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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드나무 Oct 17. 2016

사법부 직선제

스터디에서 쓴 글.


가히 ‘정운호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라 할 만하다. 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 회장이 해외 불법도박으로 적발된 사건이 계기였다. 검찰계의 전관예우 악습이 재차 폭로되었고, 공은 현직 검사장이던 진경준에게로 넘어가 유사 이래 처음이라는 현직 검사장의 구속까지 이르렀다. 김정주 넥슨 회장을 거쳐 우병우 민정수석, 나아가 ‘최순실 의혹’까지 확장된 것은 차라리 블랙코미디로 보일 지경이다. 


ⓒ머니투데이


검찰 비리가 오히려 작은 일처럼 느껴질 정도로 사건의 파장이 증폭됐지만, 우선 출발점은 검찰 비리다. 또 우병우 민정수석과 관련한 의혹들 가운데 일부는 그가 검사 출신이라는 점에서 기인한 것이기도 하다. 마침내 최순실로 다다르기까지 드러난 온갖 사건들이 제대로 수사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검찰의 문제일 수 있다는 점에서, ‘검찰 개혁’은 더 이상 미뤄둘 수 없는 시대의 과제다.


하지만 문제가 쉽지 않다. 위에서 아래까지, 왼쪽에서 오른쪽까지, 무엇 하나 손 안 볼 게 없다. 게다가 오랜 세월 견고하게 구조화돼 쉽게 건들 수 없어 보인다. 이럴 때는 우선 가장 위에서 출발하는 것이 낫다. 즉, 검찰의 리더인 검찰총장부터 출발하자는 것이다. 현행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임명하는 시스템을 뒤흔들어 유권자들이 직선으로 선출하는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 삼권분립을 최대의 원리로 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행정부의 수장이 사법부의 핵심 리더를 직접 임명하는 현행체제가 권력 간의 견제를 방해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물론 리더를 바꿔도 구조화된 문제는 여전히 견고할 수 있다. 하지만 리더조차 바꾸지 않고서는 문제해결의 과정을 시작할 수 없다.


또한 검찰 비리 사건을 계기로 검찰총장 직선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은 더 큰 확장성을 지닌다는 점에서 유익하다. 현재 직선제로 선출되지 않고 있는 사법부 내 여러 요직들, 예컨대 대법원장(한국일보, 대법 전원합의체 ‘소수의견 실종’)이나 헌법재판소장 등에 대한 직선제 선출 논의로까지 확장될 수 있는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영원히 임명제’였던 것은 없었다. 입법부의 핵심인 국회의원조차 대통령이 임명한 역사를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비교적 최근에는 지방자치단체장과 교육감에 대한 직선제 전환도 이뤄졌으며, 이제 젊은 세대에겐 그것이 상식으로 여겨진다.


이미 외국에서는 검찰총장과 대법원장 등 각부 수장을 직선제로 선출하는 나라들이 많다(머니투데이, 검사장 직선제로 뽑아볼까…미국 등 사례 봤더니). 미국에서는 지방판사를 유권자들이 직접 선출하기도 한다. 불변의 원칙 같은 것은 없다.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권력계의 문제들을 근본부터 뒤집기 위해서는 상상력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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