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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빈 Dec 29. 2021

전공이란 울타리에서 헤매지 마세요

시대의 흐름을 보며 성장하는 디자이너

이상적인 인간은 대중의 평가, 혹은 사회의 인정과는 무관하다. 그런 사람은 각자 자기 세계의 범위 안에서 영웅이 된다.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자신의 신념에 따라 실천하는 사람

<열한 계단> 채사장


김성빈 <Untitled>


전공자보다 뒤늦게 시작해 시간이 부족하다 생각하는 사람, 내가 다른 분야에서 충분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사람, 뒤늦게 하고 싶은 일이 생겨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려는 사람, 경제적인 이유로 전공을 포기한 사람 등. 다양한 이유로 비전공자라는 이름 갖고 새로운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전공자보다 경쟁에서 밀릴 것 같다는 압박감을 자연스럽게 갖게 돼요. 비전공자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편견도 사회에 존재하고 있죠. 저는 이 생각이 1차원적이라 생각해요.


전공과 직업은 같지 않아도 돼요. 우린 그런 시대를 살고 있어요. 물론 목표가 확실한 사람은 전공을 살려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이를 고도화하려 노력해요. 좋아하는 것을 일찍 찾는 능력도 중요하죠. 그러나 지금은 자신의 전공을 전혀 다른 분야에 대입해 새로운 문제 해결을 제안하는 시대라고 생각해요. 전공이 다른 것이 오히려 좋은 인재가 될 수 있는 시대인 거죠. 즉 우리는 전공 비전공을 떠나 자신이 가진 능력을 살려 성장할 수 있는 분위기 속에서 살고 있어요.


저는 자신의 전공을 다른 분야에 대입하는 비전공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해요. 제가 비전공자 디자이너거든요. (웃음) 이 이야기는 디자인 전공자에게도 도움이 될 거예요. 잘 아시겠지만 디자인 전공도 다양하잖아요? 한국 사회에서는 시각 디자인을 전공하면 브랜드 디자인과 UX/UI 디자인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제품 디자인을 전공하면 제품만 만들어야 하고, 영상 디자인을 배우면 영상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환경이 그리고 사회가 우리에게 주입한 고정관념이죠. 자신이 가진 능력이 다른 분야에서 그 힘을 발휘할지는 여러분이 결정할 수 있다 생각해요. 내 능력을 얼마나 다양하게 쓰려고 노력하냐에 따라서요.


여기까지 제 말에 공감을 하셨다면 디자이너로 인정받을 수 있는 비전공자는 어떤 사람인지 이야기해볼게요.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는 사람


전공의 사전적 의미는 "어느 한 분야를 전문적으로 연구함"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디자인 전공자라는 건 디자인 분야를 전문적으로 연구한 사람이 되는 거죠. 그럼 디자인은 무엇일까요? 저는 디자인을 '방식에 구분 없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결과적으로 문제 해결을 통해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주는 것이죠.


방식에 구분 없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관찰력이 필요해요. 이는 같은 걸 봐도 다르게 보는 시선이 필요하다는 말이기도 해요. 저는 이런 능력을 가진 사람이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는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한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다양한 분야를 이해한 사람이 디자인으로 더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사용자가 불편해하는 경험은 무엇이고 왜 불편해하는지' '우리 브랜드가 경쟁사보다 상대적으로 무엇이 부족하고 왜 부족한지' '우리 브랜드의 내년도 사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등. 사용자 경험(UX), 시장에서의 브랜드 포지셔닝(마케팅 전략), 경영자 입장에서 사업목표(고객/매출 증대) 등 다양한 관점에서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큰 흐름을 관찰할 수 있고, 문제의 핵심을 파악할 수 있어요. 이를 디자인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좋은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 생각해요.


한 가지 예로 수치와 데이터 그리고 숫자라는 것에 익숙한 공대 출신의 디자이너는 데이터를 통해 문제 해결 방법을 찾는 것에 누구보다 전문가일 수 있어요. 완성도 높은 구조를 설계하는 능력도 뛰어나죠. 시각적 결과물의 완성도가 떨어지더라도 방향은 흔들리지 않을 거예요. 핵심을 알기 때문이죠. 디자이너로서 모든 걸 잘하진 못하더라도 논리적인 디자인을 만드는 능력이 뛰어날 것이라 생각해요.


다른 예로 문학을 전공한 사람은 대단한 관찰력을 가지고 있어요. 항상 남들과 다르게 보고 생각해요. 일반 사람한테 없는 시선을 가지고 있는 거죠. 이 사람은 같은 레퍼런스를 봐도 다르게 해석해 좋은 솔루션을 찾아내는 능력이 있어요.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이 좋은 거죠. 또한 인문학 관점에서 사람의 심리를 누구보다 잘 파악해 공감을 얻는 사용자 경험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만약 디자인 툴 숙련도가 부족하다면 배우면 돼요. 디자인 툴을 잘 다루는 것이 디자이너가 아니에요.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고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를 고민하는 사람이 디자이너이기 때문입니다.




