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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우리 Sep 15. 2024

1. 나쁜 교사는 없다

특수하지만 특수하지 않은 특수교육

지금까지 교사생활을 하면서 많은 선생님들을 만났다. 대부분 좋으신 분들이었고 내적 성향이 강한 나와 스쳐간 분도 계시고 교사 경력 초창기에 알게 된 후 아직까지 연락하고 있는 분도 계신다. 일반학교는 교과목에 따라 혹은 학년에 따라 선생님들을 만나지만 특수학교에서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전공과(직업교육과정) 과정이 같이 있기에 보통은 과정별로 교사의 친분도가 달라지는 편이다. 또 다른 차이점은 과정별로 되어 있다 하더라도 한 학년에 적게는 1반 많아도 3반 이상 안 된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한 해 동안 만나는 선생님이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다. 학기 중에 선생님들을 만나면서 업무와 관련된 이야기가 주를 이루기도 하지만 친분이 쌓이면 사적인 이야기도 많이 하게 된다. 그러면 선생님이 나와 비슷한 성향이나 교육관을 가졌는지 아니면 반대의 성향을 가졌는지도 알 수 있게 된다. 같은 성향이면 엄청난 시너지를 발산할 것이고 반대 성향이면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서로 상처되지 않도록 최대한 존중하며 지내야 한 다는 것을 최근 들어 더 많이 느끼고 배워가고 있다.

  

특수교육 임용시험을 준비하면 다른 교과들처럼 1교시 교육학, 2교시 전공 분야로 시험이 이루어지는데 교육학 책을 펴면 제일 첫 단원은 '교육학개론' 내용들이 나온다. '교육의 정의', '교육의 목적', '교육의 종류' 등 세부적인 것들이 나오는데 이 중에서 '교육의 목적'이나 '교육의 종류' 정도만 시험 출제 비중이 높아 주로 보게 되고 나머지 내용은 상식적인 측면에서 읽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중 하나의 내용이 바로 '교직관'이다. 하지만 이 교직관은 교사에게 가장 기본이 되는 철학이며 약 3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나'라는 교사의 삶을 지탱해 주는 버팀목 같은 내용이다. 임용도서에 나와 있는 교직관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교직관의 종류
 - 성직관: 중세 시대 유행한 교육 사관으로 성인군자적인 교사가 이상적인 교사 (사랑과 봉사)
 - 노동직관: 정신적 노동을 주로 수행하는 직업(정당한 보수와 처우개선, 노동3법 보장)
 - 전문직관: 오늘날 가장 널리 수용되는 견해, 미성숙자를 위한 지적 훈련과 학문에 대한 개인의 자율성 및 윤리의식 함양을 위해 장기적으로 노력하기 때문 전문직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대부분 이 세 가지 중에서 한 두 가지는 언급하는 편이다. 굳이 저런 교직관을 명명하지 않더라도 전반적으로 아이들에 대해서 대하는 태도나 행동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실제로 내가 경험한 선배교사들의 모습에서도 교직관을 찾아볼 수 있었다.


#1. 아이들에게 열심인 교사

 한 선배 교사는 하루의 시작을 학생들과 늘 함께 하셨다. 출근을 하면 아이들과 어떤 수업을 할 것인지 미리 계획하고 준비한 뒤 학생들을 맞이했다. 학생들이 오면 그날 건강상태나 감정상태를 살피고 보호자들과 어제 집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나누고 참고하여 하루를 시작하곤 하셨다. 학교에서의 일과도 오로지 학생들을 먼저 생각하고 학생들이 최대한 즐겁고 많이 경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셨다. 잘하면 과할 정도로 칭찬해주고 못할 때도 위로하고 응원하며 격려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쉬는 시간에도 학생들과 늘 함께 있으려 했고 같이 놀아주고 하교하는 그 순간까지도 학생 편이었다. 그리고 하교 후 부모님에게 학교 생활이 어떠했는지 알려주고 본인의 업무를 수행하거나 내일 수업을 준비한 뒤 퇴근하시는데 퇴근 시간이 늦어도 불만 없이 늘 즐겁게 학교 생활을 하셨다. 본인의 건강이 조금 안 좋아지더라도 크게 개의치 않고 늘 같은 모습으로 생활을 했고 현재도 하고 계신다.


