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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드나무 Apr 27. 2017

구원자 미국은 이제 없다

독자적인 평화정책을 구축해야 한다

스터디에서 쓴 글.



미국이 달라졌다. 트럼프는 2017년의 첫 분기를 돌자마자 북한을 겨냥한 행동을 쏟아냈다. 중국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지며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 역할론을 요구했고, 화학무기를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시리아 정부군의 무기고를 공습함으로써 북한에 ‘본때’를 보였고, 항공모함들이 한반도로 향하는 것처럼 위기감을 조성했다. 일련의 행위들은 한국 정부가 트럼프의 미국에 의존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판단인지를 방증한다. 한미동맹의 상호신뢰 하에 구축된 대북 정책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이제 한국이 북핵에 대해 주도적인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 대화만이 선택 가능한 유일한 옵션이다.


‘구원자’ 미국은 이제 없다. 최근에 미국이 취한 행동들은 대체로 예측하기 어려웠다. 또한 위험했다. 시리아 공습에서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민간인 피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트럼프의 기조를 확인할 수 있었다. 또 한반도로 항공모함을 출항시켰다는 발표가 거짓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한국 국방부가 확인해주지 않는 데서는 미국이 정말로 한국의 안보를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는지조차 의심하게 된다. 알고 있었다면 국민들을 속인 셈이고, 몰랐다면 한없이 위험한 상황이다. 트럼프의 제1원칙이 ‘미국 우선주의’라는 것은 명백히 선언된 바다.


강경 기조는 미국과의 상호신뢰 위에서만 유지될 수 있다. 치킨게임의 끝에서도 미국의 지원으로 군사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만 유효한 기조인 것이다. 미국의 태도가 바뀐 것을 확인한 지금, 강경 기조는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다. 미국이 북한을 선제 타격할 때 그에 따라 북한이 한국에 보복할 가능성을 염두에 둘까? 확신할 수 없다.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연이은 공습과 그 결과로 발생한 민간인 사망은 미국이 전술적 성과만을 염두에 두고 민간인 피해를 고려하지 않은 결과다. 트럼프가 한국에 대한 북한의 보복을 고려해 판단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보증은 아무것도 없다. 


(덧: 북핵이 고도화되고 ICBM 등 미국을 노리면 노릴수록 미국의 '한반도 정책'은 '미국 정책'으로 전이되게 된다. 그리고 지금은 그런 상황에 이르렀다. 한국의 안전보다 미국의 안전이 우위에 설 것이라는 건 너무 명백하다.)



미국에 대한 의존을 접고 한국의 독자적인 안정화 전략을 꾀해야 한다. 조기대선으로 정권이 바뀌는 지금은 지난 10년 간 보수 정부가 유지해온 강경 기조와 명료하게 단절할 수 있는 최선의 시점이다. 한국의 차기 정부는 대화를 통해 북핵 위기를 풀어가야 한다. 먼저 북한에 회담을 제안함으로써 평화 국면을 열어 나가야 한다.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른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잠정 중단하는 것을 조건으로 회담을 이어가면서 장기적으로 핵 폐기 수순을 밟아갈 필요가 있다. 자존심과 감정으로 대응하기엔 위협이 너무 가까워졌다. 불확실한 치킨게임이 아니라 확실한 평화국면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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