의사소통 능력이 뛰어난 사람


여기서 말하는 뛰어난 의사소통은 '다른 이에게 자신의 생각을 일목요연하게 말해 공감을 얻는 것' '프로젝트의 배경, 목표, 기대효과를 이해할 수 있도록 글로 정리해 공감을 얻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같이 일하는 사람들 중에 자신의 생각을 말과 글로 잘 정리하는 사람이 꼭 있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사람은 디자이너가 아닌 경우가 많았어요. 전 그 사람을 보면서 오히려 디자이너스럽다고 느낀 적이 많아요. 프로젝트의 핵심을 파악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신선한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모습에 제 스스로가 부끄러웠던 경험이 있어요. (하하)


디자이너는 자신의 시각적 결과물의 배경, 목표, 기대효과를 말할 수 있어야 해요. 그리고 공감을 얻을 수 있어야 하죠. 그런데 생각보다 이걸 잘하는 디자이너는 많지 않아요. (저도 아직은...) 자신이 만든 결과물을 말로 글로 충분히 설득하지 못한다면 아직은 의사소통에서 부족한 디자이너임을 인정해야 돼요. 시각적 결과물을 만든 배경과 목적을 설명해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고, 이를 사람이 사용할 때 비로소 디자인이 완성된다고 믿어요. 저는 연차가 쌓일수록 의사소통 능력의 중요함을 절실히 느끼고 있어요. (정말x100)


그래서 저는 비전공자여도 의사소통의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면 충분히 디자이너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디자인이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우리는 이름은 다르지만 비슷한 서비스를 경험하는 시대를 살고 있어요. 사용자 입장에서는 뭐가 다른지 잘 모르는 거죠. 그러니 그 사이에서 우리가 만드는 경험이 공감을 얻을 수 있어야 해요. 사용자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디자인이 곧 경쟁력이라 믿어요.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어요. 결과물은 부족한데 의사소통만 잘하는 디자이너가 되어선 안돼요. 흔히 이런 사람을 "말자이너(말로만 디자인하는 디자이너)"라고 부르더라고요.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고 정리하는 능력은 뛰어나요. 그런데 정작 결과물의 완성도가 부족해 자신의 생각이 디자인에 접목 되었는지 의심스러운 사람인 거죠. 이런 디자이너가 되지 않도록 노력이 필요해요.




배움을 끊임없이 이어가는 사람


주위에 친구, 동료들 중 꼭 퇴근하거나 주말에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런 사람은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지 늘 고민하는 사람이에요. 저는 이 사람을 열정이 있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열정이 있는 사람은 뭐든 잘하기 위해 끊임없이 배우려 해요. 누가 시키지 않아도요. 그렇기 때문에 시간이 흘러 언젠가는 반드시 인정받는 인재가 될 수 있다고 믿어요.


비전공자라면 이론에 대한 기초 지식에서 디자인 전공자보다 부족할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배움의 중요성을 아는 비전공자는 실무를 이행하면서 남들보다 2~3배는 더 공부하고 노력해요. 동료들의 뛰어난 능력을 분석하고 자신의 걸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요. 결과에 항상 겸손해요. 자신이 부족한 걸 알기에 어떤 피드백이든 다 겸허히 받아들여요. 이게 가장 큰 경쟁력일 수 있어요. 스펀지처럼 다 흡수하는 거죠. 자기주장이 강한 디자이너와 비교해 같이 일하고 싶은 디자이너로 인정받을 수 있어요.


그래서 비전공자에게 배움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 생각해요. 배움을 귀찮아하는 비전공자는 살아남을 수 없어요. 그리고 자신의 실패 사례를 주위에 이야기함으로써 다른 이에게도 희망을 없애는 위험한 상황이 올 수 있어요. 비전공자는 할 수 없다는 것을요. 어찌 보면 비전공자는 어깨가 무거워요. 비전공자도 할 수 있다는 걸 암묵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 오거든요. 그러나 배움을 놓지 않는 사람은 단계적으로 이를 증명하게 돼요. 평소 습관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증명하게 되는 거죠.


여기서도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어요. 디자인을 설득하는 것에서만큼은 전문가의 모습을 보여야 해요.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지 않고 모든 걸 다 수용하면 안 돼요. 자신의 생각과 의도를 충분히 이야기하고 공감을 얻는 것이 중요하죠. 그리고 공감하지 못할 경우 설득하는 능력도 잊지 마세요. 태도는 겸손하되 자신의 생각이 얕지 않음을 보여주세요.




전공이란 울타리에서 헤매지 마세요. 그 좁은 공간에서만 움직이지 마시고 더 넓은 곳으로 나아가세요. 시대 흐름에 맞는 디자이너로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세요. 시대는 빠르게 변하고 있고, 새롭게 배워야 할 학문은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이제는 하나의 학문으로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말이죠. 하나만 잘하기도 어렵다는 걸 인정해요. 그렇지만 인간의 모든 것은 불안정해요. 확실한 게 없죠. 그러니 조금은 부족해도 괜찮아요.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배우고 실천하는 게 중요해요. 그러니 늦지 않았어요.


눈앞에 걸어야 할 길과 만나야 할 시간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한 디자이너가 되세요. 노력하세요. 저도 노력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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