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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들송이 Mar 24. 2018

선물은 물어보고 사자

작가 지망생의 습작(習作) #11




 내 돈 주고 사기는 아까운데, 있으면 좋은 것.

 보통 이런 것을 좋은 선물이라고 한다. 이런 선물이 좋은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로는, 본인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이미 있거나 구매할 준비 중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통 그런 물건은 세심한 부분까지 고려하기 때문에(가방을 예로 들자면 브랜드나 사이즈, 색상, 재질 등이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 선물을 받게 될 경우 마음에 안 들면 곤란한 상황이 벌어진다. 교환권을 함께 주는 방법이 있지만, 선물을 교환하는 것도 부담스럽거나 여건이 안 될 수 있기에 어찌 되었든 피하고 싶은 상황이다. 따라서 적당한 선호의 아이템이 무난히 좋은 선물이라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이유는, 의외의 선물이 주는 기쁨이다. 그다지 필요는 없지만 한 번쯤 있으면 싶었던 선물을 받는다면, 그것이 실용적인가와는 별개로 상당한 기쁨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의외의 선물을 잘하면 센스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선물은 무조건 서프라이즈로 준비했다. 

 비밀리에 준비한 선물을 상대가 얼마나 마음에 들어하는지가 평소 그를 생각하는 나의 마음과 비례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평소에 널 이만큼 생각하고 있었어.’ 이를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고 표현하는 방법이 바로 ‘선물’이었다.


 그렇다면, 가까운 사람일수록 선물은 금방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 평소 나는 그 사람에게 큰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관찰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소중한 사람일수록 선물을 준비하는 것이 더욱 어려웠다. 그 사람에 대해서 많이 알수록 어떤 점을 마음에 들어하고 어떤 점을 싫어할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그래서 어떤 물건을 보더라도 눈에 차지 않았다. 소중한 상대가 마음에 들어할 선물을 하고 싶은 욕심에 참 많이도 고민했었다. 반대로 나와 그 사람의 거리가 멀수록 고민은 줄어들었다. 그 사람의 생일이나 축하할 일에 선물을 주는 것은 관계 유지를 위해서지, 그 사람에게 내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주기만 하면 될 일이다. 




 선물에 대한 생각이 바뀌는 데는 경험에서 비롯한 몇 가지 깨달음이 서서히 작용했다. 

 먼저, 나와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의 취향을 100% 만족시키는 서프라이즈 선물을 하기란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한 지붕 아래에서 사는 가족의 취향도 잘 모르는데, 하물며 타인이라면 아무리 가까운 들 어떻게 그를 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관심법을 쓰는 궁예가 아니라면 말이다. 


 다음으로, 선물하고 난 다음 상대에게서 충분한 반응을 바라는 내 모습이 조금 민망하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자, 여기 선물!’ 이러고 말았지만, 속으로는 내심 상대가 감동해서 장문의 카톡을 보내주기를 바라기도 했었다. 줬으면 줬지 그렇게 열과 성을 다한 감사를 원하는 건 적성에 맞지 않았다. 부끄러운 기억이다.


 최근에는 가까운 사람에게는 먼저 물어본다. 

 어떤 것을 받고 싶은지, 혹시 사려고 봐 두었던 것이 있는지. 괜찮다면 내가 그걸 사주고 싶다고 말한다. 이런 말에 대해 ‘우리 사이에 그런 걸 굳이 말해 줘야 해?’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무엇이 갖고 싶은지 정확하게 알려준다.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링크를 보내주기도 한다. 사준다고 하면 부담스럽지 않을까, 걱정할 수 있지만 가까운 사이일수록 그렇지 않다. 나의 애정을 상대가 알고, 나도 상대의 애정을 알기에 선물을 주고받는 것이 당연한 관계이기 때문이다. 


 누구도 나를 나만큼 잘 알 수는 없다. 

 모든 사람이 그렇다. 그렇기에 섣불리 상대의 취향을 단정 짓고, ‘내가 생각했을 때’ 좋아할 만한 선물을 주고, 상대의 반응이 생각보다 별로라서 상처받는 일은 더는 하지 않기로 한다. 그 사람의 마음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이 아니라면, 반응은 언제나 기대 이하일 수밖에 없다. 모두가 만족스러운 선물을 위해서는 정확히 원하는 것을 물어보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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