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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특수문자 Apr 30. 2016

제62회 경기도체육대회

고양시 태권도 대표로 출전하다

경기도체육대회?

 경기도체육대회는 '경기도민'을 대상으로 '체전' 행사를 한다는 뜻으로 '경기도민체전'이라고 부른다. 전에는 항상 경기도민체전이라고 칭했던 것 같은데, 언제부터인가 '경기도체육대회'라고 표기하며 같은 뜻 다른 느낌을 주는데 그래도 도민체전을 뜻 하는 것은 같다.
 경기도뿐만 아니라 전남, 경북, 강원도, 충남, 제주도 등 전국 각지에서 도민체전을 시행하고 있으며, 각 시에서는 종목별 지역을 대표하는 선수들을 선발하여 지역 대항전을 치러 종합 점수를 종합해 우승을 목표로 하는 대회이다. 하지만 경쟁의 의미보다는 참가의 의의를 두는 스포츠 본래의 의미와 화합•통합의 순기능이 많이 나타나는데 이는 현역 선수들과 은퇴 선수들과의 만남 또는 선배 후배와의 만남, 지역 선수들끼리의 단합 등으로 실현되기도 한다.


선수들에게 도민체전이란?


 내가 이야기할 수 있는 종목은, 내가 직접 출전해본 태권도 종목밖에 없을 것 같다. 하지만 태권도뿐만 아니라 다른 종목에도 각 시도 군청에 실업팀을 보유하고 있다. 실업선수들에게는 자신이 속한 시청(지역, 협회)에 우승을 안겨주는 것이 의무이자 책임이다. 더 중요한 건 연봉과도 연결된다는 점이다. 실업선수들에게는 어느 전국대회 메달 못지않게 도민체전에서의 메달이 중요하다.


 실업선수가 아닌, 대학 선수 혹은 은퇴 후 지도자 혹은 운동 외의 길을 걷는 사람들도 출전을 하기도 한다. 나 같은 경우도, 현재 은퇴 2년 차 선수이다. 실업팀 선수 외에 출전 선수는 각 지역(시) 출신 선수들로서 주소지가 해당 시 라면 출전 가능하다. 나는 고양시 출신으로서 현역 시절부터 지금까지 고양시 대표로 4년째 뛰고 있다.


2015_작년, 종합우승한 고양시

 그렇다면 실업선수와 현역 선수 외에 은퇴 선수들이 출전하는 이유에는 무엇이 있을까? 선수로서의 못다 한 한을 풀기 위해? 오랜만에 옛 추억에 풍덩 빠져보고 싶어서? 항상 해오던 것이니까 재능기부 정도? 사실 다 은연중에 품고 있을 마음이겠지만 현실적으로 가장 큰 이유는 '용돈벌이'이지 않을까 싶다.


 도민체전에서 반드시 1등을 해야만 점수를 크게 획득하는 것이 아니다. 태권도의 경우 경기 전날 각 체급별 '계체(체중을 재어 체급을 확인한다)'라는 것을 하는데 이 계체만 하여도 계체 점수가 부여되고, 16강에서 진 선수와 8강에서 진 선수, 3등 선수와 2등 1등 선수에게 약간씩 차등 점수를 부여한다. 16강과 8강은 한 경기 차이지만 점수차는 크다. 반면 1등과 2등 선수의 점수 차이는 생각보다 적다.


 그렇다면 남자 8 체급, 여자 8 체급을 모두 출전시켜 '계체'를 통과시키는 것이 일단 점수 획득에 첫 번째 포인트가 되겠는데, 모든 시에서는 계체를 위한 '계체 비'라는 것을 선수들에게 지급한다. 그 기준은 시 별로 다르기에 얼마를 제시할 수 없지만, 보통 30만 원 정도 되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그렇게 계체를 통과하고 출전한 선수들이 메달을 땄을 경우? 그때부터가 진짜 용돈벌이. 선수 장학 금액이나 지급 방식은 너무나 상이하지만, 체육 지원이 활발한 시도의 경우 다른 시도에 비해 더 큰 장학금을 받는다는 것만 말하겠다.



나에게 도민체전이란?


 나는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4년 모두+87kg(헤비급) 선수로 뛰었으며 이번에도 역시 +87kg급을 출전했다. 2013년도부터 출전하여 올해로 4년 차인데, 경기는 3번째 뛰는 중이다. 4번 대표하여 왜 3번만 출전하게 되었냐면, 바로 2014년도 경기도민체전의 개최지가 '안산'이었다는 것이다. 아마 다들 기억하고 있겠지만, 안산 단원고 학생들에게 세월호 사건으로 우리 국민이 비통함에 잠겨있던 때이다.


