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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드나무 Oct 06. 2016

우주, 정말 갈 수 있을까

이명현 천문학자의 강연 다녀오다

서울와우북페스티벌에서 연 이명현 천문학자의 강연에 참석했다. 칼 세이건과 보이저호의 이야기가 주제. 최근에 <지구의 속삭임>이라는 제목으로 칼 세이건이 보이저호에 대해 쓴 책이 한국에 번역됐는데, 관련해서 기획된 강연이다. 정말정말 너무 흥미로워서 시종일관 최고의 집중력으로 강연을 들었다. 문돌이인 내가 들어도 이해 못할 말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이명현 선생님의 강연력은 압도적이었다. 우주에 대한 상상은 늘 나를 들뜨게 한다.


이 세계에서 가장 이성적이고 냉철한 것만 같은 우주과학자들이야말로 가장 아이같은 마음으로 외계인의 존재를 믿는다는 것이 흥미롭다. 이명현씨의 말에 따르면, 스티븐 호킹 박사는 외계인의 침입을 진심으로 걱정한다고 한다. 근데 그 걱정하는 맥락이 재밌다. 근시일 안에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을 멸종시킬 때가 '필연적으로' 올 텐데, 그때를 대비해 인간이 택할 수 있는 유이한 방법은 그냥 멸종을 받아들이거나 아니면 인간이 기계-인간화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호킹은 믿는단다. 그냥 멸종할 순 없으니 후자의 방법일 텐데, 그 후자의 연구를 끝마치기 전에 외계인이 침입해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호킹 박사의 걱정이라고(...).


주제는 보이저호에 대한 것이었지만, 이야기는 인공지능으로 튀다가 정치로 튀다가 심지어는 페미니즘으로 튀다가 했다. 그 모든 이야기들을 여기에 적으면 참 좋겠지만 지면이 부족해서 관두기로 한다. 아무튼 간에 너무 짱이었다. 특히 가장 마지막에 나온 얘기, "Starshot"은 너무 두근두근하다. 아주 얇은 연(?) 같은 걸 태양계에서 4광년쯤 떨어진 알파 센타우리 방향으로 날려보낸 다음, 거대한 전파망원경으로 연에다 레이저를 쏘아서 속도를 증폭시켜 도달시킨다는 것. 개발에 20년이 걸리고, 이론상 이 방법으로 알파 센타우리까지 20년이 또 걸리며, 사진을 전송받는 데 또 몇 년이 걸려서 대강 46년 뒤에는 이 연이 찍어온 사진을 우리가 받아볼 수 있을 거라고. 링크


이 프로젝트를 위해 1억여달러를 후원한 사람이 유리 밀너라는 사업가라고. 최초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을 동경해 이름을 '유리'로 바꿀 정도로 우주 덕후란다. 지나치게 성공해버린 덕후의 예시라고 하겠다. 사람이 태어나서 덕질을 할 거면 저 정도 규모로는 해봐야 할 텐데. 이 계획은 5개월 전쯤에 발표됐다. 그러니까 우리는,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2056년쯤에는, 알파 센타우리의 외계인과 소통할지도 모른다. 강연은 "그때까지 건강하게 잘 살아 계셔야 외계인도 만난다"는 말로 끝났다. (옆에서 함께 강연 듣던 40대쯤 돼보이던 아저씨가 탄식을 내지르더니 날 보며 허탈하게 웃었다.)


거하게 과학뽕을 맞고 나와 그 길로 거리도서전에서 <스켑틱 코리아>를 사버렸다. 하나는 과월호로 '시간여행'을 커버스토리로 다뤘고, '마인드 업로딩'을 커버스토리로 다룬 최신호도 함께 샀다. (구입하기 전에 직원에게 "저... 제가 문관데... 괜찮나요?" 하고 물어본 다음에 샀다.) 내 책장엔 서문만 읽고 수년째 먼지 쌓인 <코스모스>가 꽂혀 있는데, 조만간 찬찬히 읽어봐야겠다. 강연에서 왜 페미니즘 이야기가 나왔는지는 첨부한 사진을 보면 대강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사진은 1972년에, 외계인에게 인간의 존재를 알리고 설명하기 위해 우주선에 부착해 날려보낸 금속판이다. 이른바 "파이어니어 금속판(Pioneer plague)". 자세한 건 링크를 클릭해서 읽어보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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