#2. 자기가 할 일은 다 하는 교사

 또 다른 선배 교사는 늘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셨다. 다만 주어진 시간에만 최대한 능률적으로 사용하려고 했다. 업무분장표에 있는 자신의 일은 정확하게 처리하고 다른 교사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셨다. 학생들에게도 학교에 도착한 그 순간부터 수업 시간에는 최선을 다했고 생활 지도에서도 기본적으로 할 일은 하셨다. 다만 학생들에게 정을 주는 것은 없으신 것 같았다. 딱 주어진 그 시간에 자신의 할 일만 하고 학생들이 하교하고 나면 업무를 처리한 뒤 자기 계발에 노력을 하는 편이었다. 그렇다고 다른 교사들과 사이가 나쁜 편도 아니었고 좋은 편도 아니었다. 그저 학교에서 근무하는 그 시간만 최선을 다할 뿐 그 이외엔 사적인 거라 생각하여 개인적인 질문을 받는 것도 꺼려하셨다. 


더 많은 선배 혹은 동료교사의 모습이 있겠지만 초창기 내게 가장 인상 깊었던 두 선생님의 모습이었다. 텍스트만 놓고 보면 당연히 첫 번째 선생님 참 교사 같고 두 번째 선생님은 냉정한 교사 같다. 하지만 실제로 다년간 경함 한 바에 따르면 두 분 다 좋으신 분이다. 교사의 입장에서 몇 자 안 되는 것만으로 두 선생님의 교육관을 평가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이다. 나름 교사를 하면서 뜻하는 바가 있을 것이고 그것을 위해 살고 계시기에 나름의 교직관을 형성하셨을 터 '좋다, 나쁘다'의 이분법적인 사고로 평가하기는 곤란한 점이 분명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좋은 교사, 나쁜 교사를 구분 지을까?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학부모의 입장이라면 내 아이에게 대하는 태도나 관심 등이 될 것이고 동료교사의 입장에서는 학부모의 입장과 함께 나에게 얼마나 득이 되는지 혹은 실이 있는지 등이 이유가 되는 것 같다. 실제로 같이 일을 하다 보면 '저 선생님은 되게 특이하시네'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종종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 조차도 그 선생님 나름의 교직관을 가지고 생활하시는 것인데 그것을 주위에서 얼마나 수용할 수 있는가가 척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수용할 수 있을 정도면 특이하시지만 인정하고 넘어가되 수용할 수 없다면 '이상한 교사, 나쁜 교사'가 되지 않을까?

중요한 것은 그 선생님과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다는 점이다. 교직 생활을 하면서 보람 혹은 만족감도 있었을 것이고 상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면서 조금씩 자기만의 교직관을 가지게 되었을 것인데 그것을 주위에서 쉽게 알 길이 없기에 특이하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쁜 교사는? 내가 생각하는 나쁜 교사는 '방임하는 교사'인 것 같다. 학생들을 방임하고 자신의 일을 방임하는 교사. 아직 한 번 밖에 경험하지 않았지만 최대한 경험하고 싶지 않은 부류의 교사. 이런 교사를 제외하곤 나쁜 교사는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임용시험이나 기간제 교사 구인 때 면접 질문으로 받는 것 중 하나가

'선배교사 혹은 동료교사와 트러블(문제상황)이 생겼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이다.

이 질문을 받으면 대부분 예비교사들은 기계처럼 대답한다.

'저는 우선 선배교사와 티타임을 가지겠습니다. 차를 마시면서 문제상황에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 어떻게 대처를 하면 좋을지 의견을 나누고 최대한 경청하며 문제상황을 해결하도록 노력할 것이며 배우는 자세로 임할 것입니다.'

