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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들송이 Mar 04. 2019

소비의 즐거움

돈 쓰는 거 늘 새로워, 짜릿해.


지난 주말의 소비 목록:

- 앤 아더 스토리즈 네일 폴리시 믈 포브(MULE FAUVE)

- 앤 아더 스토리즈 블러셔 카시스 에투왈(CASSIS ETOILE)

- (또) 앤 아더 스토리즈 립글로스 에스코트 다이앤디스(ASCOT DIANTHIS)


공통점:

- 나랑 잘 안 어울리는 인디핑크 컬러들


구매 이유:

-...?




요즘의 소비는 대체로 이런 식이다. 

뭘 사야겠다,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어 이거 예뻐! 하며 홀린 듯 사 버린다.

사실 요즘이라기보다는 이런 지 꽤 오래됐다. 나한테 어울리냐 판단하기 이전에, 마음에 들면 일단 사버린다.

그렇게 하나 둘 구매한 제품들이 어느새 화장대며 옷장이며 가득하다. 나, 왜 이렇게 돈을 막 쓰지?


스스로 물어보지만 그 답은 이미 알고 있다. 그냥, 그게 참 마음에 들어서다. 

지난 2n 년 동안 내 피부에 맞는 컬러는 코랄이다 생각하며 주황색 비슷한 메이크업 제품이 아니면 눈길 주지 않고, 멋쟁이 컬러는 블랙이지! 하며 무채색 계열의 옷만 주야장천 사들였다. 


그러던 어느 날, 점심시간을 틈 타 종종 거닐던 청계천 산책길에서 마주한 하늘은 푸르고, 바람은 산들거렸으며, 터 오르는 꽃봉오리가 싱그러웠다. '그래, 노란색 옷을 입어야겠다.' 그러고는 그 길로 곧장 노란 원피스를 샀다. 검은색과 하얀색, 그리고 그 사이의 회색으로만 가득했던 옷장에 단 하나 걸려있던 노란 원피스가 어쩌면 그렇게도 마음에 들던지. 그 후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색은 노란색이다. 


나에게 맞는 것, 맞지 않는 것을 재단하며 소비할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이미 결정해놓았었다. 

다른 것에는 눈길 주지 않고 이미 정해진 대로만 사고 또 거기에 나를 맞추는 것이 당연한 시기가 있었다. 관성처럼 사던 것과 비슷한 것을 사는 것. 소비가 즐거울 리가 없었다.




한 번 틀을 깨고 나니, 내가 이런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로 물욕이 차올랐다.

사실 나는 무채색보다는 채도 높은 노란색과 빨간색 옷을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코랄 보다는 인디핑크 블러셔를 좋아했다. '앞머리 없는 게 낫다'는 엄마의 말에 항상 이마를 드러내고 다녔었지만, TV에 나온 어느 여배우의 머리가 참 예뻐서 화장실에서 싹둑 앞머리를 잘라버렸다. 그게 썩 마음에 들었다. (결국 미용실에 가서 손을 봐야 했지만) 그뿐인가, 발레나 클래식 공연은 나랑 멀다고 생각했지만 할인 티켓이 떠서한 번 봐볼까, 하며 구매했고, 의외로 발레 공연을 보며 감동했다.


처음 붉은 블라우스를 입고 출근할 때, 사무실에 들어서니 살짝 두려움이 느껴졌다. 나는 이런 옷을 입는 사람이 아닌데, 다들 이상하다고 여기면 어쩌나 싶은 그런 생각을 했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확실하게 말하건대, 의외로 사람들은 나의 치장에 관심이 없고, 거기에 대해 한 마디 얹을만큼 무례하지도 않다. 그 날, 오늘따라 화사해 보인다는 칭찬을 꽤 많이 들었었다.


소비를 통한 경험은 나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 수단이다.




종종 한 소리 들을 때도 있다. "돈을 왜 이렇게 막 쓰냐."

어때요, 내가 쓰고 싶어서 쓰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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