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적인 삶
나는 내 선택을 잘 믿지 못하는 편이다. 남이 정해준 음식, 취향, 일을 하는 게 내가 선택하는 것보다 좋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내가 선택한 것들은 후회를 가득했다. 좀 더 참아볼걸, 그냥 조용히 있을걸, 남이 선택해준 대로 살걸 등등 많은 후회를 했다. 그래서 타인이 선택해준 대로 따라 살면 내가 편안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아니었다. 단지 내가 내 선택에 책임을 지지 못할 뿐이었다. 내 선택에 믿어주지도 못하고 책임을 지지도 못하니 당연히 후회할 수밖에 없었다. 타인이 선택해준 건 타인의 잘못으로 돌리면 되고 책임도 지지 않아도 됐다. 당연히 편할 수밖에. 내가 무언갈 선택하고 책임을 지는 게 자연스러운 일을 거스르는 일이라 생각했다. 당연히 아닌데도 그렇게 합리화를 했다.
내가 원하는 삶은 글을 쓰며 사는 삶이다. 부모님은 당연히 자신의 일을 물려받길 원하신다. 항상 누구는 얼마를 번다더라. 1년에 얼마를 번다. 월에 얼마를 번다.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내가 정말 이 글을 쓰면서 저만큼은 아니더라도 내가 스스로 부끄럽지 않게 살 수 있을까? 그런 날이 정말 올까? 내가 글 쓰는 재능이 있을까? 스스로를 의심하니 내 미래가 불안했다. 지금 당장 아무것도 없는 내가 기댈 곳이라곤 부모님의 가게를 물려받는 일인가? 내가 정한 일이 정말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인가 싶었다. 저렇게 책은 많은데 내가 쓸 책은 존재하지 않는 기분이 정말 서러운 적도 있다. 그리고 내가 책을 출판하게 돼도 이렇게 많은 책 중에 주목을 받을 수 있을까? 의심했다.
정말 문제는 내가 재능이 있는가 없는가가 아니다. 나 스스로를 믿지 못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지금의 내 상태이다. 선택에 대한 책임은 지긴 싫고 인정을 받고 싶은 마음만 앞서다 보니 조급했다. 게을러서 글을 자주 쓰지도 않지만 항상 머릿속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나를 생각한다. 망상도 심하다.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까? 글을 쓰면서 살 수 있을까? 그 대답은 내 글에 있다. 얼마나 쓰는지, 무슨 내용인지, 왜 쓰는지 등 분명하게 써야 한다. 그리고 재밌어야 한다. 근데 나는 생각이 나는 대로 쓰기도 하고 무엇보다 재미가 없다. 엄청 진지하게 쓰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기술을 알지도 못하고 그나마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것들 빼곤 딱히 뭐가 없다. 심심하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이게 나고 재미없어도 이런 사람 하나쯤은 필요하지 않나’라는 똥고집으로 아직도 글을 쓰고 있다.
아직도 글을 쓰며 살아가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불안하다. 분명 내가 선택했을 땐 ‘아르바이트하면서 천천히 글도 쓰면서 살아가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다. 단순하고 무지한 생각이란 걸 알고 있었지만 그땐 내가 날 믿어줬다. 분명 될 거라고. 시간이 지나고 결과가 보이니 점점 의미가 바래진다. 다짐했던 것들도 흐물흐물해지고, 게을러지고, 다른 곳에 눈을 돌린다.
답답한 마음에 쓴 글이다. 아마 다른 누군가도 꿈을 위해 현실의 무게를 지고 사시는 분들이 많다는 걸 안다. 나도 그렇고 여러분도 자신의 선택에 후회 없이 사셨으면 한다. 시간은 돌릴 수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