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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드나무 Feb 23. 2019

우리는 오직 우리의 이야기만 알 뿐

연극 <더헬멧> 리뷰

<더 헬멧>, 세종문화회관. 독특한 연극. 큰 스테이지 사이로 수시로 설치와 철수가 가능한 벽이 있고, 벽을 기준으로 한 쪽은 빅 룸, 한 쪽은 스몰 룸을 이룬다. 관객은 이 중 한 곳만을 선택해 연극을 관람하게 된다. 벽 없이 이야기가 시작되었다가 벽이 설치되며 이쪽과 저쪽의 이야기가 나뉘고, 다시 벽이 철수되며 이야기가 합쳐진다. 이쪽에서만 전개된 이야기를 저쪽의 관객은 모르고, 저쪽의 이야기를 이쪽의 관객은 모른다. 가끔 들려오는 고성과 흐리게 비치는 실루엣들만이 대강 무슨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구나 하고 추측하게 해줄 뿐.


이것만으로도 흥미로운데 <더 헬멧>은 보다 흥미롭게도 격회로 두 개의 서로 다른 극을 번갈아가며 보여준다. 룸 서울과 룸 알레포. 1987년과 1991년 서울의'하얀 헬멧'인 백골단을 다룬 이야기와 지금 시리아 알레포의 '하얀 헬멧'인 화이트 헬멧을 다룬 이야기다. 다시 말해 관객은 룸 서울과 룸 알레포 중 하나를 우선 고르고, 그 다음으로는 빅 룸과 스몰 룸을 고른다. 나는 오늘 룸 알레포와 룸 서울을 연달아 관람했다. 둘 다 빅 룸.

정말 잘 봤고 할 얘기도 엄청 많은데 지금은 피곤하니 긴 얘기는 생략하고... 사회적인 주제를 촌스럽지 않고 관념적이지 않게 잘 다룬 연극이다. 특히 룸 알레포의 이야기가 나는 더욱 좋았다. 여러가지 윤리적 문제들을 알차게 담아냈고, 섣불리 답을 내리지 않으며 관객들에게 대답할 기회를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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