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 좋은 건축

[책] 걷다 느끼다 그리다

by 정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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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이기도 한 건축가 자신의 작품을 세세히 답사해 보지는 못했지만 가끔씩 그가 그린 그림을 봤을 땐 매우 정감이 갔던게 사실이다. 그의 그림에는 이야기가 있었고, 그 장소와의 교감이 있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역시나 그림 그리는 지인에게 선물하기 위해 구입했다가 포장하기전 쌀짝 먼저 읽게 되었다. 역시나 그림을그리지만 그 본캐가 건축가이어서 인지, 건축가에게 필요한 것들을 말해 주었는데, 건축 전공자로서 그냥 흘려 버릴수 없는 말들이었다. 당연, 좋은 건축에 대해서도 말하였다. 주변 환경과 잘 어우러지는 건축물이야말로 정말 잘 지어진 건축이고 건강한 건축이며, 그러기 위해선, '건축물이 설 땅의 돌과 풀과 나무에게 물어보라고 했던 어느 건축가의 말은 깊이 새겨둘 필요가 있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도쿄와 서울은 닮았다 부분에서는 도시공간에 대한 건축가의 철학을 느낄 수도 있었다. 언젠가는 가 볼 수도 있을꺼야... 라는 생각으로 가보고 싶은 곳들에 대한 저자의 시선으로 남긴 그림 기록들을 덧붙여 본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체코, 밀라노, 취리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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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에게 필요한 것들. 건축가는 삶의 방식을 신선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누구보다 창의적으로 살아야 하는 책무를 짊어졌기에 어제에 비해 오늘이 생동감 있어야 하고 오늘보다 내일 더 변화된 자신을 꿈꾸며 살아야 한다. 건축가에게는 상상력과 호기심 가득한 동심의 세계가 필요하다. 내면에 철들지 않은 어린아이가 사는 것처럼 권위의식을 버리고 고정관념도 멀리해야 한다. 건축가에게는 주변에 대한 섬세한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다. 건축은 섬세한 디테일로 완성되기 때문에 깊은 사유와 성찰이 필요하다. 만약 주택을 설계하는 중이라면 그 집의 모든 필요를 집주인보다 먼저 예측하고 감지해야 한다. 건축가에게는 느낌들을 표현하고, 기록하는 일이 중요하다. 날마다 쌓여진 기록들은 건축가의 자산이 될 것이다. 건축가는 책읽기 습관을 가져야 한다. 독서는 우리를 편향된 사고에서 벗어나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사고를 이끈다. 특히 인문학은 건축디자인의 열매를 풍성하게 수확할 수 있는 질 좋은 거름과 같다. 건축가의 삶을 생선회처럼 찰지고 쫀득한 날것의 느낌으로 유지하는 일은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더 창의적이고 좋은 건축을 만들기 위해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159p~16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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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의 방이라고 해서 뭐 특별한 것이 있을까 싶지만 그렇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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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와 의미. 오랫동안 한 직장에 몸담고 인새의 중후반전을 살아가는 내게 삶의 방식을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두 가지 키워드 '의미와 재미'를 말할 것이다. 두 단어의 라임이 붙으며 비슷한 듯 보이지만, 서로 견제하고 균형을 이루어야 할 만큼 간극은 크다. 의미가 없는 재미는 공허할 뿐이고 재미가 없는 의미는 지루하기만 하다. 건축디자인 일을 의무적으로 한다면 힘든 노동이지만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해서 완성될 때까지 창의적이고 상상력을 실현하는 재미를 붙인다면 그것은 놀이가 되기도 하고 취미가 되기도 한다. 회의도, 작업도, 건축주와의 만남도 재미가 없으면 단지 스트레스의 연속이 된다. 그렇다고 재미가 전부는 아니다. 프로젝트를 재미있게 진행은 했는데 마친 후에 의미가 남지 않는다면 그것은 절반뿐인 성공이다.(17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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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에 대한 단상. 아주 진부한 이야기 같지만 좋은 건축은 당연히 합목적이어야 한다. 공간과 형태가 기능이 왜곡되거나 과장되지 않고 서로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여기서 합목적성은 경제성과 시대성도 담아내고 건축 재료의 진정성까지 포함해야 한다. 작가정신과 디자인 취향은 합목적성이라는 기초 위에서 비로소 다루어진다. 디지털 프로그램의 활용으로 비정형 건축이 가능해졌고 이 시대를 주도하고 있다. 이리저리 휘고 꺽고 비틀고 돌려서 빚어낸 건축물들, 그 자유로운 조형언어가 신선하다는 이유로 주목받는다. 비정형건축이 들어서면서 지루하던 도시가 생동감을 얻는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장소성을 신중하게 고려하지 않는다면, 생뚱맞은 건축물 혹은 나 혼자 잘난 건축물로 전락하기 쉽다. 동일한 프로그램을 적용한 건축물이라 해도 자연지형을 살리고 주변 환경을 배려한 배치가 중요하다. 바람길과 통경을 고려한 건축, 자연환기와 향을 고려한 창과 문, 자연에서 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있는 환경 친화적인 모델에 대한 다각적 탐구가 필요하다. 주변 환경과 잘 어우러지는 건축물이야말로 정말 잘 지어진 건축이고 건강한 건축이라 할 수 있다. 건강한 건축은 친환경적이고 안전하고 사람의 감정과 정서를 풍요롭게 하는 것이다. 건축 재료가 건강하기에 독성물질이 안 나오고, 햇볕이 적당히 들고 바람이 잘 통하고 여름에 덥지 않고 겨울에 춥지 않은 건축이다. 사람을 건강하게 지켜주는 건축인 것이다. 그러면서도 건축은 자연을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 건축물 인허가를 받기 위해 행정관청에 묻지 말고 건축물이 설 땅의 돌과 풀과 나무에게 물어보라고 했던 어느 건축가의 말은 깊이 새겨둘 필요가 있다. 지구 어딘가에서 살아가려면 집을 설계하는 건축가 누구라도 아니 지구촌 주민들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191p~19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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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와 서울은 닮았다. 도시는 익숙한 공간에 대한 향수로 옛것을 붙잡고 새로운 공간에 대한 동경으로 새것을 쌓아올린다. 그래서 도시는 복잡하고 밀도가 높다. 도쿄와 서울은 많이 닮았다.(08p)


가 보고 싶은 곳들에 대한 건축가의 그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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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예술의 성지, 상트페테르부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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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의 동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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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의 콘크라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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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리히에 울리는 종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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