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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드나무 Jan 04. 2019

새 시대의 첫 번째 애니메이션

영화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리뷰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 재관람. 저번엔 입이 벌어진 채로 보느라 내용을 충분히 곱씹지 못했는데 이번엔 조금 생각하면서 봤다. 여러 차원에서 온 여러 명의 스파이더맨, 이라는 설정. 왜 아이언맨은 못 오고, 왜 캡틴 아메리카는 안 오고, 왜 다른 히어로들이 아니고, 하필이면 스파이더맨만 여러 차원에서 오는 이야기가 창조됐을까, 라는 질문을 던진다.


바로 여기에 스파이더맨이라는 캐릭터의 생명이 담겨 있다. 언제나 시끄럽고 유쾌해 보이지만 실은 너무 이른 나이부터 너무 무거운 짐을 혼자 져온, 친절하지만 외로운 우리의 이웃 스파이더맨. 상처를 안고 있지만 누구에게도 토로하지 못한 (그래서 결국 친구도 아니라 숙적인 닥터 옥토퍼스에게나 자신의 속내를 -조금 이상한 의미로- 드러낼 수 있었던) 젊은 히어로.


그웬을 미처 살리지 못했던 트라우마, 메리 제인과 끊임없이 갈등한 관계적 상처, '스스로 선택했다'는 의미의 복잡성과 싸워왔던 이야기의 큰 줄기들을 <뉴 유니버스>는 각각의 스파이디들에게 깔끔하게 녹여낸다. (가장 큰 줄기는 물론 그것들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다는 그 자체다.) 이야기의 종국에 이르러 스파이디 시리즈의 이 모든 주요한 갈등들은 서로를 확인하고 서로에게 의지하여 싸움으로써 치유된다. 그웬도, MJ도, 메이 숙모도 아닌 오직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는 또 다른 자기 자신들을 만남으로써 마침내 가능했던 치유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스파이더맨을 별로 접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을 만큼 잘 만든 영화이지만, 스파이더맨을 오랫동안 사랑해온 팬들에게는 더 없이 짠한 그런 영화다. 까메오로 출연한 스탠 리의 대사까지 어울려져서 말이다. 아직 그가 까메오로 출연할 <어벤져스 : 엔드게임>과 MCU 스파이더맨 후속작이 남아있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그의 필모그래피 중 최고작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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