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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부부 Aug 26. 2020

우리 아기, 언제 나올까

출산 후기① 40주를 꽉 채워 태어난 아이



아이가 백일이 지난 이제야 출산 후기를 쓴다. 출산하고는 경황이 없었고 조리원에서는 못다 한 육아용품 준비에 여념이 없었고 세 달 동안은 아이 키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육아의 시작은 출산이기에 더 늦기 전에 나의 경험을 떠올리며 정리해본다.



"첫째는 멋모르고 낳는 거야. "

엄마는 나에게 항상 이렇게 말했다. 엄마의 말은 출산의 두려움에 떨고 있던 나에게 큰 위로가 됐다. 


37주가 되던 때, 의사는 이제 아이가 언제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니 지금부터는 엄마의 노력 여부에 따라 아이가 빨리 나올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했다. 여기서 노력이란 '운동'을 말한다. 여태까지 아이가 유산될까 봐 몸을 사렸다면 이제는 아이를 건강하게 낳기 위해 몸을 움직여야 한다는 거다.


특히 내가 살이 찌면 뱃속의 아이가 몸집이 커져 자연분만이 어려워진 탓에 결국 제왕절개를 하게 될까 걱정이 됐다. 열심히 몸을 움직이기로 했다. 우선 집 근처에 있는 3시간 코스인 배봉산 둘레길을 걸었다. 집에서 배봉산 둘레길을 걷고 나면 만보가 찍혔다. 13층 우리 집은 항상 계단으로 올라갔다.


엄마의 노력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는 여전히 뱃속에서 유유자적했다. 초음파 간호사 선생님은 "아기가 아직 엄마 뱃속이 좋은가 봐요~"라고 위로했다. 


이 녀석.. 아무리 엄마 뱃속이 좋아도 그렇지. 건강한 게 어디냐 싶으면서도 초음파 속 아이의 눈코 입을 보는데 어찌나 야속하던지. 지금 생각해보면 순리대로 될 것을 너무 걱정이 앞섰던 것 같다.


39주. 병원에선 여전히 뱃속 아이가 많이 안 내려왔고 자궁 문도 아직 2cm밖에 안 열렸다고 했다. 의사는 일주일간 열심히 운동해보고 그래도 출산의 징후가 없으면 유도분만을 하자며 스케줄을 잡았다.


유도분만 스케줄을 잡았다는 건, 출산을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는 말이다. 내가 숱하게 읽었던 후기에서는 초산+유도분만은 자연분만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했어서 더욱 겁이 났다.


"일주일간 할 수 있는 걸 일단 다 해보자."


이전보다 더 공들여 운동을 했다. 매일 걷던 배봉산 둘레길 코스+계단에다가 저녁마다 남편과 함께 집 근처를 돌았다. 시가에서 가져온 짐볼도 탔다.


40주가 되던 날, 아이는 여전히 소식이 없었다. 3일 후면 유도분만을 하기 위해 나는 병원에 가야 된다. 남편은 차분히 지켜보자고 했지만 나는 초조했다. 유도분만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지만 몸이 너무 무거워져서 이제는 아이를 낳고 싶다는 생각도 강했다. 숨도 많이 차고 하루 종일 화장실을 갔다. 수면 중 화장실 3번은 기본이다. 입덧, 특히 침덧은 막달까지도 멈추지 않아서 껌을 계속 씹었다. 자궁이 커져 모든 장기가 눌린 탓에 역류성 식도염으로 잠을 자기가 힘들었고 변비도 있었다.(출산과 동시에 이 증상들은 모두 사라졌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하루를 넘긴 40주+1일. JTBC '부부의 세계'를 보면서 남편과 짐볼을 '팡팡' 탔다. 그전에 짐볼을 통통 탔다면, 이번엔 남편의 리드 하에 팡팡 탔다. 정말 말 그대로 '팡팡', '쿵쿵' 탔다. 그리고 저녁엔 남편과 함께 신나게 집 근처 산책을 하던 중 밑에서 3번 정도 물 같은 게 물컹, 물컹, 물컹, 쏟아지는 느낌이 났다. 


양수가 터졌다.


지금도 두고두고 생각한다. 짐볼 효과가 좋았던 거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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