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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드나무 Feb 23. 2019

범죄와 가난, 가난과 범죄

다큐멘터리 <오클랜드 경찰을 재건하라> 리뷰



<오클랜드 경찰을 재건하라>, 넷플릭스. 선댄스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다큐멘터리. 영어 원제는 <The Force>. 원제가 조금 더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는 미국에서 범죄율 높기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곳이다. 1등은 미시건주 디트로이트인데, 이곳의 경찰을 다룬 다큐멘터리로 <플린트 타운>이 있다. 2013년 기준으로 7등은 매릴랜드주의 볼티모어인데, 역시 이곳의 경찰을 다룬 드라마로 <더 와이어>가 있다. 그렇다면 세 손가락에 드는 오클랜드에도 역시 경찰을 다룬 무언가가 있어야겠지. 그게 이 다큐멘터리다. 

새로 부임한 청장이 경찰 개혁을 기치로 내건 2014년 말부터 2년간을 추적했다. 결말부터 말하자면 '재건'은 실패했다. 왜? The Force, 경찰에겐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위협이 될 것 같은 시민에게 총을 쏠 수 있는 힘, 10대 미성년자를 동료들끼리 성매매할 수 있는 힘, 부정부패를 저지를 수 있는 힘. 그런 힘들이 만든 어두운 면들이 폭로됨에 따라 오클랜드 경찰이 '청장 없는 경찰청'이 되면서 다큐멘터리는 막을 내린다. 마지막은 지역사회를 이루는 시민들이 경찰위원회를 꾸리는 장면이다. 경찰청 업무에 일부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청장 해임권까지 가지는 막강한 위원회. 내부적으로 개혁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따른 초강경 조치인 셈이다.

아무튼 이 다큐멘터리 역시 <플린트 타운>과 마찬가지로 "Black Lives Matter"를 주제로 삼고 있다. 흑인 '용의자'를 과잉경계해서 쉽게 총을 쏘는 경찰과, 그들에게 죽임 당하는 흑인들의 대립. 사실 이 문제를 우리 정도의 거리에서 바라보면 쉽게 경찰의 인종주의로 인식하기 쉬운데, <플린트 타운>이나 <오클랜드 경찰을 재건하라>를 통해 경찰들의 심리를 들여다보면 이게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구나 싶어진다. 바로 그러한 심리를 들여다보기 위해 나는 다큐멘터리를 본다. 

가난한 도시에 사는 흑인들의 범죄율이 높은 것은 통계적 사실이고, 그런 흑인들이 경찰을 쏘는 일이 때때로 일어나는 것도 경험적 사실이다. 이런 사실들을 알고 있는 경찰들로서는 자기 생명을 지키려 흑인 용의자들의 미세한 행동에도 과잉 반응해 선제사격을 하게 되는 것인데, 물론 그 결과는 종종 파국적이다. 경찰을 쏠 생각이 전혀 없는 흑인 용의자들이 등 뒤로 총을 맞아 죽고, 단지 무리한 통제에 반발했다는 이유로 총을 맞아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난다. 흑인들은 경찰을 증오하게 되고, 그런 증오를 몸으로 받는 경찰들은 흑인들을 더욱 더 경계하게 된다. 끝을 알 수 없는 악순환의 반복. (나는 경찰이라는 말 앞에 '백인'이라는 말을 한 번도 붙이지 않았다. 그들 중엔, 심지어 흑인 용의자를 경계하는 경찰들 중에도 흑인들이 있어서다.)

부연할 필요도 없이, 범죄는 가난과 깊은 상관관계를 가진다. 미국의 가난은 도시 단위로 곰팡이처럼 번지는데, 도시 간의 이동이 쉽지 않아 가난한 도시에서 태어난 아이는 가난한 성인으로 자라 다시 범죄의 굴레에 발목을 잡힌다. 이 과정을 지독하게 잘 보여주는 것이 <더 와이어>. 이런 문제는 경찰의 몸에 바디캠을 붙이거나 인종주의의 나쁜 역사와 흑인 주민들의 뿌리 깊은 적대심을 경찰들에게 가르친다고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결국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가난' 자체를 없애는 것일 터다. 그런데, 어떻게? 미국은 이 문제에 진심으로 답할 생각이 없다. 이미 쌓일 대로 쌓여 더 이상 뿌리를 도려낼 방도가 없어서일 수도 있고, 문제의 답을 찾아야 할 자들이 이 상황으로부터 막대한 이득을 얻고 있어서일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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