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린북> 리뷰
<그린북>, 롯데시네마 합정점. 이 영화 정말 좋습니다. 최근에 본 흑백 인종차별을 다룬 영화들 가운데 '충분히 차별적이진 않지만 충분히 평등하지도 않은' 사람들의 마음을 가장 효과적으로 여는 데 성공한 영화라는 느낌. 전체적으로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유지한다는 점이 우선은 중요한 지점이겠지만, 사실 갈등이 고조되는 여러 순간에 '품위'를 도구 삼아 내려앉는 방식을 택하고 있어서이기도 하다. 관점에 따라서는 타협적 우회일 수도 있고, 은근한 정공법일 수도 있고.
이 영화에서 최고의 장면은 역시 후반부 '오렌지버드' 장면일 거다. 그 장면 하나만으로도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아무튼,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가 던지는 논점에 대해 고민해봤으면 한다. '충분히 백인적이지 않고, 충분히 흑인적이지도 않으며, 충분히 남성적이지도 않은' 돈 셜리의 위치를 우리는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