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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우리 Jun 27. 2024

결혼은 타이밍이다.

비혼주의자였던 아빠의 육아일기

연애기간이 6년이었다.

나는 나이가 있었지만 결혼 생각이 없었고 막내 선생님이었던 지금의 아내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결혼에 대한 생각보다 뭔가 안정된 삶을 먼저 찾으려 했다. 우리는 모두 그 학교에서 2년이라는 시간을 보내고 여러 사건들과 함께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와 버렸다. 학교에서 나온 뒤에도 여러 사정으로 각자 일을 하고 공부를 했다. 다행인 것은 마침 친한 선생님이 알려 준 동네로 각자 이사를 해서 매일 퇴근해서 같이 공부할 수 있었다.

그렇게 2년을 더하고 -아내는 마지막 해에 6개월만 일하고 공부에 집중하였다- 아내가 먼저 임용시험에 합격을 하였다. 나는 아직 기간제 교사 신분이었기에 예전처럼 불안한 삶을 살고 있었다.

사실 이때 '헤어져 줘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었다. 내 나이도 문제였지만 아내도 이제 나이가 제법  들었기에 내가 잡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매번 그랬듯이 너그러운 아내 덕분에 위기를 이겨내고 다음 해에 난 사립학교에 정교사로 합격하게 되었다. -나중에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임용시험이라는 것이 사람을 피폐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나와 아내 모두 정교사가 되고 각자 학교에서 적응하면서 잘 지내고 있었지만 그래도 결혼 이야기는 서로 하지 않았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결국 아직 준비가 안 됐다는 이유였다.

여기서 준비는 결국 경제적 요인이었다. 결혼할 상대도 있고, 직업도 안정되고 했으나... 결혼을 위해선 필요한 것들이 많았다.

그래서 결국 결혼 이야기는 하지 않고 평일, 주말 데이트를 하면서 여유롭게 1년을 보냈다.

하지만... 부모님은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

어느 날 전화가 와서는 아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옆 동에 집을 사신다고 하셨다. 그것은 결혼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우리보다 부모님께서 먼저 한 가지를 해결해 버리셨다. 아파트 매매에 대해서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기에 그저 시키는 대로 따랐다. 그동안 모은 돈을 전부 합치고 부족한 돈은 대출을 받고서야  해결이 되었다. 그리고 그날 같이 식사를 하면서 본격적인 결혼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예전에 친구가 했던 말이 있는데.

 '집만 해결되면 어떻게든 다 된다.'

이 말이 맞았다. 어떻게든 되고 있었다. 갑작스레 내가 살던 전셋집에서 짐을 정리하고 현재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를 했다. 그리고 집이 어느 정도 정리되고 저녁마다 둘이서 결혼식은 언제쯤 할 것인지, 어디서 할 것인지, '스드메'는  할 것인지, 상견례 장소 등등. 급물살을 타듯 진행되었다.


타이밍(timing)...

사전에는 '보통 어떤 일을 하는 과정에 어떤 자원, 어떤 힘을 한 번에 들여야 하는 구간' 이라고 나와있다. 이런 심오한 의미가 아니더라도 '일이 될 순간'으로 우리는 많이 쓰고 있다.

우리에게 결혼 타이밍은 절묘했다. '절묘했다'라는 것은 결혼할 시기에 코로나-19가 유행하여 모든 과정을 간소화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절약이 되었다.


1. 결혼식 날짜

어느 달이 좋을지 이야기가 많았지만 6월로 하고 싶었다. 6년째 연애를 하던 터라 처음 만난 달과 맞추고 싶었다. 결혼식까지 준비 기간은 4개월 남짓이었다.

2. 상견례

양가 부모님께 가능하신 날을 말씀드리고 급하게 정했다. 장소도 여러 곳을 알아보다 집 근처에 좋은 곳이 있어 예약을 하고 지방에 계신 어머니를 누나가 데리고 올라오셨다. -어머니는 연세가 있으시고 수술도 하셔서 건강이 그렇게 좋지 않아 걱정이 많았다.-

3. 스드메

먼저 결혼하신 선생님께 플래너님을 소개받고 예식 준비가 진행되었다. 드레스는 몇 군데 못 보고 결정했고 메이크업도 추천했던 곳에 예약을 마쳤다. 스튜디오 촬영은 따로 하지 않고 우리끼리 제주도로 가서 스냅촬영으로 대체했다.

4. 식장예약

아주 어려운 부분이었다. 스몰웨딩이 붐이라 알아봤으나 식사가 문제 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최소인원만 불러도 공간이 협소해서 식사가 불편했다. 비용도 생각보다 훨씬 비싸서 쉽게 결정을 내리기 어려웠다. 결국 일반 예식장을 알아봤는데 만족스러운 곳은 날짜가 안 맞았고 날짜가 맞는 곳은 여러 조건들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매주 주말마다 식장을 보러 다녔지만 쉽게 결정을 못 내렸다. 그러다 교직원총연합회에서 운영하는 곳을 방문했다가 결국 예약을 하고 왔다. 모든 것이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그래도 비용이 가장 적게 들었고 식사 대신 답례품도 맞춰줘 만족스러웠다.

이 정도 준비하는데 2달 정도 걸린 듯하다. 그밖에 것들은 정말 소소한 것들이었는데 아내가 이것저것 많이 알아보고 준비한 덕분에 무리 없이 결혼식을 끝낼 수 있었다.

결혼 준비기간 4개월... 이 기간에 모든 것을 해내는 데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운도 따라야 했다. 결혼식장 날짜가 맞아야 했고, 금액도 예상치보다 높으면 안 됐는데 코로나-19로 예식업이 어려움이 많아 웬만하면 우리가 요구하는 조건들을 맞춰 주셨다. 그리고 결혼식과 일을 동시에 해야 했는데 당시 학생들이 주 2~3일만 등교했기에 업무를 하면서도 준비하는데 큰 부담이 없었다.

이런 모든 조건들이 잘 맞아떨어져 그나마 짧은 시간에 결혼까지 끝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정말이지 타이밍이 절묘했다고 생각된다.

집부터 예식까지 모든 것이 한순간이었다. 결혼에 대한 생각이 1년 넘게 없었는데 해야 하는 상황이 되니 아주 짧은 순간 다 이루어졌으니 말이다. 약속의 6월...무사히 결혼식을 마치고 이제 우리는 개인이 아닌 둘이 하나가 되어 삶을 살아가게 되었다.

결혼 때 선물로 받은 웨딩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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