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2018년 7월 27일 금요일
복날입니다.
혼자 살기 시작한 후, 지난 8년 간 복날을 챙겨본 적은 손에 꼽습니다.
당장 떠오르는 기억은 두세 번 정도 되는 것 같네요.
하지만 이번 여름은 길을 걷다가 삶은 고기가 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무덥습니다.
그래서 복날을 꼭 챙겨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미 일주일 전에 맛이 좋다는 삼계탕 집을 찾아놓고
일찍 퇴근한 뒤 얼른 달려갔습니다.
저녁 여섯 시를 10분 정도 남겨두고 도착한 삼계탕 집은 이미 북적이는 상태라
약간의 웨이팅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삼계탕 집은 오늘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쳤는지
회전율이 아주 높았습니다.
웨이팅을 걸어두고 주차를 하자마자 입장하라는 연락이 왔어요.
2인석에 자리를 잡고 어떤 메뉴를 주문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
아주머니가 2개죠? 하며 잠깐 들렀다가 떠나셨습니다.
오늘 같은 날에는 암묵적으로 메뉴가 통일되어 있나 보다 하며 삼계탕을 기다렸습니다.
오분 정도 기다렸을까, 높은 회전율이 무색하지 않게 삼계탕도 금방 나왔습니다.
오래 끓여야 맛이 좋은 음식 중 하나가 삼계탕이 아닐까요.
그 가게도 한 솥 가득 육수를 담아 하루 종일 우렸는지 맛이 아주 괜찮았습니다.
밑반찬으로 나온 겉절이와 된장 고추무침도 담백하니
삼계탕의 구수한 맛과 잘 맞아 열심히 먹었습니다.
닭고기의 살을 발라 먹으며 오늘 이 가게의 매출에 대해 대화를 나눴습니다.
한 그릇에 15천 원, 족히 1천 그릇은 넘게 팔았을 테니 최소 1억 5천은 벌었겠다.
와, 일 년 매출은 다 여름에 나오겠네. 한 철 바짝 벌고 다른 시즌에는 운영비 정도만 벌면...
이런 대화를 나누면서 속으로는
내가 진짜 어른이 됐구나, 했습니다.
장사 잘 되는 가게를 보면 매출부터 따져보는 그런 어른 말입니다.
잔뜩 부른 배를 두드리며 나와
근처 커피집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셨습니다.
목 끝까지 가득 찬 진득한 닭 육수가 씻겨져 내리는 기분이, 아주 개운했어요.
이런 게 요즘 말하는 소확행이겠거니 했습니다.
특별하지 않지만 특별한 이벤트를 챙기고
매일 챙기는 끼니지만 다른 날보다는 조금 새로운 걸 먹고
일상이지만 일상적이지 않은 에피소드를 만들고
그렇게 하루하루를 만족스럽게 마무리하고.
오늘 먹은 삼계탕 덕에
신기록을 세웠다는 올여름 폭염에도
더위 먹지 않고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