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흔히 겪는 가위 ( 흔하진 않은가?) 나는 성인이 돼서야 겪었다. 나름 용기와 패기를 자부하며 공포영화도 혼자서 보고 누군가와 같이 즐길 땐 허세도 무장해 보곤 했다. 근데 가위는 달랐다. 실제상황이고 집엔 날 깨워줄 혹은 도와줄 사람이 하나 없었다. 그런 생각이 막 머릿속을 잠식해 갈 무렵 어느 미디어에서 나온 내용인데 온 몸에 힘을 빼다가 엄지발가락이나 손가락에 힘을 갑자기 빡! 주면 가위가 풀린다는 말이 퍼뜩 떠올라 시도해 봤지만 역시 미디어는 믿지 말아야겠다. 움직이긴커녕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리듯 귀신의 코털을 건드린 건지 몰라도 (귀신도 코털이 있나?) 더욱 두렵기만 했다. 그렇게 배 아픈 상태로 고속버스를 탄 승객처럼 온 신경이 곤두섰다. 결국 믿을 건 나 하나. 건드린 코털을 감히 뽑아버리기로 마음먹었다. 오직 힘으로만 온몸을 뒤틀었다. 태아가 엄마 뱃속에서 자유형을 한다는 느낌과 질퍽하고 끈적이는 액체 속에 몸을 담가 힘차게 발길질하는 기분이었다. 오, 그래도 효과는 있었다. 기분 더러운 헤엄이 어느 순간 끝나고 정신도 확 들었다. 안도한 뒤 눈을 이제야 서서히 떠봤다. 눈을 완벽하게 뜨기 전까지 꽤 많은 공상들이 지나갔다. 심해 속은 아닐지, 진짜로 내가 태아가 되어 엄마의 양수 속에서 헤엄을 친 건 아닐지 걱정은 됐지만 공상이 허무하게 지겹도록 평온한 내 방 안에 축 늘어져 있었다. 거무튀튀한 배경에 있을 건 다 있는 내 방. 그다음은 끈적한 액체에서 벗어난 내 건조한 몸을 움직여봤다. 영화 아바타에 주인공 제이크 설리가 아바타의 육체로 걸어 다닐 때의 느낌이 딱 이랬을까 ( 주인공은 실제로 하반신 마비상태였다.)
그렇게 처음 가위를 경험해 봤다. 무척이나 신기하면서도 두려운 세계에 한 걸음 걸어봤다는 게 자랑처럼 느껴졌다. 친구에게 털어놨지만 정신병 취급을 당했지만 뭐 나쁘지 않은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