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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드나무 Apr 27. 2017

뉴스 직거래 시대의 포털저널리즘

스터디에서 쓴 글.



뉴스를 직거래하는 시대다. 지면이나 위성 수신기를 거치지 않고, SNS를 매개 삼아 소비자에게 뉴스가 직접 전달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뉴스에 권위를 부여하던 매개체들이 무의미해진 것이다. 이런 시대에 빈틈을 노리고 창발한 것이 페이크뉴스다. 그럴듯한 홈페이지에 그럴듯한 기사를 올려 SNS로 전파하면 사람들은 그것을 ‘진짜 뉴스’라고 믿는다. 가짜와 진짜의 경계가 모호해진 지금, 포털은 페이크뉴스를 걸러내는 필터가 될 수 있다.


포털은 일종의 뉴스 도매상이다. 언론사들과 제휴계약을 맺고 기사를 유통하는 시스템이다. 계약관계라는 것이 중요하다. 실재하지 않는 페이크뉴스는 포털과 계약을 맺을 수 없다. 포털의 공신성이 유지되는 한, 포털에 유통된 기사의 공신성 또한 확보된다. 또 어떤 페이크뉴스가 작정하고 포털과 계약을 맺는다고 해도 여전히 필터는 존재한다. 포털의 뉴스 서비스 편집자다. 포털은 현재 뉴스 편집자에게 일정한 수준의 저널리즘 교육을 연수하도록 하고 있다. 교육받은 편집자가 뉴스를 배치하기 때문에 허무맹랑한 페이크뉴스를 걸러낼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전세계적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페이크뉴스가 한국에서는 다소 힘을 쓰지 못하는 까닭엔 한국의 예외적인 포털 점유율이 있다. 최근 영국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이 뉴스를 접하는 통로는 검색과 포털 비중이 각각 60%와 38%로, SNS 비중 18%보다 훨씬 높다. 이는 26개국 응답자 전체의 SNS 이용률 비중이 51%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아주 예외적인 현상이다. 한국에서 저널리즘의 신뢰성을 높이는 데 포털이 나름대로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이 같은 예외적 현상은 오랫동안 언론사들이 저널리즘의 가치를 포기하고 포털 영향력에 편승해 어뷰징 기사를 만들어내게 하는 문제적인 상황으로 다뤄져왔다. 지금도 문제가 아닌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를 뛰어넘는 더욱 심각한 문제, 즉 페이크뉴스가 창발하는 상황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문제적인 것은 같아도 시급성에 엄연한 차이가 존재한다. 한때 ‘독’이었던 포털이 이제는 ‘약’이 될 수 있는 시점이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포털이 아무리 페이크뉴스를 걸러내고 ‘진짜 뉴스’를 공급해도, 그 ‘진짜 뉴스’의 수준이 낮다면 필터링한 의미가 없다. 실제로 페이크뉴스 현상의 원인 중 하나로 기존 언론사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것이 주요하게 지적된다. 실제 뉴스와 페이크뉴스를 한 눈에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실제 뉴스의 형식적 수준이 떨어진 것이다. 결국 기존 언론사가 제대로 된 기사를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포털저널리즘'의 문제는 그 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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