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Budapest?"
한 사람이 너무 좋으면 콩깍지가 씐다고 하지, 아마?
그게 왜인지도 모르고 설명할 필요도 없는 그 기분,
이유를 찾으면 그때부터 달아나 버릴 것만 같은,
안 보인대도 절대적으로 존재하는 공기처럼 스며드는 감정, ‘사랑'
그 사랑이 '사람'에서 '도시'로 자리를 옮기던 순간이었다.
나는 이것을 '헝부심(헝가리 자부심)’이라고 표현한다.
좋은 이유를 말하라면 침 튀기며 흥분할 각오로 대단한 감정인 것처럼 표출할 수도 있지만,
근데 난 "왜 이곳이 좋아요?"라는 수많은 질문을 받을 때마다, ‘그 감정'에 대해 입 밖에 잘 내질 않는다.
그때부터 내 마음에 살아있는 이 꿈틀거림이 '몇 가지 설명으로 압축되는 ‘그저그런 적당한 정의'로 끝이 나버릴까 봐..
그래서 난 이 도시를, 매일을 '두근거리는 내 심장 속에 가두며' 다채로운 색으로 유지한다.
(무형의 것을 유형의 것으로 표현해내라는 것만큼 버거운 숙제는 없는 것 같다.)
길을 걷다 보면 '아.. 이래서 이 도시가 좋아'하는 장면들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포착된다.
그러면 어김없이 셔터를 누르고, 사진을 찍고, 영상을 남긴다. 메모로 적어내기도 하고, 그에 어울리는 음악을 틀기도 한다. 그림에 소질이 있었다면, 반 고흐의 아류 정도는 될만한 실력으로 '이 마음'을 표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도시'를 향한 마음 하나만큼은 어딜 내놔도 1등을 자부하기에! : )
아래 열거한 순서는 순위가 아닌,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의 나열이다.
오늘은 그 1탄!
1. 개 산책을 시키는 평일 한낮, 여유로운 자들의 향연 ‘일은 언제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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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하버드 도서관 부럽지 않은 곳, '너 해리포터 촬영지 아니지?' 부다페스트 중앙 도서관 [Metropolitan Ervin Szabó Libr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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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부자든 가난한 자든, 일상의 풍요를 격차 없이 누릴 수 있는 공평함이 많은 곳.
어딜 가나 턱-하니, 앉아 일광욕을 즐기거나 멍 때릴 수 있는 벤치, '책 한 권 펼쳐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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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밤이 살아있는 도시. 이곳에 처음 왔을 때, 놀랐던 점 1순위가 늦은 시간에도 열려 있는 레스토랑, pub, bar들(적어도 내가 아는 유럽 국가 중에서는 밤이 가장 빛나는 곳이다. 물론 야경도 한몫하고). 낮만큼 밤도 안전하다. ‘불금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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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유럽 최고의 야경을 뒤로하고, 즐기는 체력 증진 활동 (러닝, 바이킹, 산책 등) '스포츠 모델 같아,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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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할머니 두 분이 멋 내고 모양 내고 정답게 세체니 런웨이를 즐길 수 있는 생활. '할머니, 나도 할머니처럼 나이 들래요'
* 서울의 면적과도 비슷한 부다페스트는 주요 도심지가 중간에 밀집되어 있기에, 걸어서 다닐 수 있는 행동반경이 꽤 넓다. 대중교통도 워낙 잘 되어 있고. 교통권 정기권의 가격도 저렴하고.. (우리나라 돈으로 약 4만 원 정도면, 모든 교통- 트램, 트롤리 버스, 일반 버스, 주중 주간 배, hev(교외 전차), 메트로 등-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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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두너강(다뉴브 강),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국회의사당, 밤하늘의 별, 강을 끼고 달리는 노란 트램 -
이 모든 것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게 일상인 곳, 이 일상이 사치처럼 느껴질 만큼 매일 새로운 설렘.
‘나도 오늘은 영화의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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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지역 시장도 하나의 건축물로 승화시키는 그들의 숭고한 노력과 오랜 역사. '사과 파는 곳 맞나요?'
