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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 Oct 29. 2020

"부다페스트가 왜 좋아?"

"Why Budapest?"



한 사람이 너무 좋으면 콩깍지가 씐다고 하지, 아마?

그게 왜인지도 모르고 설명할 필요도 없는 그 기분,

이유를 찾으면 그때부터 달아나 버릴 것만 같은,

안 보인대도 절대적으로 존재하는 공기처럼 스며드는 감정, ‘사랑'



그 사랑이 '사람'에서 '도시'로 자리를 옮기던 순간이었다.

나는 이것을 '헝부심(헝가리 자부심)’이라고 표현한다.



좋은 이유를 말하라면 침 튀기며 흥분할 각오로 대단한 감정인 것처럼 표출할 수도 있지만,

근데 난 "왜 이곳이 좋아요?"라는 수많은 질문을 받을 때마다, ‘그 감정'에 대해 입 밖에 잘 내질 않는다.



그때부터 내 마음에 살아있는 이 꿈틀거림이 '몇 가지 설명으로 압축되는 ‘그저그런 적당한 정의'로 끝이 나버릴까 봐..

그래서 난 이 도시를, 매일을 '두근거리는 내 심장 속에 가두며' 다채로운 색으로 유지한다.

(무형의 것을 유형의 것으로 표현해내라는 것만큼 버거운 숙제는 없는 것 같다.)


길을 걷다 보면 '아.. 이래서 이 도시가 좋아'하는 장면들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포착된다.

그러면 어김없이 셔터를 누르고, 사진을 찍고, 영상을 남긴다. 메모로 적어내기도 하고, 그에 어울리는 음악을 틀기도 한다. 그림에 소질이 있었다면, 반 고흐의 아류 정도는 될만한 실력으로 '이 마음'을 표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도시'를 향한 마음 하나만큼은 어딜 내놔도 1등을 자부하기에! : )



아래 열거한 순서는 순위가 아닌,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의 나열이다.

오늘은 그 1탄!






1. 개 산책을 시키는 평일 한낮, 여유로운 자들의 향연 ‘일은 언제 하나요?'



2. 하버드 도서관 부럽지 않은 곳, '너 해리포터 촬영지 아니지?' 부다페스트 중앙 도서관  [Metropolitan Ervin Szabó Library]



3. 부자든 가난한 자든, 일상의 풍요를 격차 없이 누릴 수 있는 공평함이 많은 곳.

어딜 가나 턱-하니, 앉아 일광욕을 즐기거나 멍 때릴 수 있는 벤치,  '책 한 권 펼쳐볼까?'



4. 밤이 살아있는 도시. 이곳에 처음 왔을 때, 놀랐던 점 1순위가 늦은 시간에도 열려 있는 레스토랑, pub, bar들(적어도 내가 아는 유럽 국가 중에서는 밤이 가장 빛나는 곳이다. 물론 야경도 한몫하고). 낮만큼 밤도 안전하다. ‘불금이니?’



5. 유럽 최고의 야경을 뒤로하고, 즐기는 체력 증진 활동 (러닝, 바이킹, 산책 등) '스포츠 모델 같아, 언니'



6. 할머니 두 분이 멋 내고 모양 내고 정답게 세체니 런웨이를 즐길 수 있는 생활. '할머니, 나도 할머니처럼 나이 들래요'

 * 서울의 면적과도 비슷한 부다페스트는 주요 도심지가 중간에 밀집되어 있기에, 걸어서 다닐 수 있는 행동반경이 꽤 넓다. 대중교통도 워낙 잘 되어 있고. 교통권 정기권의 가격도 저렴하고.. (우리나라 돈으로 약 4만 원 정도면, 모든 교통- 트램, 트롤리 버스, 일반 버스, 주중 주간 배, hev(교외 전차), 메트로 등-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7. 두너강(다뉴브 강),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국회의사당, 밤하늘의 별, 강을 끼고 달리는 노란 트램 -

이 모든 것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게 일상인 곳, 이 일상이 사치처럼 느껴질 만큼 매일 새로운 설렘.

‘나도 오늘은 영화의 주인공'



8. 지역 시장도 하나의 건축물로 승화시키는 그들의 숭고한 노력과 오랜 역사. '사과 파는 곳 맞나요?'



