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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들송이 Mar 25. 2018

지난 주말은 정말 완벽했다

작가 지망생의 습작(習作) #12




금요일이 좋은 이유는 이틀간 밖에 나오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불금은 무릇 따뜻한 집에서 좋아하는 음악 틀어놓고, 향초 피우고, 책과 와인을 곁에 두는 게 최고다. 주말에 약속이 잡히면 뭔가 김이 샌다. 주말 이틀 중 하루는 약속이 있다면, 남은 하루는 무조건 집에서 휴식이다. 세상 어디에도 내 집만큼 마음 편하고 몸 편한 곳이 없다.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집에서 혼자 그렇게 뭐 해?” 집순이가 아니라면 잘 모른다. 집에서 할 일이 얼마나 많은지!     


침대는 무조건 푹신해야 한다. 얼마 전엔 쾌적한 방 공기를 위해 공기청정기를 들였다. 노란 장미는 선물받았다.


집에서 시간을 잘 보내려면 우선, 좋아하는 것으로 집을 가득 채워야 한다.

나의 경우에는 책과 향초, 포근한 침대와 쿠션, 몸을 늘어뜨릴 수 있는 소파가 그런 것이다. 한때 사사키 후미오 작가의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를 읽고 미니멀 라이프를 마음먹었으나, 작심 일일(作心一日)이었다.


나는 좋아하면 갖고 싶다. 그래서 좋아하는 물건이 계속 쌓여 간다. 물건이 하나씩 늘어날수록 지저분해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잘 정리해야 한다. 매일 청소하는 것은 귀찮으니, 물건의 자리를 정해놓고 그곳을 벗어나지 않도록 한다. 그것만 해도, 잘 정돈된 아늑한 방을 연출할 수 있다.     




지난 주말도 집순이의 본분에 충실했다.

금요일 퇴근 후, 곧장 집으로 왔다. 집에서는 형광등을 잘 켜지 않는다. 인스타그램에서 유행하는 멋진 인테리어를 보고 조명을 바꿔볼까 했으나, 전셋집에서 조명을 교체하기에는 이것저것 고려할 사항이 많기에 바로 포기했다. 대신 스탠드 조명을 켠다. 적당한 밝기의 은은한 주황빛은 생활에 불편함도 없고, 무엇보다 따뜻한 그 느낌이 아주 좋다.


파자마(얼마 전 유니클로에서 29,900원에 구매했는데, 감촉이며 두께가 이 시기에 입기에 딱 알맞다.)로 갈아입고 간단하게 씻었다. 크게 배가 고프지 않아서, 가볍게 요기했다. 블루투스 스피커를 연결하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소파에 반쯤 누워 책을 읽었다. 배에 쿠션 하나를 대면 오래 앉아있어도 불편하지 않다. 와인을 한잔했다.


그러다 보면 잠이 오기 마련이라, 밤 10시 정도에 살짝 눈을 붙였다. 밤 12시 즈음 다시 일어나서, 또 책을 읽거나 TV를 틀어 영화를 보거나 했다. 다음 날을 생각해 억지로 눈을 붙일 필요가 없는 금요일 밤은 정말 달콤하다. 이날을 위해 지난날을 그토록 일했나 싶다.


토요일은 늦게 일어났다. 별다른 일정이 없었다. 그 말인즉, 최고의 주말이었다. 정오가 다 되어 일어나서 밀린 빨래를 했다. 청소기로 방바닥의 머리카락도 빨아들이고, 물티슈로 먼지를 훔쳤다. 점심때 뭘 먹었더라. 기억이 나질 않는다. 특별한 걸 먹진 않았던 것 같다.


오후에는 글을 썼다. 하루에 에세이를 한 편씩은 꼭 쓰자는 주의라, 하지만 집중력은 별로 높지 않은 사람이라, 이것저것 딴생각도 하고 웹 서핑도 하면서 글을 쓰느라 몇 시간을 노트북 앞에 앉아 있었다. 그러다 옷걸이에 마구잡이로 걸린 코트며 니트 같은 게 눈에 거슬렸다. 옷장 정리를 했다. 옷 정리는 체력 소모가 큰일이라, 얼마간 침대 위에 누워있었다.


창 너머로 해가 기울어 가는 게 보일 때 즈음 남자 친구를 만났다. 저녁을 같이 먹기로 했다. 최근에 그가 알아온 레시피가 있는데, 샐러드 파스타다. 다이어터를 위한 파스타로, 통밀 파스타에 비계를 걷어낸 돼지 앞다릿살 삶은 것과 샐러드를 무치고 드레싱을 듬뿍 올려 먹는 것이다. 드레싱은 많이 넣어도 상관없다고 한다. 화이트 와인을 곁들여서 아주 배부르게 먹었다.


순서대로 금요일, 일요일의 기록.


일요일은 늦잠을 자고, 집 근처 순댓국밥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곳의 뼈 해장국을 좋아한다. 체인점이지만, 그 매장의 음식은 유독 맛깔난다. 오후에 카페를 갔다. 회사 선배에게 빌린 정문정 작가의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을 앉은자리에서 단숨에 읽어 내렸다. 어디 하나 공감 가지 않는 페이지가 없었다. 그래, 이런 게 공감 에세이지! 하며 만족스럽게 마지막 장을 덮었다. 책을 읽다 보니 마음에 떠오르는 문장이 있어서 조금 끄적였다.


커피를 마시며 남자 친구와 수다를 떨었다. 카페 근처에서 어느 남자 아이돌의 팬클럽 모임이 있는지, 여학생들이 엄청나게 많이 보였다. 대체 어느 아이돌인가 싶어 근처를 기웃거리기도 했다. 나도 저럴 때가 있었지, 나는 신화를 좋아했어. 이런 얘기를 주고받았다. 저녁은 어제 먹다 남은 재료로 다시 한번 샐러드 파스타를 해 먹었다. 두 번 먹어도 맛있었다.      




주말의 끝자락에, 인스타그램을 업데이트했다. 

카페에서 찍은 사진과 함께 올린 글귀는 ‘쓰고 읽고 보고 마시고 얘기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댓글이 달렸다는 알림이 울린다. ‘세상 행복한 일들이네!’     


맞아, 정말 완벽한 주말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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