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지] 채널예스 2019년 9월호
어른이라 함은 안목이 있어야 하고 그 안목을 존중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말, 요즘엔 본질이나 근본적인 것보다 눈에 잘 띄고 부차적인 것들에 의해 존재감이 달라진다는 말에 동의한다. 건축가 루이스칸이 던진 근원적인 물음을 떠올려 본다. "벽돌아 너는 무엇이 되고 싶으냐?"
내가 반한 글귀들
자신만의 단단한 안목을 가지고 있지만, 남의 안목도 존중해주는 사람. 그리고 자신의 눈으로 발견한 가능성을 남의 안목에 더해주는 사람. 제가 아는 멋진 어른들은 대부분 이런 존중의 미덕을 가지고 있었어요. 나이를 먹으면, 기술을 따라가는 것엔 약해질 수밖에 없겠죠. 당장 저부터도 헉헉대며 겨우 따라가는 중인걸요. 기술엔 약해도 안목을 가진 멋진 어른이 되는 삶. 그리고 남의 안목을 존중해주는 삶. 제가 꿈꾸는 삶입니다. 제 생각과 다르신가요? 네, 물론 존중합니다.
- 유병욱 지음 <평소의 발견> 133쪽, 북하우스
그러나 요즘엔 별걸 다 해야 돼요 하는 푸념 아래에는 그보다 훨씬 더 근본적인 불안이 깔려 있다. 나도 편집자도 마케터도 서점 관계자도 그렇다. 우리가 점점 책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팔고 있는 것 같다는 존재론적 위기감. 애써 아닌 척해 봐도 콘텐츠와 책은 다른 거고, 크리에이터와 작가도 다른 거다. 책은 글자로 돼 있고 작가는 글로 작업한다. 책의 본질이 굿즈나 토크에 담길리도 없다. 우린 다 책이 좋아서 이 일을 시작했는데,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사치스러운 투정인 걸 안다. 이런 마케팅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작가는 소수이고, 나는 행운아다. 다른 사람들 앞에선 요즘엔 별걸 다 해야 돼요 하고 웃기만 한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혼자 바버라 애버크롬비의 책 <작가의 시작>을 읽는다. 지친 작가들을 위한 위로와 조언이 가득한 책이다.
- culumn2,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 요즘엔 별걸 다 해야돼요. 6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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