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요원 Feb 10. 2023

마음을 나누는 일

[애니메이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2018.11 개봉
감독 우시지마 신이치로
출연 타카스기 마히로(나 목소리), 린(사쿠라 목소리)


췌장을 먹고 싶다니, 제목부터가 거슬려서 거들떠보지도 않았었는데, 볼만한 애니메이션이라며 스마트폰에서 계속적으로 자동 추천되어 보게 되었다. 최근 일본 영화, 애니메이션을 본 때문이리라. 결론부터 말하자면 왜 진작 보지 않았나를 후회했고, 책과 영화로도 나와 있다고 하여 책으로도 읽어 보고, 영화로도 보려한다. 책은 소장하고도 싶을 지경이다. 청소년들의 풋풋한 사랑과 우정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그 이야기들이 아름답고 재미있었다. 산다는 건 말이지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는 일이라는 말, 무슨 일 있냐는 말에 울 뻔했다는 등의 말들은 오랜만에 느끼는, 닭살돋는, 감동스러운 말들이었다. 집에 있는 두 아이들이 사춘기라 더 끌렸던 것 같기도 하다. 더불어 이 애니메이션을 아직 안 본 사람들이 있다면 무조건 추천한다.


내가 반한 대사들

 

하루의 가치는 다 같거든. 뭘 했느냐에 따라 오늘의 가치가 달라지진 않아. 난 이렇게 평범한 일 하는 게 즐거워.
산다는 건 말이지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는 일이야. 그걸 산다라는 말로 표현하는 거 아닐까? 누군가를 인정하는 일,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 누군가를 싫어하는 일, 누군가와 함께 하여 즐거움을 느끼는 일, 누군가와 손을 잡는 일, 그게 사는 거지. 혼자만 있으면 자신의 존재를 알 수 없어. 타인과의 관계가 바로 산다는 거라 생각해. 내 마음이 존재하는 건 모두가 있기 때문이야. 내 몸이 있는 건 모두가 쓰다듬어 주기 때문이야. 그래서 사람이 산다는 건 의미가 있어. 스스로 선택해 온 덕에 너도 나도 지금 여기에 살고 있는 것처럼.
무슨 일 있냐는 말에 울 뻔했다.
너는 남과의 관계에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바라보며 매력을 만들어 냈지. 나도 나만의 매력을 만들고 싶었어. 그래서 그날 네가 진심으로 나를 걱정해 준 날, 네가 나에게 살아 달라고 말해 줬던 그날, 처음으로 나는 내가 단 하나뿐인 나라는 걸 깨달았어. 그전까진 나에 대해 수십만 명의 고등학생과 다를 바 없고 단지 남보다 인생이 조금 짧은 사람이라 생각했어. 그런 특별할 것 없는 나를 네가 소중히 생각해 줬어. 친구나 연인 같은 관계를 필요로 하지 않는 네가 그 누구도 아닌 나를 선택해 준 거야. 17년 동안 나는 네가 필요로 해 주길 기다렸는지도 몰라. 벚꽃이 봄을 기다리는 것처럼! 남을 행복하게 할 줄 아는 넌 정말로 대단해.... 난 말이야 죽기 전에 말하고 싶었어. 네 손톱의 때라도 갈아 마시고 싶다고. 하지만 그런 표현으론 모자라. 나와 너의 관계는 흔히 널린 말로 표현하기엔 너무 아까워. 그래서 생각해 냈어. 너는 싫어할지도 모르지만 역시 나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작가의 이전글 추억의 한 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