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종우리 Sep 08. 2024

프롤로그. 특수교사가 된 이유

특수하지만 특수하지 않은 특수교육

나의 첫 번째 꿈은 개그맨이었다. 그냥 '하하호호' 웃으며 사는 것이 걱정 없는 것 같아서 좋았다.

하지만 나에겐 그런 끼가 없다는 것을 중학생이 되면서 알게 되었고 그때 만난 은사님 덕분에 교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중학교 때는 사회 교사가 되고 싶었고 고등학생 때는 지리교사가 되고 싶었다. 학교 졸업 당시 그 꿈은 여러 이유로 '컴퓨터'전공으로 변경 되었다. 컴맹이었던 나는 컴퓨터를 배우면서 신세계를 경험했고 빠져들었다. 덕분에 KOICA 해외봉사단으로 2년 동안 남미의 어느 국가로 가게 되었고 돌아와서는 프로그램 개발자로 잠깐 일을 했다. 하지만 결국 회사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해 그만두고서는 편입을 했다. 해외로 다시 나가고 싶어 스페인어 전공 지원과 예전에 꿈꿨던 교사가 생각나기도 했고 당시 만나던 분이 사범대에 지원 해보면 어떻겠냐 해서 몇몇 서류를 넣었다. 결과는 서반아과에도 합격을 했고 사범대에도 합격을 했다. 나의 선택은 사범대였다. 29세의 나이에 다시 대학교에서 교사가 되기 위한 도전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전공이 '특수교육'이었다.

특수교사가 되었을 때 제일 많이 들었던 질문은 "왜 특수교사가 되셨어요?"였다.


처음 편입했을 때 많이 들었던 질문도 '특수교육과로 오신 이유가?'였다.

그만큼 사람들은 어떤 동기에 의해서 특수교육을 선택했는지 궁금해했다. 이 질문은 나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특수교사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질문일 것이다.

나는 왜 '특수교육'을 선택했을까?

주변 사람들에게 그럴싸한 대답을 해주고 싶었으나 나는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 당시엔 내가 장애와 관련해서 경험했던 모든 것들을 사례로 들어서 설명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내 속마음엔

우연히.../그냥.../그나마 임용 경쟁률이 낮으니 해보라고 해서.../ 정도였다.

그렇지만 이렇게 이야기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부장교사로 근무를 하게 되면 5월에 교육실습생을 대상으로 부서와 관련된 교육을 하게 된다. 일회성 교육이라 우리 부서에 관련된 간략한 내용을 설명해 주는데 나 역시 교육실습을 해봐서 잘 안다. 앞에서 이야기를 해주지만 저게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안 되고 그냥 한 시간 멍하니 있다가 끝난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부서의 내용보다 '마음가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는 편이다.

'마음가짐'

10년 넘게 교사생활을 하면서 이 마음가짐이 교직생활에서 가장 근본이며 중요한 기저라는 사실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항상 물어보는 질문은...

"왜 특수교사가 되려고 하세요?"

아주 나쁜 질문이다. 내가 그렇게 질문을 받았고 답하기 어려웠던 것인데 반대로 내가 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물어보면 대체로 4가지 부류로 답변이 나온다.

첫째, 가족이나 친척 또는 지인 중에 관련 종사자나 특수교육대상자가 있어서

둘째, 어릴 때(학생 때) 봉사활동 경험이나 학교에서의 경험 때문

셋째, 부모님 권유나 점수에 맞추다 보니

넷째, 무응답

첫째나 둘째 사연이 있는 경우엔 이야기를 잘해주는 편이지만 셋째부터는 거의 이야기가 없는 편이다. 나 역시 대답을 한다면 넷째 사유가 아닐까?

그런데 중요하다고 했던 '마음가짐'은 이렇다.

어떤 사유로 이 길로 접어들었다고 하더라도 출발선인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내가 특수교사가 되겠다고 다짐한 그 순간부터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 수업에서도 학생들 생활지도에서도. 그래야만 내가 선택한 이 길을 후회하지 않는다.

이 이야기를 해주면 다들 고개를 끄덕이지만 몇 명이나 마음속에 품고 돌아 가는지는 모른다. 191일 중 힘들 때도 있어 학생들과 여유 있게 보내는 날도 있지만 적어도 이 마음가짐대로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내가 우연히 특수교사가 되었고 특수학교에서 일하고 있지만 내가 만나는 학생들에겐 대충 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지는 않기 때문에... 더군다나 특수교육대상학생들의 지도에 있어서는 쉽게 가고 싶으면 너무 쉽게 갈 수 있기에 부끄럽게 살고 싶지는 않다.


이러한 이유로 내가 잘 나서가 아니라 나의 부족한 점을 만회하고 더 노력하는 교사로 남기 위해 앞으로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사례를 바탕으로 특수교육에 대해서 기록해보려고 한다. 특수교사가 된 동기가 어떻든 나는 그저 내가 할 일에 최선을 다하고 학생들이 학교라는 곳에서 즐거운 추억만 간직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한 편씩 써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