 작은 집






헝가리 M66, 8번. 국도.



남서쪽 크로아티아 방향으로 향하는 M7 고속도로를 벗어나, 국도로 빠져들면서 내가 모르던 이들의 삶과 역사, 변화를 엿본다.



자연과 대지, 하늘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순간이다. 경이로운 엄숙함이 몰려온다.

동서남북, 틀어지는 방향에 따라 내가 모르던 헝가리가

‘왜 이제 왔느냐’하고 아쉬움 섞인 반가운 인사를 건네었다.



어느 나랄 가든, 고속도로의 쭉 뻗은 직선보다는 국도만의 자연스러운 곡선이 제 맛이다.

‘고속’은 어딜 가도 효율이고, ‘국도’는 어딜 가도 호기심이기 때문이다. (효율과 호기심은 땅과 하늘 차이다)

고로 - 나에게 고속도로는 닫히는 공간, 국도는 열리는 공간이다. 부다페스트를 벗어난 여름을 마셔본다.



대평원, 해바라기 꽃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이고 있음을 발견한다.

여름이 지나가고 있단 신호다.

여름 한가운데 있으면서, 벌써부터 지나갈 여름을 부여잡고 싶은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비타민D 영양소를 최대한 햇빛으로 과잉 섭취하는 나로서는 유럽의 써머타임(해가 길다) 속, 여름만 한 계절이 없는 것을.. 이때를 극도로 좋아하는 나 자신에게 원래 여름은 없는 것!이라고 주입이라도 시켜야 할 판이다.




일몰이 시작되기 전 -






타국에서 만나는 고속도로 길 위, 주유소(혹은 휴게소)는 나에게 극강의 이방인의 느낌을 선사한다.

크로아티아, 오스트리아, 체코 등 주변국 차량 주인들이 한국인인 나와 지금 한 곳에서 같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 삶의 신비이다.





소크라테스는 어디 출신이냐는 질문을 받자
“아테네!”라고 하지 않고 “세계”라고 대답했다.

                          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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