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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우리 Sep 12. 2024

아! 문.센

비혼주의자였던 아빠의 육아일기

아기가 태어나고 6개월이 지나면 어머니들은 적어도 한 두 번쯤 아기와 함께 갈 문화센터를 알아본다. 보통 신생아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지 않다 보니 일부만 체험할 수 있어도 외출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매리트를 느끼는 것 같다. 아내 역시 6개월이 넘어가니 아기와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정기 프로그램은 횟수가 많기도 하고 부담이 있어 쉽게 등록하지 못했다. 1회성으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많지 않다 보니 쉽게 접근은 못했지만 그래도 방학을 이용하여 한 타임 예약을 했다. 이전에도 나 보고도 집에만 있기 힘드니 바람도 쐴 겸 문화센터를 한 번 가보라고 했지만 나는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회의적인 입장을 보인 이유로

첫째, 아기가 스스로 앉지 못하는데 어떻게 프로그램에 참여를 하는가?

둘째, 아기가 낮잠을 자는 타임이랑 문화센터 프로그램이 겹쳐 어렵지 않을까?

크게 이 두 가지 이유였다. 금액은 둘째치고 아이들이 스스로 참여하는 게 아닌데 무슨 교육이 될까 싶었다.

하지만 아내가 예약을 한 시점은 아이가 스스로 앉기에 무리가 없었고 낮잠 자는 시간도 피해 예약을 한 것이라 갈 수밖에 없었다. 아내가 문화센터를 가려고 한 이유는 '우리 아기도 다른 아기와 함께 놀이를 하는 경험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라는 대인관계 측면이 강했다. 아내 말도 일리가 있기에 함께 문화센터로 갔는데 보호자 1인만 갈 수 있다 하여 아내가 들어가고 나는 밖에서 기다렸다. 40분 수업을 하고 나오는데 대기하는 시간은 금방이었다. 수업 시간이 끝나고 아내가 나와서 하는 말이...

'활동하는 중간에 잤어...' 그래서 재미있는 부분은 참여를 못했다는 말을 했다.

그렇게 첫 문화센터 경험은 실패로 끝났다.

얼마 뒤 아내가 나 혼자 문화센터에 가보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다. 앞서 이야기했던 전제조건이 더 이상 이유가 되지 않기에 그리고 지난번에 못했던 것을 만회하고 싶어 동의를 하고 집 앞 마트 문화센터에 예약을 했다.


화요일 오후 2시 40분... 액션페인팅...

미술분야였다. 아빠인 내가 처음 경험하는 문화센터...

내각 걱정했던 것 중 하나가 아빠가 오는 경우는 거의 없지 않느냐는 점이었다. 지난번에 아내가 갔을 때는 그래도 아빠가 좀 보여 괜찮았는데 이번에도 아빠가 나 혼자가 아니라 한 둘이라도 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늦지 않게 가겠다며 옷을 입고 나섰는데 옷을 선택하는 것부터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날씨가 더워 시원하게 가겠다며 흰색 옷에 아노락 소재의 긴바지를 입었다. 도착을 하니 내가 제일 먼저 와 있었고 곧 어머니들께서 한 두 분씩 들어오셨다. 역시나 아빠는 나 혼자였다. 여하튼 그렇게 수업이 시작됐고 선생님과 수강생 아기들과 인사를 한 뒤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되었다.

'액션 페인팅'

나는 왜 준비물을 챙기면서 어떤 수업일지 예상 못했을까? 학교에서 그렇게 오래 일을 하고 있건만..

처음엔 관련 화가와 작품을 보고 주사기에 물감을 넣어 쏴보기도 하고 만져보기도 했다. 이때까지 아기는 참여를 했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인체에 무해한 실제 물감을 가지고 캔버스에 자유롭게 그리는데 강사 선생님께서 힌트를 주셨다.

'아기 발이나 손바닥을 찍어서 가시면 좋아요'

난 또 그 순간 왜 손바닥, 발바닥만 찍으면 되는 것을 전체 물감을 뿌린 뒤 손바닥, 발바닥을 찍으려고 했을까? 아기는 손바닥과 발바닥 찍는 것을 아주 싫어해 몸을 비틀기 시작했다. 캔버스엔 이미 물감이 잔뜩 뿌려져 있고 아기는 캔버스를 보자 몸을 비틀고... 그다음부터는 그냥 아수라장이 되었다.

입고 간 옷 위, 아래에 물감이 묻어 아주 알록달록 해졌다. -아기는 준비물로 챙겨 온 가운을 입고 있어 괜찮았다.- 순간 나는 멘붕이 왔고 나를 지켜보던 강사 선생님께서 '아버님 괜찮으세요?'를 연거푸 물어보았다.

'네 괜찮습니다.'라고 했지만... 괜찮지 않았다. 이렇게 온 나 자신이 한심할 뿐..

반면 다른 어머니들은 아주 능숙하게 아기들과 함께 체험하고 있었다. 그리고 뒷정리도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퇴장을 하셨다.

나도 정리를 하고 나오면서 계속 자책했다.. 도대체 나는 왜....'

원래는 문화센터가 끝나면 아이스아메리카노를 한 잔 산 뒤 우아하게 마시면서 저녁에 만들 이유식 재료를 사가려고 했는데 옷이 엉망이라 집으로 올 수밖에 없었다.

아기는 울고, 옷은 엉망이고...

이 또한 귀중한 경험이라고 여기면 될 텐지만... 자책은 계속되었다. '나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간 것일까?'

두 번째 문화센터도 결국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로 끝나고 말았다.

미술에서 흰옷은 아니 됩니다.

문화센터는 육아에 있어 내가 가진 선입견을 뛰어넘좋은 활력소를 가졌다. 덥거나 추운 날 집에서만 육아를 해야 할 때 밖에 나갈 수 있다는 것은 큰 위로가 된다. 어릴수록 부모의 역량에 따라 아기들이 활동하는 정도가 정해지기는 하지만 우리 아기가 얼마나 잘 크고 있는지 또래와 비교해 볼 수 있는 기회도 있다. 요즘 같은 시대엔 비교대상군이 많이 없다 보니 아기가 잘 크고 있는지 의문이 들 때가 많은데 문화센터에 가면 비슷한 월령 때의 아기들을 볼 수 있어 좋다. 그리고 다른 부모님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도 좋은 것 같다. 단, 내가 먼저 다가가야 한다는 점이 존재하지만 말이다. 이처럼 문화센터가 나에겐 유익한 경험은 아니었지만 분명 긍정적인 요소가 더 많다는 것을 실제로 참여하면서 느꼈다. 아이들이 인지가 있으면 참여도 늘어나고 즐거운 시간이 되겠지만 강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어린 아기들은 계속 반복해서 보고 체험하다 보면 누적되어 나중에 좋은 영향력을 미치지 않을까 싶다.

날씨가 좋아지는 가을.. 더 성장한 아기를 데리고 한 번 더 체험하러 가볼 테다.. 이번엔 꼭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길 바라며...

우리 아기의 첫 작품 : 숨은 발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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