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 이후 아기는 점점 커지고 움직임도 많아져 아내는 점점 힘들어하고 출산이 임박했음을 알린다. 이 당시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저 옆에서 집안일이며 이야기 듣고 먹고 싶은 거 같이 먹어 주는 거.. 그걸로 충분(?)했던 것 같다. -이 시기에 같이 많이 먹어서 살이 많이 찐다.-
산부인과에서 출산 예정일을 잡고 -보통 선고통 또는 후고통을 선택하는데 우리는 후고통을 선택했다.- 병원에 입원하면 남편인 내가 할 일은 많이 않다. 당시엔 병원에도 보호자 1인만 들어갈 수 있어서 입원 후 짐을 옮기고 저녁 늦게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다시 병원으로 가서 본격적으로 출산을 위한 수술을 했고 건강한 아기가 태어났다.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연락을 하고 이후 회복실에서 누워 있는 아내를 보니 눈물이 흘렀다. 아내도 이미 울고 있었는데 당시 아내는 수술로 마취를 했는데 부분 마취가 잘 안 돼서 전신마취로 변경하는 바람에 아기가 태어나는 순간을 못 봤다고 했다. 반나절 정도 아내는 누워 있었고 태어난 너무나도 예쁜 아기는 건강 이상 유무만 확인하고 신생아실로 데리고 갔다. 영상으로 찍은 아기를 보여주며 남편과 아내가 아닌 부모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책임감이 더 커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렇게 오후 늦게 다시 병실로 돌아왔고 나는 병원을 오가며 아내를 도왔다. 산후조리원에 연락해 퇴원일을 알려주고 입실 확인도 했으며 화장실, 식사 등 도울 일이 많았다. 자연분만한 분은 일어나서 자유롭게 걸어 다녔으나 아내는 힘들어했다. 아무래도 수술이다 보니 회복이 더 느렸던 것 같다. 아내의 건강이 우선이라 부럽거나 후회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4일째 되던 날 아내는 퇴원을 했고 아기와 둘이서 산후조리원으로 들어갔다. 산후조리원도 코로나-19로 인해 들어가면 못 나오는 시스템이라 나는 주말에 2번만 가기로 하고 장인어른, 장모님과 집으로 와 아내가 나에게 준 미션들을 수행해야 했다.
출산 전 파워 J 아내가 이미 아기 물품 준비를 끝낸 상태여서 내가 따로 준비할 것은 많지 않았다. 돌아왔을 때 쓸 젖병, 기저귀, 목욕용품 등이 제대로 있는지 확인만 하면 되는 정도였다. 그밖에 아빠인 내가 했던 것들이다.
1. 출생신고
산후조리원에서 나온 시간은 오후 1시쯤이었다. 오자마자 나는 차를 내부세차장에 맡기고 주민센토로 향했다. 주민센터에 가서 서류를 찾고 있는데 직원이 먼저 물어봤다.
"무슨 일로 오셨나요?'
"출생신고 하려고요"
그러니 서류를 내밀었다. 해당 사항을 기록하는데 적을 것이 꽤 많았다. 이름뿐만 아니라 한자, 본적지, 본적지는 어디로 할 것인지 선택지도 주었다. 당연히 산부인과가 아닌 현 거주지를 본적지로 하고 여러 가지 안내 사항을 들었다. 육아수당 계좌, 아동수당 계좌, 추후 받게 되는 지원금 등.. -지역마다 지원해 주는 것이 다른데 우리가 사는 동네는 기본적인 혜택만 있었다.- 그리고 집으로 와서 등본을 보니 아내, 나, 우리 아기 이렇게 3명이 한 가족이 되어 있었다. 2주 뒤에 가족관계증명서에도 명시될 거라고 안내도 받았다. 출생신고는 생후 1개월 이내에 하면 된다고 하였으나 나는 빨리 하고 싶었던 것 같다.
