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2018년 7월 26일 목요일
오랜만에 논현을 다녀왔습니다.
그곳은 결혼식이거나 결혼식, 혹은 결혼식이 아니면 가지 않는 곳이라서
다른 용무로 방문할 때마다 낯선 곳입니다.
그 낯섦은 매번 동일한 이유 때문입니다.
'사람이 너무 많다.'
첫 서울살이를 시작했을 때, 신촌에서 일 년을 지냈습니다.
사람이 많은 곳이긴 했지만 신촌 중에서도 특히 사람이 많은 그 거리,
피아노 치는 남자가 있는, 온갖 프랜차이즈가 들어서 있는, 매년 10월 즈음 맥주축제가 열리는,
그 거리.
그 거리는 거의 다니지 않았습니다.
사람이 너무 많았기 때문입니다.
사람 없는 한적한 골목길을 골라 다녔기 때문인지
나에게 신촌은 그렇게 북적이는 기억은 아닙니다.
다만, 매일 아침 출근길 지하철에서 마주만 빼곡한 머리는 잊을 수 없습니다.
도저히 틈이 없어 보이는 그곳에 기어코 몸을 욱여넣는
그들 중 하나가 되는 것은
버틸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스트레스였어요.
거의 발이 바닥에 닿지 않은 채 '끼여서' 있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 기억이
아침잠이 많아 프리랜서가 되고 싶은 정도인 나를
출퇴근 왕복 두 시간이 걸리는 외곽으로 이사하게 만들었어요.
인파는 어찌 됐건 피곤한 일입니다.
그렇게 방문한 논현에서 일을 마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탁 트인 넓은 길과 빼곡한 건물이
내가 반했던 서울의 모습과 닮아서, 조금 걸을까 했습니다.
하지만 열 걸음도 채 걷기 전에 진득해진 살갗이 느껴져서 금방 포기했어요.
돌아오는 지하철에서는
김영하 작가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를 읽었습니다.
비로소 나에게 유의미한 활자를 만나기 위해서는
무수히 많은 무의미하고 허무한 글귀를 흘려보내야 한다는 누군가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책 읽기가 버거워졌었는데
그건 아마 이 책을 만나기 전이어서 그랬나 봅니다.
한 장 한 장 넘어가는 페이지가 아쉬울 정도로
아니, 페이지가 언제 그렇게 넘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깊게 빠져서 눈에 담았습니다.
그런 글을 쓰는 건 그 사람의 우주와 같은 재능인지,
빗물에 쓸려 내려갈 뻔했던 진흙 속 빛나는 무언가를 갈고닦은 그의 열정인지,
혹은 둘 다 인지.
어찌 되었든, 숨 쉬는 게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마지막 페이지를 계속 붙들고 있었습니다.
쳇 베이커의 My Funny Valentine이 머릿속에 울립니다.
무한히 깊고 어두운 저 아래로 끌어당겨지는 기분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