9. 가족 중심의 문화 (주말엔 가족과 함께!) '내 미래의 남편, 보고 있니?'



10. 골목, 골목 예쁜 카페.

 쨍한 햇살, 커피 내음, 헝가리인들의 수다도 헝가리어 공부로 이용할 수 있는 일석삼조의 공간. '공부도 재미있는 시간이 됩니다!'



11. 초록 녹음과, 깨끗한 공기, 파란 하늘이 일상인 여름. '안녕, 여름아?' (특히나 여름이 건조한 곳이라 사각사각한 더위로 개운함까지 느껴진다)



12. 그들의 퇴근길, 혹은 출근길 여유. 일상도 여행처럼! '특별한 날만 특별한 게 아니라, 매일을 특별하게 보내고 싶어'



13. 영웅광장도 보고, 미술관도 가고! 관광과 문화가 하나인 곳. '오늘은 기분 좀 내볼까?'



14. 동화 속 드라큘라(버이더휴녀디 성)성이 내가 사는 동네가 되는 순간. '이곳에 드라큘라가 살고 있나요?'



15. 남들이 손꼽아 멋지다고 칭찬하는 도시에서 매일을 살아 숨 쉬는 것. 그 감사한 마음이 또 감사. 'Thanks, God. You made my days!'



16. 주문하다가도 식당 직원과 친구가 될 수 있는 열린 마음 '당신의 이름이 가보르였나요, 아님 티보르 (쏴리)?' ▼



17. 진화가 덜 된 나라, 더 고유한 아름다운 색채. 자본주의의 물결아, 천천히 흘러오렴! '클래식 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아요'



18. 골목도 하나의 문화 예술이 된다. 그것이 당연한 그들의 자연스러운 태도. '랑고쉬는 후미진 골목에서 먹은 게 제 맛이지!'



19. 인구 밀도 ↓. 이런 관광지에도 사람이 미친 듯이 몰리지 않는 현상. (우리나란 잘못이 없죠. 그저 좁은 땅덩어리가 안타까울 뿐이에요)



20. '넌 누구냐!', 국회의사당을 벗 삼아 멍 때리는 그대는 진정 야경 과소비자! 자기가 이 화보의 주인공이 되었단 사실도 모른 체, 등지고 있다.



21. '할아버지, 멋있어요!'  '에스프레소, 담배, solo, 카페, 노천 테이블'이란 키워드에 할아버지가 웬 말이냐.



22. 동유럽 와인의 성지, 헝가리. 이슈트반 성당과 'Cheers!'




23. '너희들, 마실 나왔니?' 그들의 일상 속에 스며들기. 비로소 완성된 나의 하루 in Budapest-



24. 이 풍광과 헤어지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 -

 '내일 또 올게'..



25.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는 문화. '내 멋은 내가 챙겨요!' (묻지도 따지지도 않기. 넌 너대로! 난 나대로. 남한테 아무 관심이 없다)




26. 작열하는 태양- 써머타임 속, 부다페스트. '도시가 마법을 부립니다!'



27. 시도 때도 없이 열리는 행사 (마라톤, 축제, 시위 등) '노는 거 하나만큼은 기똥차게 부지런해요!' 같이 신나는 마음.



오늘은 1탄이다. 2,3,4,5....100탄 시리즈가 되는 그날까지! 화이팅!








파리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맛있는 저녁을

먹을 시간은 남겨두라고.

가족들과 함께

사랑할 시간을 남겨두라고.

이것들을 그 어떤 것보다

인생의 앞에 두라고.


그것을 모르지는 않지만

여지껏 그것을

맨 앞에 둔 일이 없었다.

파리 사람들은 일주일에

서른여섯 시간을 일한다고 한다.

야근은 없고, 주말 근무도 없지만

한 달이 넘는 바캉스는 있다.

공부를 하고 싶은 학생이 돈이 없어

공부를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학비는

여자들이 뽐내며 메고 다니는

가방보다 한참이나 싸다.

아니 정말 거의 돈을 내지 않고

학교를 다닌다.

지하철의 개찰구에서도 표 검사는

하지 않는다.

거리마다 사랑을 하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의 사람들은

상상하기 힘든 삶을 파리 사람들은

살아가고 있다.


그들은 좋아하는 것을

맨 앞에 두고 산다.

그것도 자연스럽게.


최전호, 「버텨요,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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