9. 가족 중심의 문화 (주말엔 가족과 함께!) '내 미래의 남편, 보고 있니?'
10. 골목, 골목 예쁜 카페.
쨍한 햇살, 커피 내음, 헝가리인들의 수다도 헝가리어 공부로 이용할 수 있는 일석삼조의 공간. '공부도 재미있는 시간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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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초록 녹음과, 깨끗한 공기, 파란 하늘이 일상인 여름. '안녕, 여름아?' (특히나 여름이 건조한 곳이라 사각사각한 더위로 개운함까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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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그들의 퇴근길, 혹은 출근길 여유. 일상도 여행처럼! '특별한 날만 특별한 게 아니라, 매일을 특별하게 보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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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영웅광장도 보고, 미술관도 가고! 관광과 문화가 하나인 곳. '오늘은 기분 좀 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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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동화 속 드라큘라(버이더휴녀디 성)성이 내가 사는 동네가 되는 순간. '이곳에 드라큘라가 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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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남들이 손꼽아 멋지다고 칭찬하는 도시에서 매일을 살아 숨 쉬는 것. 그 감사한 마음이 또 감사. 'Thanks, God. You made my d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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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주문하다가도 식당 직원과 친구가 될 수 있는 열린 마음 '당신의 이름이 가보르였나요, 아님 티보르 (쏴리)?' ▼
17. 진화가 덜 된 나라, 더 고유한 아름다운 색채. 자본주의의 물결아, 천천히 흘러오렴! '클래식 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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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골목도 하나의 문화 예술이 된다. 그것이 당연한 그들의 자연스러운 태도. '랑고쉬는 후미진 골목에서 먹은 게 제 맛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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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인구 밀도 ↓. 이런 관광지에도 사람이 미친 듯이 몰리지 않는 현상. (우리나란 잘못이 없죠. 그저 좁은 땅덩어리가 안타까울 뿐이에요)
20. '넌 누구냐!', 국회의사당을 벗 삼아 멍 때리는 그대는 진정 야경 과소비자! 자기가 이 화보의 주인공이 되었단 사실도 모른 체, 등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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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할아버지, 멋있어요!' '에스프레소, 담배, solo, 카페, 노천 테이블'이란 키워드에 할아버지가 웬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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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동유럽 와인의 성지, 헝가리. 이슈트반 성당과 'Che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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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너희들, 마실 나왔니?' 그들의 일상 속에 스며들기. 비로소 완성된 나의 하루 in Budap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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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이 풍광과 헤어지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 -
'내일 또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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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는 문화. '내 멋은 내가 챙겨요!' (묻지도 따지지도 않기. 넌 너대로! 난 나대로. 남한테 아무 관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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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작열하는 태양- 써머타임 속, 부다페스트. '도시가 마법을 부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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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시도 때도 없이 열리는 행사 (마라톤, 축제, 시위 등) '노는 거 하나만큼은 기똥차게 부지런해요!' 같이 신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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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1탄이다. 2,3,4,5....100탄 시리즈가 되는 그날까지! 화이팅!
파리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맛있는 저녁을
먹을 시간은 남겨두라고.
가족들과 함께
사랑할 시간을 남겨두라고.
이것들을 그 어떤 것보다
인생의 앞에 두라고.
그것을 모르지는 않지만
여지껏 그것을
맨 앞에 둔 일이 없었다.
파리 사람들은 일주일에
서른여섯 시간을 일한다고 한다.
야근은 없고, 주말 근무도 없지만
한 달이 넘는 바캉스는 있다.
공부를 하고 싶은 학생이 돈이 없어
공부를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학비는
여자들이 뽐내며 메고 다니는
가방보다 한참이나 싸다.
아니 정말 거의 돈을 내지 않고
학교를 다닌다.
지하철의 개찰구에서도 표 검사는
하지 않는다.
거리마다 사랑을 하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의 사람들은
상상하기 힘든 삶을 파리 사람들은
살아가고 있다.
그들은 좋아하는 것을
맨 앞에 두고 산다.
그것도 자연스럽게.
최전호, 「버텨요, 청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