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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드나무 Aug 08. 2019

"우리도 이민자였다" ... 그뿐인가?

영화 <어스 us> 리뷰

<어스>, 롯데시네마 일산점. 롯데시네마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내려놓기로 결심했다. 여러모로 최악의 관람환경이었다. 우리 동네에서 마스킹을 제대로 해주는 건 메가박스밖에 없다는 사실을 이제는 인정해야겠다. 어둠이 주 배경인 영화를 마스킹 안 된 스크린으로 제 돈 받고 상영하는 것은 자본주의적 관점에서 사기행위라는 생각에 확신을 갖게 됐다. 아래로 스포일러.




조던 필 감독의 전작인 <겟 아웃>을 아직 보진 못했는데(이번 주말에 볼 것이다), 전작의 주요 주제가 '인종차별'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어스>를 보러 갔기 때문에 이미 내 눈에 인종주의의 렌즈를 끼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이것이 인종에 대한 영화라기보단 이민과 관용에 대한 영화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조금 시간이 걸렸다. 도플갱어들이 손을 잡고 멕시코 쪽으로 장벽을 치는 노골적인 상징이 등장할 때에야.


사실 이 영화에 대한 해석은 이미 결정된 것처럼 보인다. 그 주류적 해석에서 벗어나 새로이 해석하려는 시도가 스노비즘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당연하고 명징한 상징들이 영화에 가득하다. 미국인 자신의 이민자로서 정체성을 망각하고 새로운 이민자들을 배척하려 드는 '훼손된 미국 정신'에 대한 철퇴, 그리고 성찰에 대한 요구. "US(우리)"는 "US(미국)"이기도 하다는 것.


여기까지는 조금만 찾아봐도 나오는 해석이고, 세계 정세와 미국 정치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보일 해석일 터다. 문제는 최후의 반전이다. 현실에서 살아온 애들레이드가 실은 지하 세계에서 살았어야 할 도플갱어였다는 것 말이다. 이 반전으로 인해 어떤 사람들은 <어스>가 주제의식을 배반하는 반전을 깔아 작품성을 깎았다고 말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어스>가 스토리를 배반하는 주제의식을 깔아 작품성을 깎았다고 말하는 것 같다.


사실 이민자 배척, 폐쇄주의, 장벽 같은 키워드를 주제로 한 영화는 트럼프 시대에 정말 무수하게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어스>의 반전은 트럼프 시대의 이 흔해빠진(하지만 그게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주제의식을 획기적으로 전환하며 결정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민자를 환영한다고, 우리도 이민자였다고 말하는 '리버럴'들에 대한 질문이다. "우리도 이민자였다"고 말하는 그들(-우리)은, 왜 "우리는 원래 이곳에 살아온 네이티브 아메리칸을 학살하고 정착했다"고는 말하지 않는가? 그 원죄를 자백하지 않으면서 '이민자 정신'을 말해도 되는 것인가?


이렇게 생각하면, 마지막 반전이 확정되기 이전까지의 과도할 정도로 뻔한 상징들은 반전이 말하고자 하는 최후의 메시지에 관객들이 무관심하도록 유도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으로써 바로 그 '위선적인 리버럴'은 여전히 자신의 흠결은 살피지 않는 위선적인 존재라는 것을 다시 한번 폭로하고 있는 것이다. 헤헤, 아니면 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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