 그렇기에 경기도체육회에서도 '축제'성향의 도민체전 개최 일정을 일괄 취소, 무한 연기시킨 것. 많은 선수들이 시합 준비를 하다가 시합이 없어져버리는 바람에 체중 조절을 괜히 하게 됐다거나 대회 준비 시간을 낭비했다던지의 해프닝이 일어났지만, 개인적으로 협회의 결정은 존중할만했다고 생각한다.

2016_경기도민체전 16강

 위에서 언급했듯이, 실업팀 소속 실업선수들에게는 책임과 의무, 그리고 연봉(생활)이 달린 중요한 대회이며 대학 선수 및 은퇴선수들에게는 실력 검증 혹은 참여에 의의를 두며 즐기는 '용돈벌이' 축제이다.


 나는 3번의 출전 동안 매번 입상을 했지만, 이번 대회까지 포함해서 연속 3번 3위라는 씁쓸한 기쁨을 맞이했다. 그래도 두 판을 이기고 준결승에서는 실업 3년 차 현역 선수에게 은퇴 2년 차 선수가 11대 8로 경기를 풀어냈다는 것은 꽤 선방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무엇보다도 '용돈벌이'. 성공했다.

2016_올해, 종합3위 한 고양시

 사실 태권도를 잠깐 떠나지 내며, 새로운 꿈을 그리고 있는 내게 이번 대회는 너무 소중한 자리였다. 지난 선수 생활 동안 지겹게 보던 얼굴들을 이렇게 시간 지나 보니 친하지 않은 선수들까지도 반가 웁고 익숙해서 들뜬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대학 선배, 후배, 함께 대학 대표로 출전했던 선, 스파링과 시합을 통해 알게 되고 안부 묻게 된 실업팀 선배들, 선수로서의 성장과정을 지켜봐주신 코치 선생님들, 해병대에서 태권도 대표 합숙 같이 지냈던 선임 해병 등등.


 요즘 외로운 시간을 보내는 나에게 이번 대회는 '힐링' 그 자체였다. 더욱이 '힐링'이었을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고양시태권도협회가 머문 숙소가 휴양림이어서 자연에 안긴 체 쉬며 잠들 수 있었다.

2016_천보산자연휴양림



여러분에게 도민체전이란?


 나는 안다. 이 글을 읽고 있을 많은 분들이 자신의 지역에서 개최된 대회에 운동선수들 가득한 시합장 근처도 기웃거려 본 적이 없다는 것을. 많은 종목들이 항상 '우리들만의 리그' 그 자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근처 유치원이나 태권도장에서 견학을 나오거나 지역 봉사자분들이 와계시기 때문에 운동선수가 아닌 일반인이 보이는 것이지,  지역주민들이 시합장에 굳이 찾아오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물론 이해는 한다. 다들 바쁜 게 사실이니까. 이번 경기장이 대진대학교 체육관이었지만 대진대학교 학생들은 수업을 듣느라 바빴으니까. 우리는 너무 바쁜 사회에 살고 있으니까!


 나 또한 태권도 외에 스포츠에는 관심이 없었기에 경기장에 관중이 있고 없고의 감각이 전혀 없었다가, 잠실에서 '프로농구'와 천안에서 '프로배구'를 관람하며 깨닫게 되었다. '태권도는 정말 심각한 비인기 종목이구나'.


 아시안게임이 인천에서 열렸을 때는 '세팍타크로' 경기를 관람한 적이 있다. 처음 갔을 때는 뭐하는 경기인지도 모르고 갔다가, 세팍타크로의 매력에 정말 빠져버리게 된 계기가 되었다. 세팍타크로 또한 비인기 종목이지만, 알고 보면 그만큼 화려하고 재밌는 경기도 없다.


 이번에 경기도민체전이 열린 지역은 포천이었다. 경기 북부지역이 아니라면 찾아가기 꽤 먼 거리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이 거주하는 시에서 체육행사가 열린다는 플랜카드가 보인다면, 앞으로 조금씩 관심을 갖고, 각 종목들 경기장에 한 번씩 돌아보며 응원도 해보고 스트레스도 풀면서 건강한 시간을 갖는 건 어떨까.


 프로스포츠뿐만 아니라 생활체육에도 관중참여가 확대되어 인기 종목과 비인기 종목의 갭이 줄어들며 '우리들만의 리그'에서 벗어나길.


 선수들에게 도민체전이 갖는 의미가 '용돈벌이'에서 벗어나 지역을 대표한다는 자긍심과 사명감을 갖고 경기에 최선을 다해 임하는 '자존감벌이'가 될 수 있길.


2016_고양시대표 선수들과 임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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