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어느 일란성 세 쌍둥이의 재회>
<어느 일란성 세 쌍둥이의 재회>, 넷플릭스.
이 아래로 스포일러가 있고, 그게 관람에 큰 영향을 주니 주의하세요.
믿고 보는 선댄스. 와, 진짜 충격적인 다큐멘터리. 제목 그대로 어느 일란성 세 쌍둥이가 재회한 이야기를 소재로 했다. 태어나서 얼마 안 돼 제각각 다른 가정으로 입양된 세 쌍둥이가 19살 때 우연한 계기로 서로의 존재를 알게 돼 형제로 지내게 됐다는 아름답고 따뜻한 이야기...로 출발한다. 서로 존재도 모르고 살아온 세 쌍둥이가 외모도 행동거지도 취향도 살아온 이력도 상당히 엇비슷하다는 놀라운 이야기도 더해진다. 이 놀랍고 충격적인 재회에 온 티비쇼에서 이들을 출연 섭외했다고.
그런데 충격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잘은 모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입양을 시킬 때 아이의 백그라운드에 대한 정보를 부모들에게 충실히 제공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나보다. 그들의 부모들은 왜 자기들이 이 사실을 몰랐는지에 대해 의아해 하며 입양기관을 찾아가는데, 그들은 형식적인 사과만 표할 뿐이었다. 결국 부모들은 이 기관을 고소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이 고소 사건에 흥미를 가진 한 저널리스트가 취재를 하던 중 어떤 논문에서 쌍둥이를 입양시키는 실험에 관한 이야기를 찾아내기에 이른다. 실험, 쌍둥이가 서로 헤어져 자랐을 때 얼마나 닮게 되는가에 대한 실험?
그런데 충격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들이 입양된 각각의 조건들은 정말 철저하게 설계된 것이었다. 한 아이는 상류층 부모에게, 한 아이는 중산층 부모에게, 한 아이는 저소득의 이민자 부모에게 입양된 것이다. 실험, 어떤 계층에서 자라나느냐에 따라 같은 유전자를 가진 아이들이 어떻게 다른 삶을 살게 되느냐에 대한 실험?
그런데 충격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곧 이 실험에 참여당한 쌍둥이가 이들만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비슷한 시기에 각각의 가정으로 분리 입양된 자매가 한 사례로 나왔다. 나레이션에 따르면 세 쌍둥이의 이슈화 이후 서로를 알게 된 쌍둥이들이 3~4건 있었고, 아직까지도 자신이 실험대상이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도 더러 있을 것이라 한다. 실험, 엄청나게 조직적이고 광대한 범위의 실험?
그런데 충격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 실험을 주도한 피터 뉴바우어라는 홀로코스트 생존자 출신의 심리학자와 한 기자가 접촉해 인터뷰를 해 녹음한 파일이 공개된다. 이 인터뷰에서 피터 뉴바우어는 이 실험이 개인, 가족재단, 그리고 정부(워싱턴)의 지원을 받았다는 사실을 증언한다. 정부에 의한 철저히 반인권적인 실험. 나아가 이 세 쌍둥이와 앞서의 자매가 모두 살아오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정신질환을 겪어왔다는 사실을 발견해내고, 또한 이들의 생모가 모두 정신질환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도 알아낸다. 그렇다면, 정신질환을 가진 어머니에게서 아이들에게 정신질환이 유전될지에 대한 실험?
그런데 충격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윽고 이 실험의 초반에 참여했던 한 연구자가 인터뷰를 자청한다.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떠들어댈 만큼 '진솔한' 그는 "실험이 정신질환에 관한 것이었냐"고 묻는 감독의 말에 "내가 아는 한 양육에 관한 것이었다"고 증언한다. 여기서 극 초반 흥미거리로 잠시 언급된 사실이 다시 대두된다. 그들을 입양한 세 가정 모두 그들에 앞서 2살 터울의 여자 아이를 입양한 가정이라는 것. 이들 가정은 그들도 모르게 실험자들에 의해 철저하게 검토되고 선정된 세 '변인'이었던 것이다. 실험자들은 '입양 후 케어'라는 명목으로 지속적으로 각 가정을 방문해 아이들에 대한 이런저런 관찰들을 해대왔고, 그 관찰은 세 쌍둥이가 서로를 알게 된 이후로 더 이상 행해지지 않았다. 이 실험은 쌍둥이들이 서로의 존재를 몰라야만 가능했다는 것이다.
여기까지에 이르자 다큐멘터리와 세 쌍둥이 중 두 사람(한 사람은 조울증 증세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났다) 나름의 결론을 낸다. 그들은 우연히 그들의 존재를 알게 되곤 '같은 것'을 찾아내는 데 지나치게 열중했다. 그래서 서로의 같은 취향과 같은 외모와 같은 행동거지를 필요 이상으로 강조하며 '엄청난 우연'이라고 놀라워했다. 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그들은 그들의 '다른 점'을 찾아내는 덴 소홀했다. 서로 다른 계층의 가정으로 입양돼 서로 다른 양육을 받으며 자라난 그들은 겉으로는 비슷해 보일지 몰라도 속으로는 전혀 다른 사람들이었다는 얘기다.
이야기가 계속 새로운 사실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구성돼서 내가 제대로 요약했는지 잘 모르겠다. 하여간 정말이지 놀라운 이야기이다. 저 끔찍한 반인권적 실험은 2066년에나 공개되도록 조치돼 있었다고 한다. 왜 2066년인가? 1960년대에 태어난 쌍둥이들이 그 즈음엔 모두 죽고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서다. 자료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실험을 발주한 유대인위원회는 거부로 맞섰다. 나레이션에 따르면 이 다큐멘터리 이후 사회적 파장이 일자 위원회는 어쩔 수 없이 실험결과를 공개했다고. 하지만 상당 부분이 삭제된 자료였고, 실험 결과도 미정으로 기록된 반쪽짜리 자료였다. 나치에 의해 생체실험 당한 역사를 가진 유대인이 똑같이 인간을 실험대상으로 삼아 연구했다는 끔찍한 실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