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지망생의 습작(習作) #11
보통 이런 것을 좋은 선물이라고 한다. 이런 선물이 좋은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로는, 본인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이미 있거나 구매할 준비 중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통 그런 물건은 세심한 부분까지 고려하기 때문에(가방을 예로 들자면 브랜드나 사이즈, 색상, 재질 등이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 선물을 받게 될 경우 마음에 안 들면 곤란한 상황이 벌어진다. 교환권을 함께 주는 방법이 있지만, 선물을 교환하는 것도 부담스럽거나 여건이 안 될 수 있기에 어찌 되었든 피하고 싶은 상황이다. 따라서 적당한 선호의 아이템이 무난히 좋은 선물이라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이유는, 의외의 선물이 주는 기쁨이다. 그다지 필요는 없지만 한 번쯤 있으면 싶었던 선물을 받는다면, 그것이 실용적인가와는 별개로 상당한 기쁨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의외의 선물을 잘하면 센스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비밀리에 준비한 선물을 상대가 얼마나 마음에 들어하는지가 평소 그를 생각하는 나의 마음과 비례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평소에 널 이만큼 생각하고 있었어.’ 이를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고 표현하는 방법이 바로 ‘선물’이었다.
그렇다면, 가까운 사람일수록 선물은 금방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 평소 나는 그 사람에게 큰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관찰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소중한 사람일수록 선물을 준비하는 것이 더욱 어려웠다. 그 사람에 대해서 많이 알수록 어떤 점을 마음에 들어하고 어떤 점을 싫어할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그래서 어떤 물건을 보더라도 눈에 차지 않았다. 소중한 상대가 마음에 들어할 선물을 하고 싶은 욕심에 참 많이도 고민했었다. 반대로 나와 그 사람의 거리가 멀수록 고민은 줄어들었다. 그 사람의 생일이나 축하할 일에 선물을 주는 것은 관계 유지를 위해서지, 그 사람에게 내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주기만 하면 될 일이다.
먼저, 나와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의 취향을 100% 만족시키는 서프라이즈 선물을 하기란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한 지붕 아래에서 사는 가족의 취향도 잘 모르는데, 하물며 타인이라면 아무리 가까운 들 어떻게 그를 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관심법을 쓰는 궁예가 아니라면 말이다.
다음으로, 선물하고 난 다음 상대에게서 충분한 반응을 바라는 내 모습이 조금 민망하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자, 여기 선물!’ 이러고 말았지만, 속으로는 내심 상대가 감동해서 장문의 카톡을 보내주기를 바라기도 했었다. 줬으면 줬지 그렇게 열과 성을 다한 감사를 원하는 건 적성에 맞지 않았다. 부끄러운 기억이다.
어떤 것을 받고 싶은지, 혹시 사려고 봐 두었던 것이 있는지. 괜찮다면 내가 그걸 사주고 싶다고 말한다. 이런 말에 대해 ‘우리 사이에 그런 걸 굳이 말해 줘야 해?’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무엇이 갖고 싶은지 정확하게 알려준다.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링크를 보내주기도 한다. 사준다고 하면 부담스럽지 않을까, 걱정할 수 있지만 가까운 사이일수록 그렇지 않다. 나의 애정을 상대가 알고, 나도 상대의 애정을 알기에 선물을 주고받는 것이 당연한 관계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그렇다. 그렇기에 섣불리 상대의 취향을 단정 짓고, ‘내가 생각했을 때’ 좋아할 만한 선물을 주고, 상대의 반응이 생각보다 별로라서 상처받는 일은 더는 하지 않기로 한다. 그 사람의 마음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이 아니라면, 반응은 언제나 기대 이하일 수밖에 없다. 모두가 만족스러운 선물을 위해서는 정확히 원하는 것을 물어보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