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 JFlaMusic이라는 계정명을 쓰는 유튜버가 있다. 'J.Fla'라는 이름을 쓰는 가수의 계정이다. 주로 팝송 커버를 올린다. 현재 구독자 160만명. 총 조회수 2억8천회. 놀라운 수치다. 이런 성공이 어디서 왔을까. 물론 그의 실력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기교 없이 청아한 목소리, 유창한 영어발음, 리듬감 있는 창법, 폭발적인 성량. 그는 분명 실력있는 가수다. 일단 한 곡 듣고 가자.
그런데 실력뿐만 아니라, 그의 영상들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형식의 통일이 유독 눈에 띈다. 곁눈질로 봐도 이게 J.Fla의 영상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어떻게? 일단 썸네일이다. 제목을 크게 강조한 자막, 원곡 가수와 제목, 그리고 Cover by J.fla. 무엇보다 일부분만 붉게 염색한 특유의 포니테일과 그의 옆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6년 된 채널인데, 9개월 전에 이 양식을 정립한 이후 지금까지 쭉 이어오고 있다.
그 다음으로 영상 설명. J.Fla는 한국인이다. 그런데 영상 설명은 영어로 쓴다. 유튜브는 외국인이 더 많이 이용하는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자기 싱글을 들을 수 있는 각종 채널(애플뮤직, 아마존, 구글플레이...)과 자기가 운영하는 SNS 계정 링크를 짧은 줄 링크로 남겨놨다. 그리고 그 밑으로는 가사를 각종 외국어로 번역한 사람들의 계정명이 이어진다. 팬이 번역해준 건지, 아니면 번역된 걸 가져온 건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그래서 각국의 유튜버들은 팝송 가사를 자기 나라 언어로 된 자막으로 읽을 수 있다. 굉장히 섬세한 배려라고 생각한다. 한국어 가사를 확인해보니 상당히 번역이 잘 된 자막이다.
마지막으로 러닝타임. 그의 커버곡들은 거의 대부분 3분에 못 미치는 러닝타임을 갖고 있다. 원곡은 그보다 좀 더 긴데도 이렇게 짧아지는 까닭은 그의 영상에 간주가 대체로 편집돼 있기 때문이다. 노랫말이 나오는 부분만 살린다. 흔히 노래방에서 간주점프 하듯 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아마 '인내심 없는' 오늘날의 유튜버 성향을 고려해서 일부러 러닝타임을 3분 안팎으로 줄인 거라고 생각한다. 아니면 말고(...) 어쨌거나 이렇게 함으로써 '긴 영상에 기겁하는' 유튜버들의 진입장벽을 획기적으로 낮춰주는 효과가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또한 뭔가 듣고있다 싶으면 어느새 끝나 있도록 감칠맛을 줘서 영상을 반복재생하게 하거나 아니면 다른 영상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도록 한 걸 수도 있겠다. 어느 쪽이건 SNS 시대에 유익한 효과다.
다만 나는 이러한 러닝타임 줄이기가 영 마뜩찮다. 노래가 작품이 될 수 있는 건 간주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노랫말만 있는 노래를 듣고 있으면 좀 지친다. 간주는 어떤 노래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중요한 작품적 장치라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이 같이 노랫말에만 집중하는 영상은 결국 노래 자체보다 가수의 역량 보여주기 정도에 그치지 않나 싶은 것. 그치만 나는 오늘도 J.Fla의 영상을 무한재생한다... 좋은 건 어쩔 수 없다... 아무튼간에... 이런 식으로 SNS 플랫폼에 최적화된 형식을 구축하는 것, SNS에서 뭔가를 해보려는 사람이라면 필히 참고해야 할 지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