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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램프 Aug 08. 2023

35도에 '두물머리'를 산책했다.




아... 정말 덥다! 

하지만 나는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으로 이렇게 뜨거운 태양빛에 내가 녹아내리는 한이 있어도 여름이 더 낫다는 주의다. 물론 말은 이렇게 해도 연일 35도를 기록하는 이 날씨에 나도 더운 건 사실이다. 이렇게 날이 더울 때, 해외여행까지는 아니더라도 바다나 계곡으로 놀러 가면 좋겠지만 이미 6월에 한번 설악산으로 캠핑을 다녀왔기 때문에 이 더운 8월 휴가철에 어디를 잠깐 가볼까 고민을 해 보았다. 


머리 위로 햇볕이 쨍할 때 찍은 두물머리 모습들




멀리까지 가기에는 조금 부담스럽고 고민고민하다 가벼운 양평으로 콧구멍에 바람을 쐴 겸 금요일에 다녀왔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콧구멍에 바람은 고사하고 몇 년 만에 가보는 '두물머리'에서 나는 너무 더워 탈진해서 쓰러질 뻔하였다. 하지만 또 사진을 찍어놓으니 쨍한 날씨에 사진이 이쁘게 나와 나도 모르게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사진을 연신 찍어본다. 


몇 년 전, 이곳에 왔을 때는 변호사와 전화통화를 하느라 풍경을 보기는커녕 거의 1시간 동안 진술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학원이 다른 학원으로 넘어가면서 임금체불과 받아야 할 인세 등을 지급하지 않아 몇몇 선생님들과 변호사를 선임해서 고소를 진행하려는 준비를 하고 있었고, 다들 어느 정도 연세가 있는 분들이라 제일 나이가 어린 내가 총대를 메고 변호사와 상의해서 일들을 진행하고 있었다. 평일에는 수업으로 바쁘다 보니 주말 잠깐 통화를 한다는 게 오래간만에 나온 나들이에서 전화기를 내려놓지 못하고 쩔쩔매는 나를 오빠는 다독여주며 천천히 통화하라고 해주었다. 


오늘 다시 같은 장소에 와 보니 그때의 쩔쩔매던 나의 모습도, 그리고 즐거울 때나 힘들 때 항상 내 옆에 있어주던 오빠의 모습도 기억이 난다. 특히나 그때는 추웠던 계절로 기억이 나는데 오히려 35도 땡볕에서 바라보는 두물머리는 해외 어느 여행지 부럽지 않을 정도로 맑고 깨끗하게 느껴졌다. (금요일이라 관광객이 별로 없어서 더 그런 느낌이 들 수도 있다.) 


조금 아쉬운 것은 너무 덥다 보니 이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기보다는 그늘을 찾기에 급급한 나 자신이었다. 저번에 왔을 때도 전화통화하느라 경치는 대충 훑어보고 지나갔던 기억이 나서 오늘 만큼은 이쁜 풍경들을 눈에 꼭 담아가야지 다짐했건만, 나는 이미 날씨에 지쳐 있었다. 매번 "지금 이 순간을 즐기자!"라고 외치는 사람 중의 하나지만 정작 나 자신은 지금 이 순간이 아닌 과거나 미래에 연연하고 있는 것 같다


'과거'만 생각하다 보면 후회가 쌓이고, '미래'를 떠올리다 보면 불안만 쌓인다고 하는데, 왜 나는 항상 지금 '현재'를 놓치고 있는 걸까? 괜히 날씨 탓을 하며, 내가 아닌 하늘을 탓하고 있다. 하지만 툴툴거리는 것도 잠시... 땡볕에 땀이 삐질삐질 나고, 피부가 빨갛게 타들어가도 나는 지금 이곳에서 연잎핫도그를 먹으며,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사람과 아름다운 연꽃을 같이 보고 있지 않은가... 난 오빠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나는 연꽃이 이리 예쁜 줄 몰랐어... 앞으로 나 연꽃 닮았다고 해 줄래요?" 


나는 연꽃이 이리 예쁜지 몰랐었다.


 


구독과 라이킷은 글을 쓰는 고양이램프에게 정말 큰 힘이 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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