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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드나무 Mar 17. 2017

갈등 너머 진짜 문제를 해결하려면

스터디 논술에서 쓴 것.



모녀가 함께 뉴스를 본다.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몰렸다는 소식에 어머니는 사람들이 심했다며 안타까워한다. 딸은 그 말을 듣곤 대통령이 왜 내려와야 하는지를 논리정연하게 설명한다. 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머니와, 이해하지 못하는 어머니가 이해되지 않는 딸의 대화는 평행선을 달린다. 그러다 어머니가 말한다. “너는 왜 내 말만 다 무시하니?” <SBS 스페셜>에 나온 실제 장면이면서, 지난 겨우내 여러 가정에서 일어났음직한 장면이다.


탄핵 정국 이후 수습해야 할 것들이 많다. 그나마 경제적 손해는 장기적으로 복원 가능하고 정치적 제도 미비의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 가능하다. 적어도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로 수습하기 어려운 것은 감정의 문제, 즉 세대 간의 갈등이다. 촛불 든 청년들은 태극기 든 노인들을 조롱하고, 태극기 든 노인들은 촛불 든 청년들을 저주한다. 불필요한 갈등이다. 이 갈등 너머에서 기득권들이 웃고 있다. 전 세대를 아우르는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보호망의 부재,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는 사회 같은 ‘진짜 문제’의 책임자들이다. 세대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면 이 문제로 나아갈 수 없다.


세대 간의 화해가 필요하다. 노인세대의 “너는 왜 말만 다 무시하니?”라는 말에서 시작할 수 있다. 이 말엔 열등감이 짙게 깔려 있다. 열등감의 근원은 명백하다. 학력수준은 단적인 지표다. 기성세대는 대부분 중·고등학교도 못 나왔지만 자식 세대는 80%가 대학까지 나왔다. 노인세대는 빈곤하다. OECD 집계에 따르면 한국 노인빈곤율은 49.6%로 회원국 가운데 압도적인 1위다. 게다가 외롭다. 1인 가구를 꾸린 60세 이상 노인이 157만 명에 달한다. 자존감 무너진 노인들은 과거의 영광으로 자위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박정희라는 산업화 시대의 영광을 계승한 정치인이다. 그런 박 전 대통령을 젊은 세대가 몰아내려 한다. 이에 반발한 노인세대는 대통령을 ‘지키러’ 나온다.


젊은 세대가 화해를 위해 먼저 손 내밀어야 한다. 이번 정국에서 승리감을 얻은 세대이기 때문이다. 화해를 위한 관용은 승자의 몫이다. 노인세대의 자존감을 찾아줘야 한다. 노인복지를 강조하는 기존 패러다임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야 한다. 핵심은 ‘관계맺기’에 있다. 노인 간의 공동체를 구축하는 것은 기본이다. 노인들이 정기적으로 동네 어린이집을 방문해 동화책을 읽어주고 일정한 임금을 받게 하는 프로그램이나, 노인들의 이야기를 청년들이 듣고 구술로 기록하는 프로그램이 예시다. 젊은 세대와 노인세대가 손잡고 나설 때 마침내 탄핵정국은 끝나고, ‘진짜 문제’의 해결이 시작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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