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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드나무 Mar 12. 2019

미국의 원죄, 아메리카 원주민

웨스트윙 시즌1 7화

7화에서 바틀렛 정부는 내내 고생을 한다. 온갖 위기들이 터져나오는 가운데 뭐 하나 제대로 풀리는 게 없다. 가장 굵직한 사건은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미국 방문. 토비와 샘이 이에 대한 환영사를 쓰는데, 골자를 두고 갈등을 겪는다. 샘은 의례적인 감사의 말로 환영사를 쓰려 하지만 토비는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언급을 통해 인도네시아의 권위주의성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싶어해서다. 결국 토비의 취향대로 연설문이 쓰인다. 왜? 상사니까...


아무튼 이런 일이 있고나서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똥씹은 표정과 불쾌한 말투로 일관하고 바틀렛은 여기에 당황한다. 하지만 그게 위의 환영사 때문이라는 것은 인지하지 못하는 듯하다. 이 와중에 토비는 인도네시아의 유력인사를 만나고 싶어 한다. 이유인즉 그의 친한 프랑스인 친구가 인도네시아에서 인권 관련 활동을 하다가 억류돼 있는데 그를 풀어줄 것을 요청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그 유력인사는 위의 환영사 얘기를 꺼내며 갑분싸를 만든다. 그리고 이런 말을. 당신, 아까 우리한테 인권 어쩌고 하면서 가르치려 들었지. 그런데 당신들은 뭐가 그렇게 잘났니. 당신네 조상들은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들 다 폭력적으로 쫓아내고 그 자리에 국가를 세우지 않았니? 도대체 누가 누구한테 인권을 가르치겠다는 거야? 안돼, 못 풀어줘, 돌아가. 뭐 이런 얘기들. 맞다. 이것은 미국의 원죄다. 물론 다수의 미국인들은 그게 죄라는 생각도 안 하고 산다. 그래서 더 원죄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공화당도 민주당도 거의 다르지 않다. 공식적으로 사과를 한다든지, 자신들의 원죄를 인정한다든지 하는 정치적 액션은 지난 민주당 정부들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오바마 정부 말기의 '다코타 액세스 파이프라인'을 둘러싼 갈등은 민주당조차도 여전히 그들(백인들)의 이익을 원주민에 대한 원죄 위에 둔다는 것을 새삼 확인해주었다. 결과적으로 원주민들의 투쟁이 승리해 송유관 건설은 중단됐다곤 하지만 말이다. (참고)


덧붙임. 왓챠플레이의 번역에 관해. 영부인이 7화에서 처음 나왔다. 여성과 남성의 대화에서 높임말-낮춤말의 설정은 오늘날 대단히 중요한 이슈다. 과거 '네이트 클럽 24'의 자막작업자들은 대통령과 영부인이 상호존대를 하도록 해두었는데, 그게 상당히 좋았기에 이번엔 어떨지 궁금했다. 결국 대통령은 하대를 하고 영부인은 존대를 하는 전통적(구시대적) 번역이었다. 아쉬운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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