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케이 Oct 27. 2020

'부다페스트(BudaPest)'를 아십니까?

[ '부다'와 '페스트' in Hungary ]

[2020. 8월의 일기]




8월의 부다페스트는 매우 덥고, 매우 맑다.



늘 그렇듯 '부다'와 '페스트' 곳곳을 거닐어 본다.

(멈춰진 사고 회로에 생기를 불어넣기 위해 걷는 것만큼 효과 좋은 게 있을까?)




고요한 부다의 모습


활기찬 페스트




최근 3-4년 전부터 헝가리, 부다페스트가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 매스컴에 나오면서 '동유럽의 매력'을 알기 위해 꼭 가봐야 하는 명소로 자리잡기 시작하였다.

상대적으로 체코에 인기가 가려졌었는데, 역시나 원석은 빛나기 마련이다.



특히나 이곳은 야경이 유명하다. 매. 우. 유명하다.

유럽의 3대 야경 중 하나란 타이틀과 더불어 세계 3대 야경 중 하나라고 당연히(?) 소개되는 부다페스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국회의사당의 황금빛 위엄



저 멀리 부다왕궁과 세체니 다리_rooftop view




하지만! 


밤만큼이나 낮에도 반짝반짝 빛나는 부다페스트.



2020.08.06_빛나는 부다페스트(보정 필요 없어요)




이곳에 처음 온 사람들이 " '부다'와 '페스트'가 다른 도시였었군요!"라고 종종 묻곤 한다.

'다뉴브 강의 진주'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이 도시는 강을 기준으로 '부다'와 '페스트'로 나뉘어 있다.

더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부다, 페스트, 오부다' 이렇게 세 구역이었는데 1873년, 통합되어 지금의 부다페스트로 탄생한 것이다.



BUDA : '부다'의 어원에 관해서는 다양한 주장이 있는데, 물을 의미하는 슬라브어 '보더(Voda)'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PEST : '페스트'는 '화로' 혹은 '가마'를 의미하는 고대 불가리어에서 유래했다는 가설이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다.
유진일, 「꿩 먹고 알 먹는 헝가리어 첫걸음 중에서」



'부다'는 지형적인 면에서 '구릉지, 언덕'이라 불리고, '페스트''평지'라고 일컫는다.

 '부다'는 부촌, '페스트'는 신시가지로 대변되기도 하고,

그에 걸맞게 '부다'는 평창동처럼 정적인 동네, '페스트'는 홍대, 이태원처럼 젊은이들의 천국으로 빗대어 이야기하기도 한다.







내가 이 도시에서 매너리즘에 잘 빠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부다로.., 페스트로.., 오부다로.. 떠나는' 일상 속, 일상 여행 -



'부다에서 바라본 페스트'는 나에게 충만함을 허락해준다.

'페스트에서 바라본 부다'는 나에게 경이로움을 선사하고.. 이 도시의 과거를 캐고 싶어 하게끔 만든다.

그리고 부다페스트 내 또 다른 도시로 느껴지는, 옛 유적지 '오부다'까지..



부다에서 바라본 페스트 (1)

    


부다에서 바라본 페스트 (2)



페스트에서 바라본 부다 (1)


페스트에서 바라본 부다 (2)



평화로운 오부다 (Obuda)



서울이 한강을 기점으로 강남, 강북으로 가로획을 긋는다면,

부다페스트는 두너강(헝가리어로)을 중심에 두고 부다(강서), 페스트(강동)로 세로획으로 나뉜다.



가운데, 두너강을 기준으로 좌(부다), 우(페스트)




부다페스트란 어감이 내게 주는 느낌(청각적)과 인상(시각적)이 있다.


영어와 한국어로 느끼는 감정도 각각 다르다.



영어로는 'Budapest'

한국어로는 '부다페스트'


이곳에 여행자로 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부다페스트, Budapest'란 이름은 나에게 남달랐다.



활자로 볼 때도 매력이 있고, 소리(음성)로 들었을 때도 '도시 이름 참 잘 지었다'..라는 생각이었고,


사운드로 들을 때와, 도시 곳곳에 표지판이나 엽서에 적인 이름, 수많은 '부다페스트&Budapest'를 보았을 때 난 묘한 기분(짜릿한 기분? 변태인가;)에 사로잡히곤 했다. 지금도 그렇다. (이쯤 되면 내가 정말 헝가리인이었나 싶다)



이건 마치 "부다페스트가 왜 좋아?" 하는 질문을 들을 때와 비슷한 기분인데,

하고 싶은데 하지 못 하는 심정은 꽤나 찝찝하고 괴로운 것임을...




예컨대,

한창 이 도시를 찬양할 때, 친구들한테

- "부다페스트 - 이름부터가 섹시하지 않아?"라고 하면,

-"대체 어디에서? 무엇 때문에?" 이런 답이 돌아온다. 그럼 나는,

- "뭐랄까? 소리가 주는 웅장함이 있어. 그게 가슴속으로 파고드는 기분이야. '부다' '페스트' 나뉘어 있던 것도 똑똑한 선조들이 언젠가  도시가 합쳐져 '부다페스트' 불릴 것을 예상했다는 , 준비시켜 놓은 것 같지 않아? 너무  어우러지잖아.  그래?"라고 하면 친구는 다시,

-"네 말을 들으니 그런 느낌이 드는 것도 같고.. ㅎㅎ 근데 오그라든다, 야"라고 한다. 그럼 그때부터 더 feel을 받아서 난 말을 이어간다.

-"저기 저 글자를 봐봐. 어떻게 'BUDAPEST'라는 조화가 생기지? BUDA는 글자 모양도 소리도 곰돌이처럼 둥글 묵직한데, PEST는 모양도 소리도 절도 있는 무사 같아. 안 그래? 근데 그게 합쳐지면 매우 섹시한, 뭐랄까. 독보적인 도시의 이름이 완성돼. 내 말이 맞지? 아니야? PESTBUDA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 그게 아닌 BUDAPEST! 너무 완벽해!"이런 식의 설명이 되는 것이다.




'아직 갈길이 멀었구나... 더 많이 읽고, 쓰고, 상상해야지'


부다페스트, 옛 모습




오늘도 난,

앞으로도 난,

부다페스트를 세밀히 관찰하고, 생각하고, 고민하고

사랑하였듯이 사랑하면서 사랑할 것이다.


가는 길은 어여쁘지만, 만만하다고 할 수는 없다. 행복하지만, 불안하지 않은 것은 아닌 것처럼.


나에게 이 길을 권한 사람은 없다. 그저 내가 발견하고 걸어가는 것이기에...

혼자 걷는 길은 나에게 특권을 누리는 기분이 들게 하지만, '혼자서' 걷는 행위 자체는 나를 종종 쓸쓸하게 한다.


그럼에도, 난 오늘을 꾹꾹 눌러 채워왔으니, 내일을 위해 비우고 다시 새로움으로 담아야지.

계속해서 내 길을 성실히 걸어가야지..



이전 22화 헝가리 M66, 8번 국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