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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드나무 Jan 19. 2019

성조기 뒤집기

영화 <블랙클랜스맨> 리뷰

<블랙클랜스맨>, 네이버 시리즈. 어쩌다보니 흑인 인권을 주제로 한 영화를 연속해서 봤다. 얼마 전 감명깊게 본 <말콤 X>의 감독 스파이크 리의 2018년 개봉작인데 평이 꽤 좋아서 골랐다. 잘 만든 영화다. 짧게 줄거리를 요약하면, 여전히 인종차별이 만연하던 1978년 미국에서 흑인 형사인 '론 스툴워스'가 KKK단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유대인 형사 '플립'과 팀을 이뤄 잠복수사를 벌인다는 내용이다. 론은 전화로, 플립은 론의 백인 아바타(?)로 KKK단을 속인다. 이 과정에서 인종주의의 허상을 드러내는 몇몇 장면들이 흥미롭다. 이야기의 절정 부분을 정말로 탁월하게 연출했는데,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직접 보길 바람. 


<블랙클랜스맨>의 이야기는 무척 유쾌한 장면으로 끝난다. 그런데 <말콤 X>가 그랬던 것처럼, <블랙클랜스맨>도 극이 끝나고 5분 정도 다큐멘터리가 펼쳐진다. 배경은 2017년 샬러츠빌. 백인우월주의자들이 폭동을 벌이는 장면을 보여준다. 일부는 나치 깃발을, 일부는 남부 깃발을, 일부는 KKK단 복장을 하고서 백인우월주의를 외친다. 이에 맞서는 Black Lives Matter 시위 장면도 나온다. (이 장면에서 "흑인의 생명이 중요하다"고 번역했던데, '이'라는 조사는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흑인의 생명은', 또는 '흑인의 생명도'가 적절하다. 조사를 우습게 알면 안 된다.) 그리고 그 시위대를 향해 한 백인우월주의자가 차량 돌진 테러를 가하는 푸티지도 그대로 나온다. 

이 차량 돌진 시위로 헤더 하이어라는 여성이 숨졌다. 그는 백인이다. 흑인들을 지지하며 거리에 나선 백인이다. 영화는 그를 추모하는 자막("권리 안에 잠들길")을 띄운다. 그리고 뒤집힌 성조기를 보여준다. 조금씩 색상이 바래지더니, 흑백 성조기가 되고, 그때서야 영화는 막을 내린다. 스파이크 리는 <말콤 X>를 성조기를 불태우는 장면으로 시작한 바 있다. 그는 끊임없이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그러고 보면 <블랙클랜스맨> 중반부 KKK단의 내부 의식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백인 단원들은 인종차별로 얼룩진 영화 <국가의 탄생(1915)>을 함께 보며 발광하는 부분이 있었다. 미국은 무엇인가. 인종은 무엇인가. 백인우월주의자들, 너희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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