2. 차량청소
아기가 탈 차는 깨끗해야 한다. 먼지도 쓰레기도 없는 깨끗한 차... 산후조리원에서 집으로 올 때 이용해야 했기에 내부세차를 맡겼다. 비용이 조금 비싸지만 아기를 위해서라면.. 그리고 자동차 에어컨 필터도 교체하고 가장 깨끗한 상태로 만들어 놓았다. 평소 차를 자주 이용하지 않기에 그렇게 더럽진 않았지만 그래도 내부가 심한 상태인지는 몰랐기에 청소 후에 이것저것 알려줬을 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튼 이것도 꼭 해야 하는 일 중 하나였다.
3. 집청소(집, 세탁기 등)
산후조리원에서 약 2주 동안 지낸 뒤 집으로 왔을 때 집이 깨끗해야 한다. 그동안 집 청소를 매일같이 하더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곳들이 있었다. 우리 집의 경우 세탁기 및 틈새 먼지, 에어컨 같이 고정된 물건이 있는 사각지대 등 어려 곳이 있었다. 청소를 연구한다는 곳에 의뢰하여 당일 청소 하시는 분의 도움을 받아 청소를 진행했다. 연구를 많이 하셨는지 아주 깨끗하게 청소를 해줬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곳, 예민한 곳은 직접 청소를 해야 했다. 주말 하루 반나절 이상을 청소를 하고 물건을 정리하면 또 하나의 미션이 끝난다. 하지만 아내와 아기가 오기 전까지 매일 유지를 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4. 보험회사 연락
보통 임신을 하고 출산 전에 태아보험을 가입하는데 우리도 어디가 가장 저렴한지 찾아보고 한 곳을 정해 가입 완료하였다. 가입 당시 임신 중 아내와 아기에게 적용되는 부분도 있고 태어난 뒤 아기에게 적용되는 보험 내용도 있다. 요즘 같은 100세 시대에 어디까지 보험을 해줘야 할지 고민이 많았지만 우리는 아기가 성인이 되면 스스로 보험을 설계할 수 있도록 일부는 80세 보장 일부는 30세 보장 등으로 설정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아기가 태어나면 제공하는 혜택이 있어 보험사 담당자에게 꼭 연락을 해야 했다. 짧은 시간의 통화였지만 반드시 해야 하고 확인해야 할 일중 하나였다.
5. 유축기 신청
아내의 경우 유축기가 필요하다고 하여 사전에 보건소에 신청을 하고 찾아야 했다. 지역 보건소마다 다르겠지만 우리 보건소는 무조건 2달 대여에 1회만 가능하였다. 보통 유축기를 사용하면 2달 이상 사용하는 경우가 없다는 것이 보건소의 설명이었다. 그래도 산후조리원에서 나와 최대한 긴 시간 사용할 수 있도록 시간을 맞추어 신청했다. 신청하고 보건소에 들러 찾아가면 끝. 그리고 2달 뒤에 다시 반납하면 되는 간단한 시스템이었다.
★★★★★ 유튜브 영상 보기
아내가 산후조리원에 있는 동안 가장 중요한 것은 유튜브 시청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영상, 구독한 영상이면 좋겠지만 그런 영상이 아니라 아기가 엄마 뱃속에서 성장하는 과정, 아기가 태어날 때 준비해야 할 물건, 출산한 산모의 브이로그, 산후조리원과 관련된 영상, 아빠가 해야 할 일 등등 많은 영상들이 있었다. 영상들이 하나면 상관없는데 정말 다양한 콘텐츠와 유튜버들이 있다 보니 어떤 것을 봐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구독자 수가 많거나 시청 횟수가 많다고 다 좋은 것도 아니었다. 내가 봤을 때 편안하고 유익한 정보가 많다고 생각되는 영상들이 좋은 영상이었다. 그런 영상들을 많이 보면 볼수록 부모로서 두려움도 줄어들고 양육에서 도움이 더 되는 것 같았다. 아직까지 난 초보 아빠이지만 그 당시 나의 모습을 상상했을 땐 정말 어리숙 했었던 것 같다. 그렇기에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있어야 자신감도 생기는 것 같다.
산후조리원 생활이 끝난 뒤 주변 지인과 유튜브 및 책으로 아내와 아기 그리고 나의 진정한 육아는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