물론 이렇게 대답하지 않는 예비교사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저렇게 행동하는 교사도 있을 수 있지만 경험상 대부분은 아닌 것 같다.-물론 내 경험이 일반화를 장담할 순 없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할 수 있으니 참고 바란다.- 경험상 저런 경우가 생기면 친한 동료교사에게 가서 어떤 선생님과 이런저런 일이 있는데 어쩜 그럴 수 있지라며 뒷담화를 하지 않을까? 나 역시 그런 경우도 있었다. 근건 잘못 됐다, 그러면 안 된다 하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미약한 인간이기에 그런 일이 많다는 것이 현실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만큼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는 것이 힘들고 그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존중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나와 다른 교직관을 가진 선생님을 이해하거나 존중하는 것이 어렵다는 말이다. 그래도 한 번쯤은 왜 그런 생각을 하실까? 저게 정말 최선일까?라는 생각은 해볼 필요가 있다. 그것이 경청의 기본이 되며 존중의 시작이 아닐까?


나와 다른 교직관을 이해한다는 것은 정말 어렵다. 간혹 '이해'라는 굴레에 갇혀 나를 힘들게 하고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다. 다만, 내가 수용할 수 있을 정도라면 이해해주는 것이 맞고 아니라면 무시가 아니라 그냥 존중해 주면서 최대한 덜 대면하고 나의 교직생활을 이어나가면 된다. 그래야 나에게 손해가 적은 것 같다.

예전에 일반학교 특수학급에 있을 때 일이다. 나와 정말로 맞지 않는 소위 진짜 나쁜 교사라고 해도 될 정도의 선배교사가 있었다. 당시 나는 기간제 교사 신분이었고 혈기왕성한 시기여서 일이 생기면 싸우곤 했었다. 나도 그분을 인정하지 못했고 그분도 나를 인정하지 못했다. 결국 그분이 너무 싫어 중간에 계약해지 하고 그 학교를 나와 버렸는데 결국 나의 처신은 내가 책임감 없는 '싸가지 없는 교사'가 되어 있었다.-나중에 조금 더 자세히 언급할 기회가 있을 것 같다.- 이것도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나는 그냥 나와 다른 교직관을 가진 그분을 그저 인정하고 지났으면 되었을 것이다. 굳이 나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게 만들겠다고 할 필요가 없었다.

   

교직관은 분명 변하게 되어있다. 오랜 교직 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경험과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로 인해 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기저는 변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처음 교사가 되었을 때 가졌던 그 생각, 그 마음가짐은 끝까지 살아남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나 역시 내가 교사가 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분은 중학교 1학년 때 은사님이시다. 그 은사님 덕분에 교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때 가진 마음이 '나처럼 관심받지 못하고 어려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어보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초창기 나의 교직관을 말하라고 하면 나는 항상 '성직관'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성직관'적 마음가짐에 '노동직관'도 함께 가지고 있다. 현시대는 교사에게 너무 힘겨운 것이 사실이다. 언론에서 나오는 사건들처럼 교사의 자긍심이 무너진 지는 오래고 그렇다고 급여가 많은 것도 아니다. 혹자는 교사는 방학 때도 돈을 받지 않냐?라고 이야기 하지만 결국 같은 연봉을 나눠 받기에 무의미한 이야기이다. 방학이라고 쉬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해 같이 보내고 보호자 분들에게도 학교 내 이야기를 충분히 해주는 것 이외에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해야 내가 좋아하는 이 일을 오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얼마 전부터 하고 있는 것 같다. 시대에 맞게 나의 교직관도 조금씩 변하고 모든 교사의 교직관도 변할 것이다. 그러니 조금 깊이 이야기해 보고 같이 생활하다 보면 조금은 다른 교사들에 대해서 이해하고 수용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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