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주는 동생네랑 함께 속초로 캠핑을 다녀왔다. 원래도 캠핑을 좋아하지만, 동생네랑 같이 가면 이쁜 조카와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자주 얼굴을 보는 사이이긴 하지만) 이렇게 새로운 장소에서 여행을 하며 추억을 같이 나누는 것이 몇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하는 이벤트이기 때문에 캠핑을 가기 전에 나는 맘이 많이 설레었었다. 특히나 동생네는 캠핑이 처음이라고 했기에 어떻게 하면 좋을까 우리는 고민을 많이 했었다.
그래서 미리 텐트를 쳐 놓고, 장을 보고, 바비큐 그릴에 숯불을 피워놓을 생각에 동생네보다 먼저 출발했다. 특히 평일에 출발하는 것이라 차가 많이 밀리지는 않았지만 아직까지는 휴가철이라 고속도로에는 생각보다 사람들도 많았고, 가평휴게소에 들렀을 때는 차를 잠시 주차하기에도 벅찰 만큼 많은 휴가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오히려 이런 북적거림이 여름휴가의 피크타임을 알리는 것 같았고, 몸이 힘들기보다는 가는 길에 차 안에서 오빠와 대화를 나누며,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차근차근 대화하며 가는 길이 싫지 않았다.
아직 무엇 하나 정해진 것은 없지만, 여러 가지 가능성들을 염두에 두고,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이야기를 해 나가니 그동안의 '불안'과 '두려움'이 앞으로의 인생에 대한 '기대감'으로 바뀌리라는 마음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신기하게 그 순간에 전화가 한 통 걸려왔고, 지난주에 면접을 보았던 곳에서 9월부터 출근하라는 전화가 온 것이었다.
실은 나는 기대를 하고 있지 않았었다. 면접을 보는 와중에 면접관은 계속 내가 나이가 너무 많음을 강조했고, 지금까지 하던 일과는 너무 다른데 잘 적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도 언급했었다. (아무래도 같이 근무하시는 분들에 비해서 내가 나이가 많을 거라는 건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일을 배워보고도 싶었고, 지금까지 자영업자로 살아온 내가 정규직으로 근무를 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모르기에 그러한 사회경험도 나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었다. 면접을 보러 가는 중에도 내가 채용이 되지 않더라도 이렇게 면접을 보는 것 자체가 나한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면접을 보고 난 이후 며칠 동안 연락이 없어 안타깝게도 이번에도 되질 않았구나 하며 마음을 비우고 있었다. 그렇게 마음을 비우고 가볍게 떠나는 이 여행길 중간에 같이 일해보고 싶다는 전화를 받으니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매번 누군가에게 '거절'만 받아오다 처음으로 '승낙'을 받으니, 캠핑을 떠나는 나의 발걸음은 이것보다 더 가볍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살면서 처음으로 출근하라는 말에 마음이 설렐 줄이야 누가 알았을까 싶다.
물론 9월에 첫 출근을 한 이후, "아... 내가 또 실수했군."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올해 나의 목표는 내가 해보지 않은 새로운 일들에 도전해 보는 것이기에 지금 이렇게 새로운 일들에 시도하고 있는 나를 칭찬해 주고 싶다. 어른은 다른 누군가가 자신을 칭찬해 주지 않기 때문에 자기 자신을 스스로 다독이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살다가 내가 한 선택에 넘어지기도 하고, 실수도 좀 하면 어떠한가. 나는 어렸을 때 사람이 완벽해야 하는 줄 알았다. 나의 엄마는 항상 예민했기 때문에 내가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나는 욕을 항상 한 바가지씩 먹었었다. 그런 예민한 엄마의 눈치를 보면서 항상 큰딸로 살았던 나는 어른이 되어서도 다른 누군가의 말에 휘둘리는 나 자신이 참 싫었었다. 솔직히 이제는 더 이상 그러고 싶지 않다. 이제는 내가 생각한 대로 결정하고, 그게 실패로 끝난다고 해도 내가 내린 판단에 내가 책임을 질 줄 아는 어른이 돼 가고 싶다.
캠핑을 다녀오고 난 이후, 빨래와 캠핑용품을 정리하다 보니, 집 안에 잡동사니와 수첩들이 보여 이 기회에 같이 정리를 해야겠다 싶어 필요한 것들은 사진으로 남기고, 나머지는 분리수거함에 넣어버렸다. 수첩을 읽다 보니 어디서 그 구절을 베껴서 적어놓았는지 출처는 적어놓지는 않았지만, 지금의 짧은 여행 이후에 나의 마음을 나타낸 것 같아 한 번 적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