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
내가 눈치를 본다는 성격이라는 걸 깨달은 건 사회생활을 하기 시작할 때였다. 남이 내 행동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질 못했고 하고 싶은 말도 많이 삼켜왔다. 그래서 내가 왜 남의 눈치를 볼까 생각해봤다. 내가 남의 시선을 자각하는 이유는 남에게 밉보이기 싫어서였다. 누구에게나 날 미운 존재가 아닌 항상 착하고 잘 웃는 애로 포장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내가 나이길 포기하고 남이 원하는 나로 변해 살고 있었다. 그럼 왜 굳이 남을 위해 날 포기했을까 생각해봤다. 그 이유는 사랑을 받지 못해서였다. 자연스럽게 남에게 버려지지 않고 쓸모 있는 존재 즉, 남이 원하는 나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가 그랬던 것 같다. 그래야 거기서 살아남을 수 있으니. 사랑은 가족 외에 아무런 인연 없는 남에게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안 이후로 나는 남에게 미움받는 게 무서웠다. 그래서 어딜 가든 내 줏대보단 그 집단의 분위기에 맞췄고 의견을 모으는 자리에서는 조용히 있다. 어느 정도 장단만 맞추는 그런 어정쩡한 사람이 됐다. 그렇기 때문에 남의 사소한 행동 하나에 의미를 부여했다. 미처 인사를 안 한 사람에겐 내가 뭘 실수를 했는지, 단 둘이 있을 때 먼저 말을 안 걸어주면 내가 싫어서 말하기 싫은가? 등 그냥 지나칠 수 있는 행동에 하루 내내 그 행동을 하나하나 뜯어보면서 해석하며 살았다.
꽤 나를 망가트렸다. 내 성격을 다른 사람에게 맞추느라 생긴 구멍들, 거친 말투로 너덜 해진 마음을 챙기지 못한 채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해 아등바등했다. 그렇다고 그걸 알아주는 사람은 없었고 오히려 어중간한 아이, 소심하고 줏대 없는 사람이 됐다. 그렇게 수없이 날 괴롭히고 날 망가트리는 날이 지속되다 깨달았다. 누구한테 폐가 되는 게 아니라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걸, 남들이 하는 말은 대부분 나와 맞지 않다는 것, 어차피 사람은 등 돌리면 간절한 약속도 잊는다는 사실.
그래서 선택한 건 나 스스로 칭찬했다. 나 스스로와 약속을 지킨 것들, 남의 시선을 의식해서 누군갈 도와주는 게 아니라 누가 알아주지 않았으면 내가 날 칭찬해줬다. 남이 날 면박을 주는 자리에서 거기에 맞섰다면 용감하다고, 맞서지 않았다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다고 어떻게든 칭찬을 해줬다. 남에게 기대하지 않고 나 스스로 날 바꾸는 게 차라리 맘 편하다 생각했다. 그렇게 살아가기 시작해 점점 자신감이 붙었다. 나 스스로 판단이 맞다는 자신감과 더불어 책임감도 생겼다. 내 선택한 판단에 대한 잘못은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걸, 실수를 했다면 실수를 만회하는 방법도 배우고 제대로 사과하는 방법도 배웠다. 그렇게 나만의 자신감을 채우고 어른이 되는 방법을 배웠다. 그러다 보니 누군가 나의 수고를 알아주기 시작했다. 오히려 누군가에게 칭찬을 받기 위해 눈치 보며 살던 지난날과 다르게 남에게 기대하지 않고 자신감 있게 사는 방식이 타인에게 칭찬을 받는 방법이었다. 물론 항상 나의 수고를 알아주지 않지만 그래도 그 집단의 누군가는 알아준다는 것. 만약 없다면 나 스스로 칭찬을 꼭 해줄 것.
이게 날 사랑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