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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드나무 Mar 21. 2019

마약과 최소의무형량제

웨스트윙 시즌1 20화

20화에서는 마약과 관련한 정책이 다뤄진다. 이번에도 인종차별 소지가 있는 정책에 대한 논쟁이다. 미국에는 '최소의무형량제(mandatory minimum sentence)'라는 게 있다. 1980년대 '마약과의 전쟁'을 목적으로 도입된 정책인데, 마약 소지가 적발됐을 시 집행유예나 가석방, 보석 등을 제한하고 법에 명시된 최소의무형량을 살도록 하는 것이다. 예컨대 대마초의 최소의무형량이 1년이라면 어떤 시민이 대마초를 얼마나 많이 피웠는지와 무관하게 단지 소지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최소 1년 이상의 형량은 의무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정책이 시행된 이후로 미국의 재소자 수는 급격하게 증가했다. 


출처 : AJ+


이것 자체로는 뭐, 지나친 엄벌주의라는 비판은 가능하겠지만 왜 인종차별적이라고 부르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명확해진다. 이런 대사가 나온다. "크랙(연초 형태의 값싼 코카인)에 대한 최저형은 가루 코카인보다 높습니다. 크랙 사용자는 대부분 흑인이고 가루 코카인의 경우는 백인들이니 인종차별이죠." 작중 정확한 수치 차이가 인용되는데 그건 못 받아적었다. 아무튼, 같은 마약이라고 해도 어떤 계층이 주로 향유하느냐에 따라 처벌수위가 다르다는 것. 그러니까 인종차별이다. 


실제로 이러한 정책이 더 많은 흑인들의 선거권을 박탈하기 위한 일종의 反민권 프로젝트의 일환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 주장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미국 수정헌법 제13조>, 넷플릭스에 있다. 제가 이 다큐멘터리를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4월 5일 저녁에 가질 예정이오니 많은 참석 바랍니다. (갑자기 분위기 홍보)



이 정책은 2013년 오바마 정부 시절 완화되었다가, 2017년 트럼프 정부에 의해 다시 복원되었다. 정말이지 투명하지 않나. 흑인 대통령이 완화시킨 정책을 백인우월주의자 대통령이 다시 복원하는 것. 어떤 정책이 무슨 취지를 갖고 있는지를 이보다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도 흔치 않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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