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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드나무 Feb 19. 2017

<스노든> 보다

<JFK>와 <닉슨>으로 올리버 스톤을 알게 된 나는 이 감독을 단순하게 취급되는 어떤 유명인의 내면에서 이중적이고 복잡한 면모를 뽑아낼 줄 아는 사람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스노든>도 그런 영화일까 싶었는데, 이번엔 사람이 아니라 나라가 대상이었다. 


미국에서 개봉한 게 2016년 9월이다. 분명하게 대선 국면을 노리고 나온 시점이고, 연출도 그런 의도를 전혀 숨기지 않는다. 2013년의 사건이니 오바마 정부가 타깃이다. 영화 내내 감청에 대한 오바마의 실제 발언들ㅡ초선 선거운동 시점과 스노든 폭로 이전, 그리고 폭로 이후의 발언이 모두 다르다ㅡ을 보여주고, 엔딩 크레딧을 올리면서는 아예 민주당 경선 토론회 영상을 이용한다. 클린턴이 "스노든은 범죄자"라고 말하는 영상과, 샌더스가 "그는 헌법의 가치를 보여줬다"고 말하는 영상. 


<JFK>와 <닉슨>만큼 현란하진 않지만, <스노든>도 충분히 기교를 부렸다. 영상만으로도 볼 가치가 있다는 말이다. 특히 극 중간에 데이터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묘사하는 장면, 그리고 그 흐름이 스노든의 홍채로 표현되는 것이 굉장히 상징적이고 훌륭했다.


점점 프라이버시 이슈에 무뎌지는 것이 걱정이다. 나도 그렇다. 너무 미시적이라 오히려 와닿지 않는 걸까. (그래서인지 개봉 일주일 조금 넘은 이 영화는 예매율이 0.3%에 불과하다.) 고발과 연대, 그리고 주의 환기를 위해 만들어진 이 영화는 이 이슈를 정말 전혀 드라마틱하지 않게 묘사한다. 그게 오히려 나은 선택이었는다는 생각이 조금 든다. 너무 쉽고, 또 너무 일상적이라서 더 현실적이었다. 스펙터클이 실재를 침범하는 세상이라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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