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7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5 2018년 7월 31일 화요일

by 버들


세월이 흘러가면 어디로 가는지

알 수가 없다는 노랫말이 떠오르네요.

나는 그의 가사가 정말 좋습니다.

한 편의 시 같기도 하고, 소설 같기도 하고.

그가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는,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때문이겠죠?


오늘은 정시에 퇴근해서

경복궁 근처 카페로 갔습니다.

조용하고 여유로운 곳에서 책을 읽고 싶었어요.

한옥을 개조한 공간인 그곳은, 인상 깊게도

ㅁ자 모양의 건물에 중앙에는 야외 테이블이 놓여 있었어요.

스타벅스의 유리창도 깨버리는 기록적인 더위에

그 자리에 앉지는 못했지만

더위가 한 풀 꺾인다면 그 테이블에서 맥주 한 잔 할 계획입니다.


운 좋게도 창가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내일 참석할 글쓰기 클래스의 강의 자료를 잠깐 보다가

책을 읽었어요.

철학을 접하겠다는 굳은 마음으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어내리다가

아, 나는 아직 내공이 부족하군.

하는 생각과 함께 접었습니다. 나중에, 나중에 다시 도전해볼게요.

대신 김애란 작가의 책을 열었습니다.

이전에 참석한 독서모임에서 읽은 '바깥은 여름'으로 알게 된 작가입니다.

이런 게 묘사구나. 이런 게 분위기구나. 하는 걸 알려주었습니다.

오늘 열어본 책은 '달려라, 아비'입니다.

바깥은 여름보다 뭔가 확실히 젊은 느낌이었어요.

적어도 15년 전에 집필한 책이어서 그럴까요.

작가의 초창기의 책이고, 오래되었다면 오래되었지만

그렇다고 거칠거나 바랜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김애란 작가의 책을 읽을 때면 늘 그렇듯이

목구멍을 치고 올라오는 감정이 있어,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조금 숨을 돌리고 싶어 책을 닫고

창 밖의 마당 풍경을 바라봤습니다.

지난 주말에 다녀온 여행이 생각났어요.

눈이 시원 해지는 바다의 푸르름과 머릿속에 엉킨 온갖 먼지를 씻겨주는

편백나무 숲의 그윽한 향기 같은 것들이 기억납니다.

좋아하는 마음에 대해서 생각했습니다.

그런 마음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걸까요.

세월이 그렇듯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겠지요.

다만, 그런 감정이 불현듯 떠오르는 순간이 있습니다.

잔잔한 수면이 소금쟁이의 그 얕은 발길질 하나에 파동이 일듯이 말입니다.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입술의 서늘한 감촉과

낯설게 느껴졌던 입맞춤이 그러했습니다.

이미 곁에 있는데 붙잡고 싶고

떠날 기약이 없는데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게 만드는

서늘하고 따뜻한 감촉이 한 동안 잊힐 것 같지 않습니다.


어느덧 또다시,

어디로 갈지 모르는

7월의 마지막 날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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