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일상

행복할 줄 알았는데

by 주니아빠

5년 2개월. 입사 후 퇴사까지의 기간.

내 입에서 "퇴사하겠습니다." 라는 말이 나오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세 번의 이유없는 진급누락이 내 속의 응어리를 한 순가에 끄집어냈다. 첫 번째, 나보다 일찍 입사한 선배가 아직까지 진급을 못해서 진급자 명단에서 내 이름이 지워졌다. 두 번째, 경영자 교체로 인해서 모두가 제외됐다. 마지막, 아무도 이유를 설명해 주지 않는다. 주말을 스스로 반납하고 5년 넘게 헌신한 결과였다. 힘들었지만 이 조직에서 관리자를 꿈꿨었다.

인사발표 5분전 동료들과 파티를 준비했다. 5분뒤, 아무도 축하한다는 말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더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라는 멘트는 "더 이상은 버티지 못할 것 같습니다."로 바뀌게 되었다.

언제나 상위권의 성과를 냈던 나를 믿고 생각보다 쉽게 결정을 했다. 2주간의 인수인계 기간이 끝나고 드디어 자유의 몸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 동안 쉬지 못했던 내 몸과 마음에게 미안해 충분한 휴식을 주고 여행도 다녀오며, 새로운 것을 배우고, 새로운 조직에서 많은 제안을 받으며 행복한 고민으로 시간을 보낼 줄 알았다. 그 때는 몰랐다. 내 결정이 내 주변을 슬프게 만들 것이라는 것을..


퇴사 3일차 아침이 밝았다. 피곤함이 없어져 새벽부터 자연스레 기상하게 된 어느 아침. 어머님의 한숨 소리를 들었다. 그 동안 노예처럼 일한 나를 가엽게 여기시고 좀 쉬라고 얘기하시던 분들은 이제는 과거의 사람이 되어있었다. 가족의 표정과 말이 가슴속에 비수가 되어 날아왔다. 모두가 나의 결정을 존중하고 응원 할 것이라는 것은 나 혼자만의 착각이었던 것이다. 적지 않은 나이가 된 나에게는 휴식의 시간은 허락되지 않았다. 걱정과 한심하다는 눈빛이 나를 더욱 매몰차게 채찍질했다. 조직의 일원인 신분으로는 결코 보이지 않았던 현실과도 마주하게 되었다. 매일 아침 갈 곳이 있다는 사실이 주는 안정감이 얼마나 큰 것인지 또한 깨닫게 되었다.


아침 7시30분 스스로에게 쫓겨 밖으로 나왔다. 갈 곳이 없었다. 카페도 열지 않은 시간, 나의 발걸음은 종착지가 없었다. 행복하고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일 것만 같았던 자유의 시간은 불안과 압박으로 얼룩졌다.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결코, 휴식은 없었다.

기존의 조직이 아닌 전혀 모르는 조직에 나 자신을 어필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숨쉬는 것 빼고는 모든게 돈이 든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 순간, 나는 쉴 수 없었다.


자신에게 투자하기 위해 등록했던 제2외국어 수업, 재테크 수업, 여행 일정 등 모든 것은 어느새 증발했다.

타인에게 채찍질 당하던 자신을 스스로 채찍질하여 더 가혹한 현실로 내몰고 있는 것을 깨닫는 순간 내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SNS에 퇴사를 인증하면서 여행 사진을 올리고 자기개발의 강연을 듣는 모습을 올리는 것은 극소수의 사람에게 허락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는데는 일주일이면 충분했다.


나보다 먼저 큰 결심을 했던 선배들과 동기들..

그들이 짊어졌던 현실의 벽과 후회는 없다는 말들이 얼마나 커다란 무게였던 것인지 배워가고 있다.

물론, 이런 과정이 미래의 자신에게 큰 자산이 될 것이라는 것에 부정할 수는 없다. 반대로, 나의 섣부른 결정이 주변인들에게 상처로 다가온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게 되었다.



현재의 나는 모든 것들을 짊어지는 것에 각오를 했고 내가 했던 선택이 옳은 선택이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다. 현재의 힘든 감정을 시간이 흐른뒤 웃으면서 꺼내 볼 수 있도록..



내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잃으면, 온 세상은 나의 적이 된다._랄프 왈도 에머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