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필사를 하고 있다. 오휘명 작가의 책을 열심히 읽으면서 감명받은 부분을 공책에 열심히 옮겨 적고 있다. (오휘명 작가의 일 인분의 외로움, 당신이 돌아눕는 상상만으로도 서운해집니다라는 책을 주로 필사하고 있다.) 필사를 하다 보니 학창 시절 나는 볼펜으로 무언갈 쓰는 걸 지양했다. 지우기도 힘들고 지워야 하는 부분을 휘갈겨 더러워지는걸 딱히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샤프나 연필로 항상 지울 수 있는 걸로 썼었다. 지우개로 말끔히 지워지지만 글씨의 자국만큼은 말끔히 지울 수 없었다. 그래도 무시하고 그 위에 다른 글자를 필기를 해 나갔다. 근데 지금의 필사는 볼펜으로 항상 적는다. 지우기 힘든 걸 알아도 말끔히 지울 수 없다는 사실을 안 뒤로 더욱 볼펜으로 썼다. 뜬금없이 우리 인생도 같다는 생각에 빠졌다. 삐뚤삐둘하지만 줄에 맞춰 노력하고 최대한 말끔히 쓸려고 하고 실수를 하면 지우고 싶지만 말끔히 지우진 못하고 쪽수를 착각해 한 면을 뛰어넘고 쓰는 일도 허다했다. 공백이 생기기도 하며 빼곡히 글자만 써진 면도 존재했다. 내 인생도 그렇다. 샤프나 연필로 쓸 땐 누군가의 도움으로 실수한 부분을 말끔히 지울 수 있었다. 하지만 볼펜으로 쓸 땐 내가 결정해야 된다. 가로로 쭉 그어 정정하거나 수정테이프로 어색하게 흰 부분으로 덧칠하는 방법. 아니면 과격하게 그 페이지를 송두리째 찢어버리는 방법이 있다. 난 주로 가로로 쭉 그어 다시 쓴다. 처음엔 되게 단정하지 못하고 지저분한 모습이지만 점차 그게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변한다. 한 번은 그어줘야 완성되는 문장이라도 되는 듯 꼭 한 번은 긋는 날도 존재했다.
필사를 하면서 깨달았다. 내 인생에도 이렇게 많은 실수와 많은 말이 존재했다는 걸. 성인이 된 지금은 내 말과 내 행동은 볼펜으로 쓴 필사처럼 말끔하게 지울 수 없다. 쓰는 순간 공책에 자국과 잉크가 묻어서 굳듯이 내 삶도 지울 수 없다.
단지 수습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선택해 최대한 실수를 만회하는 것, 실수를 안 하도록 최대한 노력을 할 것. 그게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